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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9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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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체 벗는 한국형 경항모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 주일미군 사세보 기지에 배치된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본험 리처드는 와스프급 6번함이다. 와스프급은 길이 257m, 폭 32m, 만재배수량 4만2000t이다. photo U.S. Navy
방위사업청이 지난 10월 7일 경항공모함 국내 건조 사업(대형수송함-Ⅱ)과 관련해 ‘스텔스 성능 기술’을 선행 연구한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건조될 한국형 경항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방사청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2022년 사업 착수를 위한 선행조치로 개념설계 및 핵심기술 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2022년 예산 271억원 반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예산안을 보면 비행갑판과 플랫폼 설계 기술 선행연구에 95억원, 통합전투체계 기술에 120억원, 스텔스 성능 기술에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개념설계 위탁연구와 국외 컨설팅 등에 16억원이 들어간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8월 F-35B와 같은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가 가능한 경항모급 대형수송함 국내 건조 계획을 담은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는 중기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가 가능한 다목적 대형수송함에 대한 선행연구를 통해 개념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업명은 ‘대형수송함-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F-35B 스텔스 이착륙 전투기 운용에 초점을 맞춘 경항모 건조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오는 2021년 사업타당성조사가 끝나면 2022년부터 본격적인 탐색개발을 거쳐 2026년부터 체계개발에 들어가 2033년께 경항모 건조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스 편집장은 “한국형 경항모는 2031년경 전력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2040년 무렵부터는 동북아 지역에서 항모 6척 체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이 항모세력을 선도하고, 일본(경항모 2척)과 한국(1척)이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륙전 능력보다 함재기 운용 강조
   
   한국형 경항모의 향후 운용 방향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이 10월 초 작성 배포한 ‘대형수송함-Ⅱ개념설계 기술지원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이다. 연구용역을 진행할 업체를 뽑는 일종의 지침서인데 업체 선정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계약일로부터 14개월 동안 연구용역이 진행된다. 여기에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23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는 해군이 경항모 설계에 들어가야 할 요구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항공기 운용 부문이 가장 눈에 띈다. 선체 외형, 동력, 지휘통제, 전투체계, 상륙능력 등은 요구사항이 4~5개 항목인 반면, 항공능력 요구사항은 10개에 달한다. 미래 전장 환경 및 기술 추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항도 포함됐다. 물론 대형수송함을 표방하는 만큼 상륙전 능력도 경항모에서 중시되는 부분이다. 제안서에는 상륙군 인원, 장비, 화물, 탄약, 무장 탑재 소요 검토와 함미 및 측면 램프 크기, 함미에 상륙정 등을 탑재할 공간인 웰데크(Well Deck·상륙 장갑차와 항공기 등을 넣어두는 수송함의 빈 공간) 검토도 포함됐다.
   
   최근 미 해병대는 70t의 화물을 싣고 빠르게 해안에 상륙하는 공기부양정(LCAC) 대신, 소형상륙정(LCU)에 상륙돌격장갑차나 전차를 실어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지스함과 대형상륙함이 강력한 방공망을 갖추고 신속하게 상륙해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경항모도 순항속도 시속 17~20노트(최대속도는 26~30노트)를 내기 위해 디젤엔진 대신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LM2500 가스터빈엔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LM2500 중형 가스터빈엔진은 태국 항모 ‘차크리 나루에벳’(1만1000t)에도 장착돼 있다. F-35B가 이륙하려면 조종석 후방에 설치돼 수직이착륙을 돕는 리프트 팬의 파워도 필요하지만 빠른 속도로 항행하는 경항모의 맞바람을 받아야 쉽사리 이륙할 수 있다.
   
   해군은 새로 건조할 경항모는 마라도함 건조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해외 사례를 종합해 비행갑판을 설계해 이착함 절차를 만들고, 이착함 능력을 검증할 시뮬레이션을 연구용역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항공기 유도 및 관제 개념, 항공기 비행갑판 배치 방법, 정비공간 확보, 지원설비, 항공기 이송에 필요한 승강기 설치 등도 연구하게 된다. 2030년대 초반에 진수되는 만큼 여기에는 첨단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 예컨대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무인기를 운용하는 방안과 통제 장비 소요 검토가 이뤄진다.
   
   우리 경항모에는 수직이착륙기인 F-35B가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미국의 항모와 같은 증기식 사출장치(캐터펄트)는 필요 없다. 캐터펄트는 핵추진 항모의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강력한 수증기 힘으로 전투기를 급가속시켜 이륙을 돕는 장치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항모 샤를 드골에서 자국산 라팔-M 함상 전투기와 미국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를 이륙시킨다. 중국은 이 기술이 아직 없기 때문에 대신 뱃머리를 높여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하는 ‘스키점프’ 방식을 고수해왔다. ‘기술 카피’에 능한 중국도 항모 기술을 도입한 러시아에 캐터펄트 기술이 없어 ‘구닥다리 기술’로 함재기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궁여지책으로 1985년 호주로부터 배수량 1만7000t급 퇴역항모 멜버른(영국의 항모 인빈서블)을 사들여 분해했고, 2000년대 초반 프랑스산 브라질 항모 상파울루에 근무하던 승조원들을 중국으로 초빙해 관련 기술을 빼냈다. 중국은 뻔뻔하게도 2014년 무렵 오바마 정부에 캐터펄트 기술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마침내 중국은 굴욕을 이겨내고 앞으로 선보일 8만t급인 세 번째 항모에다 ‘스키점프’ 방식이 아닌 ‘전자식 사출장치(EMALS)’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1994년 11월 영유통이 고철로 매입해 해체하려다 중국으로 판 구소련 항공모함 민스크호. 1975~1993년까지 운용한 비교적 생생한 키예프급 항공모함이었다. photo 조선일보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의 경쟁력
   
   한국형 경항모는 구체적으로 외국의 어떤 항모를 벤치마킹할까. 우리 해군은 2005년 7월과 2018년 5월 만재배수량 1만9000t급의 독도함(LPH-6111)과 독도급 2번함인 마라도함(LPH-6112)을 진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해군의 제안요청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세 번째 대형수송함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급 상륙함(3만2000t)이나, 카보우르급 경항모(2만7000t), 혹은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급 상륙함(2만7000t) 등을 벤치마킹해 3만t급 경항모 개념설계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군도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각국의 유사 사례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도록 요청해놓았다.
   
   그런데 최근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건조하는 한국형 경항모는 F-35B를 탑재하는 미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을 모델로 삼을 것이 유력시된다. 과거 해군은 독도함과 마라도함을 건조하면서 영국 해군의 오우션 헬기항모를 참조했었다. 군 관계자는 “방사청이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힌 ‘대형수송함-Ⅱ’ 모형도는 F-35B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와스프급(4만2000t) 경항모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일본이 이즈모급 헬기호위함 이즈모와 가가를 경항모로 개조하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면, 해군은 처음부터 F-35B를 이착함하는 경항모 직항로를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군의 강습상륙함은 9척인데 이 중 8척이 와스프급이다. 항공기만 싣는 아메리카급을 1척 건조했으나 해병대의 반발로 병력과 항공기 모두를 실을 수 있는 와스프급을 선호하고 있다. 와스프급은 길이 257m, 폭 32m, 만재배수량 4만2000t이다. 해병대 병력 1900여명과 F-35B 수직이착륙기와 V-22 수직이착륙 수송기 등 33~42대, M1A2 에이브럼스 전차 5대, LAV-25 장갑차 25대를 실을 수 있다.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비행갑판은 헬기 정도만 운용이 가능하지만 한국형 경항모는 F-35B와 미국산 공격헬기를 운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F-35B가 헬기보다 무겁고 이착함 과정에서 고열을 내뿜기 때문에 내열성을 갖춘 튼튼한 비행갑판이 필요하다. F-35B를 탑재할 미국 와스프급 강습상륙함도 비행갑판의 내열성 강화 조치가 이뤄졌고, 일본 이즈모함도 같은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마라도함의 경우는 초고강도 비행갑판을 적용, 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 항공기 2대가 뜨고 내릴 수 있다. 마라도함 비행갑판 강화 과정에서 V-22의 고열을 견뎌낼 수 있는 패드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자체 개발해 도입비용을 90% 절감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기 운용은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항모를 운용했던 일본조차도 처음 가는 길이어서 우리보다 유리할 것은 없다”고 했다.
   
   
▲ 10월 22~25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국제 해양방위산업전 '마덱스(MADEX)'에서 현대중공업이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형 경항모 모형도. 스키점프대식으로 F-35B를 운용하는 개념이다. photo 디펜스타임스

   한진중·현대중 수주전 벌일 듯
   
   한국형 경항모는 한진중공업과 현대중공업 2개사가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은 그동안 독도급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천왕봉급 차기상륙함(4950t) 등의 대형함정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합작조선소인 IMI, 사우디 국영해운사 바흐리와 31만9000t급 초대형유조선(VLCC) 건조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선박 건조업체로서 세종대왕급(7600t), 이순신급(4400t), 인천급(2300t), 214급(1800t) 잠수함 등 해군의 주요 전투함을 건조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항모 해체 과정에 참여해 관련 노하우를 상당 부분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현대중공업은 자체 제작한 항공모함 모형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우리의 경항모 건설사(史)에서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러시아 항모 해체라는 일화를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자 연간 1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유지비를 댈 수 없다는 이유로 다양한 함정을 해외에 팔기로 했다. 당시 러시아가 매각을 결정한 함정 중에는 1970~1980년대 러시아 태평양함대에 배치됐던 키예프급 항모 노보로시스크호와 민스크호도 있었는데 이 항모 매입에 나선 업체가 한국의 중소 무역업체인 ‘영유통’이었다. 당시 민스크호는 1993년 7월 퇴역한 상태였고 노보로시스크호는 화재로 기능 불능에 빠져 있었다. 이후 1994년 1월 러시아 그로모프 해군사령관이 민스크 등 함정 수출 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10월 6일 한국의 영유통은 해군 퇴역장성들로 구성된 러시아 콤파스사와 항공모함 2척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세계 33개 업체가 참가해 치열한 매수 경쟁을 벌였다. 당시 민스크호는 함령 15년, 노보로시스크호는 11년으로 통상 함령이 3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쓸 만한 함정이었다.
   
   당시 영유통이 인수한 민스크호의 가격은 460만달러(약 37억원), 노보로시스크호는 430만달러(약 34억원) 등 총 71억원이었다. 국산 K2 흑표전차 1대 가격이 50억원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항공모함 1척이 전차 1대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팔린 것이다. 러시아가 항모의 주요 부분을 제거하고 t당 170달러의 고철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1994년 11월 러시아 국방부가 항모 2척의 한국 판매를 승인하자 도쿄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의 ‘플레이’가 시작된 것. 당시 도쿄신문 등은 “한국이 들여올 퇴역 항모 2척이 사실상 현역 함정”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일본 언론의 지적을 의식해 방치된 민스크와 노보로시스크의 중앙지휘센터 장비와 레이더(R/D), 방공정보시스템, 미사일발사대와 지휘시스템, 표적탐지시스템 등을 폭파하거나 제거한 다음 한국에 인도했다. 1995년 11월 우리나라에 온 민스크와 노보로시스크는 사실상 고철덩어리에 가까웠다.
   
   1995년 10월 영유통은 소비에츠카 가반 항구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전용 예인선으로 닷새 만에 항모 두 척을 한국으로 예인해왔으나 이번에는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민스크호의 해체 과정에서 디젤항모를 핵추진 항모라고 여론몰이를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995년 11월 포항시 양포항 입항 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은 항모에 소변을 보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 1996년 8월에서 10월에 걸쳐 영유통은 러시아 국방부와 재협상을 시도, 주민들의 반발로 해체가 어려워진 민스크호의 용도변경 허가를 받아냈다. 온갖 풍파 끝에 노보로시스크를 해체했는데 두 번째 항모인 민스크를 해체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영유통은 민스크호를 활용할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1998년 민스크호의 제3국 매각을 추진했다. 민스크호를 독도에 해상관광호텔로 가져다 놓자는 아이디어도 무위로 끝났다. 결국 민스크호는 1998년 8월 중국에 ‘고철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매각됐다.
   
   중국에 팔린 민스크호는 이후 항모기술 습득에 활용된 후 내부수리와 개조작업을 거쳐 3만㎡ 크기의 선전시 관광테마파크로 태어났다. 러시아 해군무관을 지낸 윤종구 제독은 “중국은 우리와 같은 시기에 우크라이나 니콜라이예프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던 바랴크호를 300만달러의 헐값에 도입해 랴오닝함으로 탄생시켰다”며 “인도도 러시아의 네 번째 항모 고르슈코프를 함재기 포함 15억달러에 사들여 2012년 비크라마디트야로 전력화했다”고 했다.
   
   
   미국도 러시아 항모 갑판 설계에 관심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당시 안기부장)은 “우리는 수직이착륙기와 전투용 헬리콥터를 발진시킬 수 있는 러시아의 항모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작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러시아 항모를 해체한 자료를 통해 항모는 아니지만 독도함 등 유사시 갑판을 경항모로 쓸 수 있는 함정을 설계할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러시아 항모 해체에는 안기부와 정보사령부, 현대중공업이 참가했고, 항모 철재를 녹이는 작업은 포항제철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작업에는 미 정부기관에서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계의 한 원로는 “당시 작업에 참가했던 정보사의 한 장교가 항모를 살펴보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길을 잃어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미국이 러시아의 항모 갑판 소재에 관심이 많았고, 분해작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스텔스 기술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에 유폭(油爆)을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에 이후 미사일 공격에도 견디는 항모 갑판 소재에 골몰했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태평양함대와 라이벌 관계인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항모가 한국에 수입된 것에 관심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유럽의 정보기관도 키예프급 항모를 보고 싶어했지만, 우리 측에서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권영해 전 장관은 “노보로시스크와 민스크호의 주요 장비가 제거되는 바람에 구조물을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으나 망가진 장비의 구조를 보면 시스템을 연상할 수 있고, 구조물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면 역설계를 할 수 있다”며 “특히 특수강 소재를 가진 갑판은 첨단소재 산업 중에서도 첨단 분야로, 항모의 재질만 분석하고 검토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고 했다. 권 전 장관은 “항모를 누비 조각처럼 잘라낸 다음, 쇠의 종류를 분석해 약품처리를 해서 용광로에 넣어야 하는 골치 아픈 작업인데 한번은 포철 측에서 ‘녹일 수 없는’ 특수강이 나왔다고 해서 ‘적절한 가격을 쳐 안기부가 사겠다’고 한 후 특수강을 ADD(국방과학연구소)의 소재연구 파트로 보낸 일이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가 중국의 항모세력 증강엔 눈 감고 일본의 경항모 개조에 자극받아 국방중기계획에 한국형 경항모 건조를 결정하는 것을 보면 국가안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이 구소련 항모 쿠즈네초프급 항모 2번함 바랴크를 개조해 랴오닝호로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항모의 필요성을 인식해 1990년대 초반부터 항모 운용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꾸준히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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