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규모의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이번 서울 ADEX 2019에서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photo 한화디펜스
5조원 규모의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이번 서울 ADEX 2019에서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photo 한화디펜스

지난 10월 15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 ‘서울 ADEX(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 실내 전시장 내부 한화디펜스 전시관.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 방산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래형 국산 장갑차 ‘레드백(REDBACK)’을 덮고 있던 베일이 벗겨졌다. 지난 9월 5조원 규모의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레드백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레드백이라는 명칭은 호주에 서식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거미로 알려진 붉은배과부거미(redback spider)에서 따온 것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9월 16일 미래형 궤도장갑차 획득사업(Land400 Phase3)에서 한화디펜스의 레드백과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Lynx)’를 최종 후보(shortlist) 장비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호주군의 ‘Land400 Phase3’은 보병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을 포함한 총 400대의 장갑차를 구매하는 지상장비 분야 최대 규모 사업이다. 총 8조~12조원의 사업비 중 장비 획득에만 약 5조원이 편성돼 있다.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이번 수주전에는 최종 후보로 선정된 한화디펜스와 독일 라인메탈디펜스 외에 영국 BAE 시스템스의 CV90,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Ajax) 등 세계 유력 업체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레드백이 세계 장갑차 시장을 장악해온 유력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이다. 호주군은 앞으로 레드백과 링스를 대상으로 2년간 시험평가를 거쳐 오는 2021년 말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레드백이 최종 선정되면 우리 무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 수주에 성공하는 것이 된다.

레드백은 이미 우리 군이 사용해 검증된 K-21 보병전투장갑차 개발 기술과 K-9 자주포의 파워팩 기술 등을 토대로 방호력, 화력 등의 성능을 강화한 첨단 장갑차다.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각종 탐지 및 추적 기능과 방어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대 항속거리 등 기본적인 제원 3~4개만 공개했을 뿐 장갑차의 자세한 크기 등 세부 성능은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 링스와의 최종 경쟁을 앞두고 있어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레드백은 길이 7.77m, 폭 3.64m, 높이 3.72m로 항속거리는 520㎞에 달한다. 최대속도는 도로에서 시속 65㎞, 야지에서 시속 43㎞다. 총중량 45t에 승조원 3명 외에 전투원 8명을 수송할 수 있다. 무장은 30㎜ 주포(기관포), 이와 함께 움직이는 5.56㎜ 동축 기관총,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12.7㎜ 기관총(RCWS) 등을 장착하고 있다. 깊이 1.8m의 강물도 건널 수 있다고 한다.

레드백이 장착할 첨단장비 중에는 이스라엘 엘빗사의 ‘아이언 비전(IRON VISION)’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 외부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장착, 전차 승무원이 장갑차나 전차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내부에서 외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승무원은 외부 카메라들이 촬영하는 모든 장면을 헬멧 바이저를 통해 볼 수 있다. 전차나 장갑차들의 장갑을 투과해 외부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형전투기(KF-X) 목업(실물크기 모형)도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돼 큰 주목을 받았다. KF-X는 현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6 이상의 성능을 갖는 4.5세대 전투기로 개발 중이다. 최근 상세설계가 끝나 시제기 제작에 착수했다. 오는 2026년까지 개발이 완료되며, 공군은 2032년까지 120대를 도입해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계획이다. 개발비만 8조8304억원에 달하고 양산비용까지 포함하면 20조원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 사업이다. KF-X는 길이 15.6m, 최대추력 4만4000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600㎏, 최대속도 마하 1.81(시속 2200㎞), 무장탑재량 7700㎏의 성능을 갖췄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장비, 통합전자전 장비, 최신형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스텔스 성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실물크기 모형. ⓒphoto 유용원의 군사세계
한국형전투기(KF-X) 실물크기 모형. ⓒphoto 유용원의 군사세계

대한항공의 중고도 무인기도 이번 서울 ADEX 2019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photo 월간 디펜스타임스
대한항공의 중고도 무인기도 이번 서울 ADEX 2019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photo 월간 디펜스타임스

KAI(한국우주산업)에서 개발 중인 LAH(소형무장헬기)도 처음으로 공개, 시범비행을 해 눈길을 끌었다. LAH는 유럽 EC155 헬기를 기반으로 한 공격형 헬기다. 사격통제 컴퓨터와 레이더 거리측정기, 표적획득 지시장치 등 최신형 사격통제 시스템이 탑재됐다. 주·야간 정밀타격이 가능한 ‘천검’ 공대지 미사일과 70㎜ 로켓탄, 20㎜ 기관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제 1호기의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본격적인 비행시험 단계에 있다.

육군에 배치 중인 국산 수리온 헬기의 무장 수출형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종석 대부분을 차지했던 복잡한 제어기기들이 터치스크린으로 통합되는 등 첨단 항공전자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됐다. 기존 10인치에서 12인치로 커진 대형 다기능 디스플레이(Display)로 조종사의 임무수행 피로도를 낮추고 비행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해외 수출 대상국들의 요구를 감안,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기관포, 로켓탄 등 무장도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한화의 레이저 폭발물처리기도 첫선을 보였다. 급조폭발물, 불발탄 등에 레이저 광선을 쏴 무능화시키는 장비다. 소형 트럭(K-311)에 탑재된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탐색 개발이 진행 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모형을 선보였다. 이 미사일은 현재 공군 전투기 F-15K에 장착해 운용 중인 독일산 타우러스(TAURUS)(최대 사거리 500㎞)를 목표로 해 ‘한국형 타우러스’로 불린다. 개발이 완료되면 KF-X에 장착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자체 개발한 근력증강로봇 ‘렉소(LEXO)’도 공개했다. 렉소는 웨어러블 로봇 방식으로, 사람이 약 5㎏의 기기를 옷 위에 착용하면 30㎏에 이르는 물건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해외 업체 중엔 프랑스 사프란(SAFRAN)사가 다목적 정밀유도폭탄 ‘해머(HAMMER)’를 아시아 지역에선 처음으로 공개했다. ‘해머’는 현존 정밀유도폭탄 중 유일하게 수직타격 능력을 갖췄으며, 실전에 1000여발이 사용돼 90% 이상의 높은 명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사프란사 관계자는 “해머를 KF-X 장착용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열린 서울 ADEX 2019는 세계 34개국 430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업체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 서울 ADEX 전시회엔 세계 33개국 405개 업체가 참가했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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