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파업 중인 코레일 철도노조원.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2일 파업 중인 코레일 철도노조원. ⓒphoto 뉴시스

철도를 볼모로 한 연쇄파업이 일단락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72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고속열차 KTX를 비롯해 일반철도, 화물철도, 광역철도를 3일간 멈춰 세운 철도파업이 끝나자마자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역시 지난 10월 16일부터 3일간 파업을 선언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5일간 지하철 발착 시간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소위 ‘준법투쟁’을 벌여왔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의 경우 비록 주말을 낀 3일간 ‘경고 시위’에 불과했지만 그 위력은 상당했다. KTX의 운행률이 평시 대비 68%까지 떨어진 데 이어, 화물열차의 경우 운행률이 평시 대비 36.4%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서울시의 백기투항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철도노조’ 파업의 위력을 체감한 탓이 컸다. 하지만 철도노조 측이 KTX와 SRT의 통합 등을 요구하며 오는 11월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터라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

철도노조의 ‘무기’ 광역철도

이에 철도파업에 취약한 현행 철도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연매출 6조3000억원의 ‘철도공룡’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광역철도 사업이다. 도시 간 철도를 뜻하는 ‘광역철도’는 코레일에서 KTX 사업 다음으로 큰 사업이지만, 운송 원가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적자를 내는 대표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코레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역철도에서 21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평시에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광역철도는 파업 국면에서는 철도노조 측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한다.

현재 코레일은 14개 광역철도 노선 운영을 위해 광역철도본부 산하에 5개 지역본부와 261개 역사의 방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광역철도 사업은 지방공기업이나 다른 민간철도 사업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서울지하철 3호선의 경우 코레일이 운행을 떠맡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구간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3호선의 경우 코레일 관할의 일산선과 직결돼 있는 까닭에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코레일이 공동으로 열차를 투입한다.

하지만 이 구간의 경우 코레일이 다른 광역철도 노선에 투입하는 좌측통행, 교류 2만5000V 전동차가 아닌 우측통행에 직류 1500V를 쓰는 전동차가 투입된다. 차량구매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 실제로 코레일은 이 구간(일산선)에서 2017년에만 514억원의 적자를 봤다. 현행 25% 정도를 담당하는 3호선 차량과 관할권을 서울교통공사 측에 모두 양도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3호선 차량정비 역시 서울교통공사가 일괄 수행하고 있다.

코레일 광역철도의 경우 승객들의 평가가 우호적이지도 않다. 차량 관리상태 등이 다른 지방공기업이나 민간이 운행하는 열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으로 운행하는 서울지하철 1·3·4호선 열차를 비교해 보면 차량 연식과 관리상태에 크게 차이가 난다. 도시철도에 불과한 광역철도 사업을 떼어내 다른 지방공기업이나 제3의 민간사업자에 넘기는 것이 이용자부담원칙에 맞고 전국 철도를 담당하는 코레일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코레일의 광역철도인 수인선(인천~오이도)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노선이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다. 인천지하철 1·2호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인천교통공사가 운행한다 해도 큰 문제가 없다. 동해선(부전~일광) 광역철도 역시 현재 전 구간이 부산광역시에 속해 있는데, 부산지하철 1~4호선을 운행하는 부산교통공사가 운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 부산교통공사나 인천교통공사 역시 각각 연간 2000억원, 1000억원대의 만성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사실상 지방철도는 지방정부 보조로 운행된다.

동해선 광역철도의 경우 코레일이 부산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와 별도로 운행하고 있어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 동일한 역명이 붙는 등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령 동해선 동래역은 부산지하철 1·4호선 동래역과 이름이 같지만 정작 2㎞ 가까이 떨어진 전혀 별개의 역이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행 측면만 놓고 보면 철도인력 공급 증가로 코레일과 큰 차이도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16일 타결된 서울교통공사 노사 협상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6일 타결된 서울교통공사 노사 협상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photo 뉴시스

파업에 취약한 서울교통공사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 출범한 연매출 1조9000억원의 서울교통공사 역시 파업의 약한 고리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선로를 공유하는 구간이 하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양대 지하철공사 통합을 강행한 끝에 코레일에 이은 ‘철도공룡’으로 태어났다. 통합 당시 인력구조조정을 배제한 터라 늘어난 인원수에 비례해 노조의 발언권만 강해졌다.

자연히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서해선(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을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인구 2000만명 수도권 ‘시민의 발’이 한꺼번에 묶여 버리는 최악의 구조다. 앞서 9호선 2·3단계 구간 운행을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9호선 운영부문 역시 철도노조 파업(10월11~14일) 직전인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파업을 벌였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복수 공사 체제로 환원하는 것이 몸집을 줄이는 첩경이지만 통합한 지 벌써 2년이 지난 터라 말처럼 쉽지 않다. 다만 서울교통공사가 코레일과 함께 운행하는 1호선을 떼어내 몸집을 줄이는 방안은 검토해볼 만하다. 1호선의 경우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의 서울지하철 1호선(종로선)을 필두로 경인선, 경부선, 경원선, 장항선이 한데 직결된 노선으로 운행한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약 20% 정도의 1호선 운행을 담당 중이다.

하지만 이 구간은 우측통행을 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다른 구간과 달리 좌측통행을 하는 열차가 투입된다. 코레일에서 쓰는 교류와 서울교통공사가 쓰는 직류 모두를 쓸 수 있는 직교류 겸용 전동차가 투입되고 있다. 이에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양 기관 모두 값비싼 직교류 겸용 전동차 구매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로서는 1호선 전체를 코레일 측에 양도하는 것만 못한 구조다.

결국 지나치게 비대한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의 불필요한 노선을 떼어내 몸집을 줄이는 것만이 철도 내실화를 기하고 연쇄 철도파업으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역설적으로 연쇄 철도파업 확대를 막은 것은 코레일에서 자회사로 분사한 SRT나 9호선(1단계), 공항철도, 신분당선, 우이신설경전철 등 제3의 민간철도 사업자들이었다. 불필요한 노선 정리는 양사의 경영 상황 개선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각각 1049억원과 53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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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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