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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특집 집중분석 | 커버스토리] 더쿠, 대한민국 대표 ‘여초’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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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0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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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집중분석 | 커버스토리]더쿠, 대한민국 대표 ‘여초’ 커뮤니티

▲ 일러스트 허인회

   한국의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는 남자 이용자가 대다수인 ‘남초 사이트’다. 몇 안 되는 ‘여초 사이트’ 중에서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한 커뮤니티가 있다. ‘더쿠’다.
   
   더쿠는 웬만한 남초 사이트와 겨뤄도 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한 달 방문횟수가 2726만회에 달한다. 단순 방문횟수만 따지고 보면 커뮤니티 사이트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인데 내실이 탄탄하다. 한번 방문한 이용자들은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서도 꽤 오래 머무른다. 열어보는 페이지도 많다. 그만큼 더쿠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더쿠는 여타 커뮤니티와 확연하게 다른 시스템을 가진다. 우선 회원과 비회원의 접근성이 차이가 난다. 비회원이라고 해서 게시물을 못 읽는 것은 아니지만 댓글 열람에는 제한이 있다. 비회원은 최근 1시간 내에 달린 댓글은 읽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때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정기적으로 회원가입을 받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6월 단 하루 동안 회원가입 창을 연 것이 마지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5만명 넘는 이용자가 가입을 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일찍 마감했다는 것이 운영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아예 본인 인증을 받은 회원만이 활동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더쿠가 이렇게 반폐쇄적인 운영 시스템을 고수하는 이유는 더쿠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이다. 더쿠는 매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말 그대로 더쿠는 오덕후를 위한 사이트다.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젊은 여성 오덕후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곳이다. 아이돌, 드라마, 연예인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표적인 예다.
   
   더쿠는 기본적으로 익명으로 운영된다. 글을 쓰는 사람도, 댓글을 다는 사람도 모두 동일한 ‘익명의 더쿠’다. 서로를 ‘덬’이라고 부르는데 반말을 한다.
   
   
   ‘케이돌 토크’가 가장 인기 게시판
   
   더쿠에는 수많은 게시판이 있다. 마치 디시인사이드처럼 이용자의 주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게시판이 생겨나곤 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게시판 중 하나는 ‘케이돌 토크’다. K팝 아이돌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게시판은 이용자가 몰릴 때는 1분에 한 페이지씩 글이 밀려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온다. 자유게시판 역할을 하는 ‘일상 토크’ 게시판에도 많은 이용자가 몰리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시판은 ‘스퀘어’다.
   
   주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는 스퀘어에는 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한 뉴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이돌의 공항 출국 사진이 뜨는가 하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를 홍보하는 글을 쓰는 이용자도 있다. 웬만큼 인기 있는 게시물은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몇백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다.
   
   여성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서브컬처에 대한 게시판도 있다. ‘BL’ 게시판에서는 남성 간의 연애를 소재로 하는 글과 그림, 즉 BL(Boy’s Love)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라마·영화·배우의 줄임말인 ‘드영배’ 게시판에서는 드라마가 방영할 때면 ‘소셜 시청(social viewing)’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TV 시청과 커뮤니티 소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행위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셜 시청’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더쿠에서는 거의 모든 게시판에서 소셜 시청이 가능하다.
   
   더쿠의 거의 모든 게시판에서 글을 쓸 때면 말머리를 선택할 수 있다. 말머리 중에는 ‘온에어’가 있는데 TV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감상을 남길 때 다는 것이다. 국내야구 게시판에서는 경기 때마다 각 팀 팬들이 소셜 시청을 하고 방탄소년단 게시판에서는 방탄TV가 재생될 때마다 온에어로 ‘달리는’ 팬들이 수많은 글을 남긴다.
   
   그러니까 더쿠의 콘텐츠는 자칫 상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많은 콘텐츠들이다. 스퀘어에는 거의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글들이 올라온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캡처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재미있게 본 영화나 만화를 소개하는 글도 올라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홍보하는 글도 있다. 자칫 ‘홍보의 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커뮤니티다.
   
   
   ‘왕덬’이 운영 방침 결정
   
   그래서인지 더쿠는 ‘왕덬’이라고 불리는 운영자가 대부분의 운영 방침을 결정하고 이끌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왕덬은 거의 모든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젠더 갈등이 격화될 때에 왕덬은 아예 관련 글을 못 쓰도록 방침을 정했다. 지난 10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스퀘어 게시판에 정치적 성향을 띤 글이 잇따르자 아예 ‘스퀘어에는 정치 글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정치토크 게시판에서만 관련 대화를 할 수 있게 밀어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독단적이라는 평을 받는 왕덬의 단호한 운영 방침 때문에 더쿠에는 거의 모든 팬덤이 모여 자유롭게 팬 활동을 즐긴다. 더쿠의 인기 있는 게시판 중에는 방탄소년단이나 강다니엘, 세븐틴 같은 K팝 아이돌이나 일본 아이돌그룹인 아라시 등이 있다. 갖가지 주제에 대한 게시판이 즐비한데 여성 이용자들이 많은 커뮤니티 특성상 ‘뷰티’ ‘연애’ 게시판도 인기가 있다. ‘국내축구’ ‘국내야구’ 같은 스포츠 게시판에서도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지는데, 대부분의 스포츠 주제 커뮤니티가 남성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이용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서는 ‘대통’ 게시판도 생겼다. 대통령의 팬들이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게시판이다.
   
   다시 말하자면 ‘요즘의 모든 팬덤은 더쿠로 통한다’. 비슷한 구성을 가진 디시인사이드에서 더쿠로 팬덤이 옮겨오기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반폐쇄적인 사이트 운영 방침에 있다. 회원도, 비회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악플이나 비방하는 글이 눈에 띄기 쉽다. 회원 간의 소통만 허락하는 더쿠에서는 좀 다르다.
   
   여초 사이트로서 더쿠는 남초 사이트와 다른 성향을 띤다. 페미니즘에 대한 온건한 시선이 대표적이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비판적이다 못해 비난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 데 반해, 더쿠에서는 ‘보러 갈 것’ ‘보고 싶다’는 반응을 얻는다. 스퀘어에는 성범죄나 성차별과 관련된 기사가 자주 업로드되는데 여성 이용자들의 호된 비판 댓글이 줄지어 달리곤 한다. 다른 여초 커뮤니티에 비해서는 온건한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페미니즘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친(親)민주 성향이지만 반(反)조국
   
   반면에 인종과 종교 같은 문제에서는 반난민, 반이슬람 같은 성향을 띤다. 조선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뚜렷한 ‘반일(反日)’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커뮤니티 내용을 번역해 옮기는 게시물이 매번 인기를 얻는데 대개 일본 사회에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지난 4월 여자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가 소셜미디어에 일왕 즉위와 관련해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곧바로 더쿠 커뮤니티가 반응했는데 사나의 발언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게 불거진 것이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거의 모든 게시물이 사나의 발언과 관련되기 시작하면서 하루 정도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의 특성상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때는 친(親)민주당 성향이 매우 강했던 더쿠에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일베 인구가 유입됐다’는 다툼이 연이어 일어났던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운영자인 왕은 곧바로 이에 대해 해명하고 스퀘어에서 정치 글을 쓰는 일을 금지했지만 사회의 불공정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들의 특성상 최근 케이블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작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반응이 뜨겁다.
   
   여성 이용자가 더 많은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의 규모를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일은 전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간 여초 커뮤니티는 보통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더쿠가 회원 관리 시스템 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콘텐츠가 공개돼 있다는 점은 기존 여초 커뮤니티와 분명히 차이가 난다. 드문 운영 방침에 충분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초 커뮤니티의 ‘대장’ 자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초 커뮤니티의 흥망성쇠
   

   ‘더쿠’처럼 거의 대부분의 여초 커뮤니티는 반폐쇄적 혹은 완전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곳은 ‘여성시대(cafe.daum.net/subdued20club)’다. 다음 카페 중 하나로 개설된 이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웬만한 게시글을 읽으려면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을 인증해야 한다.
   
   단독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개별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디미토리(dmitory.com)’는 회원가입 시기가 정해져 있다. 가입을 해도 몇몇 게시판에는 접근이 어렵다. 글을 쓰고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활동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여초 커뮤니티가 이렇게 ‘닫힌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이유로는 남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커뮤니티와는 주제와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대다수의 남초 커뮤니티는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대화가 이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다수가 남성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이용자들이 자신들만의 대화 이슈와 방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접근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대다수 여성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대중문화·미용같이 외부의 상업적인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여초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 이용자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테면 전문적인 홍보 담당자가 쓴 것 같은 ‘홍보글’은 운영자가 직접 나서 삭제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운영자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 많은 여초 커뮤니티가 그간 운영진과 이용자 간의 갈등으로 부침을 겪어왔다는 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때 여초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사이트로 일컬어졌던 ‘베스티즈(bestiz.net)’는 운영자와 이용자와의 갈등 때문에 ‘인스티즈(instiz.net)’로 분화됐다. 역시 베스티즈에서 분화돼 반폐쇄적인 운영으로 인기를 얻었던 ‘외방 커뮤니티(www.oeker.net)’는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운영진과 이용자 간의 갈등 끝에 새로 개설된 ‘디미토리’로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부침을 겪었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 자리 잡은 여초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마다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82쿡(82cook.com)’은 30~40대 이상 주부들이 주를 이룬다. ‘쭉빵카페(cafe.daum.net/ok1221)’에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있다. 각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매우 다르다. 서로를 지칭할 때 더쿠에서는 ‘덬’이라고 하지만 디미토리에서는 ‘톨’이라고 하고 인스티즈에서는 대개 ‘익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느끼는 커뮤니티에 대한 동질감은 매우 높다. 커뮤니티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도 높고 이용자들이 한번 방문하면 머무르는 시간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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