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의혹에 휩싸였던 국방부 산하기관장이 부임 이후 직원들에 가한 징계가 논란을 빚고 있다. 부당채용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직원들은 징계 사유가 석연치 않다며 반발했고 상당수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징계 철회 조치를 받아냈다. 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을 비롯해 일부 직원들은 “낙하산 기관장이 전임 기관장 시절 임명됐던 직원들에게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기관은 국방부 산하 국방전직교육원. 전역을 앞둔 군인들에 대한 직업 전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한 해 약 1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곳이다. 원장직에는 약 1억원의 연봉과 관용차가 제공된다. 현 원장은 2018년 5월 부임한 이모씨로, 지난 1월부터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국방부가 원장 선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전직교육원 측에 본인들이 내정한 인사를 원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주문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예비역 공군 대령 출신인 이모 원장이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모 원장은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국방부 측은 이런 낙하산 의혹 제기에 해명자료를 내고 “원장 공모에서 선발되지 못한 인사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직원 징계는 2018년 11월 시작된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는 고위층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불거지자 이러한 조치를 취했는데 전직교육원도 지난 2월 국방부 감사관실로부터 모두 5명의 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 처분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징계 대상에 오른 직원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결국 징계가 이뤄져 민간인 직원 3명은 감봉 1개월, 현역 군인 신분 직원 1명은 정해진 대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방노동위 ‘징계 철회하라’ 판정

이후 민간인 직원들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8월 경기지방노동위는 이들에게 내려진 감봉 1개월 처분이 부당하므로 이에 대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근거는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서류심사에서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가 진행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면접 전 이들에게 정량평가 채점표 자체가 제공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성평가로 진행한 것을 채용비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단이 내려진 노동위 회의에는 이모 원장도 참석했는데 민간인 직원 3명에게 징계를 내린 근거가 무엇이냐는 노동위 측 질문에 이모 원장은 “정황상…” “사회적 분위기가”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당시 징계는 법 적용을 잘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인사법상 징계 요구 시효는 사건 발생 이후 3년 이내로 정해져 있는데, 이 일로 징계받은 현역 군인 신분 직원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 채 그대로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방부 감사 결과 이들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날짜는 2015년 12월이어서 이미 징계 요구 시효 3년이 지난 상태였다. 징계를 받은 4명 중 현역 군인 신분 직원에게는 이 3년의 징계 시효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직교육원 내에서 채용비리 연루로 조사를 받던 또 다른 군인 신분 직원은 이 조항이 적용돼 국방부 감찰실에서 징계를 철회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조항을 누구는 적용받고 누구는 적용받지 못하는 등 징계 조치 자체가 오락가락했던 셈이다.

징계를 당한 직원들을 비롯해 전직교육원 직원들 상당수는 애초에 ‘채용비리’라는 혐의가 부당하게 씌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뿐만 아니라 2016년에도 똑같이 제공된 평가표로 채용면접을 진행해왔는데, 직원 4명이 심사위원을 맡은 이 경우만 채용비리 건으로 적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신임 원장이 우리를 ‘전임 원장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징계를 한 것 같다”며 “미운털 박힌 직원을 솎아내기 위해 무리한 징계를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징계 사유를 알기 위해 국방부에 감사결과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제한적 공개 또는 비공개 결정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다.

원장 전횡에 직원들 노조까지 결성

기관장이 직원들을 무리하게 징계하려 했다는 내부 반발이 이어지자 원장은 공개 석상에서 “징계를 서둘러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해명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부에 있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식의 설명도 덧붙였다. 직원에 대한 징계 권한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탓을 한 셈이다.

취임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원장과 직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결국 지난 8월에는 기존에 없던 노조까지 결성됐다. 현재 노조가입 대상자 중 80% 가까이가 가입한 상태라고 한다.

국방부는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모 원장의 취임 과정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 전직교육원은 2017년 11월 기존 원장의 임기가 만료되자 신임 원장직 공모를 진행했다. 최초 원장 모집에 지원한 지원자는 총 18명이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전직교육원 측에 ‘적격자 없음’을 통보하면서 ‘현 정부의 7대 검증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자들이 왜 7가지 기준에 위배되는지 그 이유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모 원장은 이 1차 공모에는 지원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2월 2차 공모에 이모 원장을 포함해 12명이 지원하자 국방부는 이 중 4명을 추려 순위를 매긴 뒤 교육원에 통보했다. 당시 공모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모 원장이 국방부의 1순위 추천 후보자였다. 그러자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선 이사회 의결, 후 국방부 임명 순으로 가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며 “임명권자인 국방부 장관은 이사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승인하기만 하면 되는데, 국방부가 먼저 인물을 추려 추천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반발이 일었다. 이때 한 이사는 “추천되지 못한 응모자는 어떤 결격 사유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국방부 의도대로 움직인다면 이사회는 ‘핫바지’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10월 31일 서면 답변 자료에서 ‘4명의 지원자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규정에 명시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전직교육원법 및 정관에는 ‘원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국방부 장관이 임명한다’라고만 명시되어 있고 세부 채용절차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서 “전직교육원 이사회에서 4명 중 1명을 선임·의결 후, 장관이 임명한 절차는 법과 정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당시 이사회에서는 이모 원장의 ‘정당 활동’ 전력 때문에 원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모 원장은 공모 당시 이력서에 ‘민주당 중앙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활동’을 적었는데 이것이 정당 활동에 해당한다는 일부 이사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직교육원 정관은 ‘정당 소속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이사회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현 교육원장은 공모 당시 이력서에 분명 ‘민주당 중앙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활동’을 적었다”며 “2018년 5월 취임한 이후 민주당 측에 자신의 당적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낙하산 의혹, 보복성 징계 논란 등의 상황과 관련해 이모 원장은 10월 31일 주간조선에 보내온 서면 답변 자료에서 “인사운영은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혁신 지침 및 교육원의 규정과 절차에 따랐을 뿐이며 인사전횡을 행사한 적이 없다”면서 “최근 노조 설립은 직원들의 권리보장과 노사상생을 위한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적인 당적 보유 외에 정당 특별자문위원 활동 또는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일절 없는지’라는 물음에는 “정당에 가입한 적도 당적을 보유한 적도 없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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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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