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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햄버거병’ 3년 투병 가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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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1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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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햄버거병’ 3년 투병 가족의 눈물

▲ 지난 10월 29일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진행된 맥도날드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은주씨.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이 아이가 살아난 건 기적입니다. 정말 하늘이 극적으로 살려냈다고 봐야 해요. 나중에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마시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게 해주세요. 지금 이렇게 살아났으니까요.”
   
   2016년 말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던 만 7살 A양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소아재활의학과 한 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A양은 만 4살이 되던 해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는데, 병원은 A양이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HUS)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HUS는 장출혈성대장균이 독소를 분비해 신장과 뇌, 췌장 등 신체 주요 기관을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주로 소아에서 발병한다. 국내에선 햄버거병으로도 일컬어진다.
   
   당시 아이가 걸린 HUS는 만성신부전증과 뇌전증, 소아우울증, 경계성인지장애 등 5개가 넘는 추가 질환을 불러왔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A양의 투병 생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사이 A양과 병간호를 도맡고 있는 어머니 최은주씨의 일상도 적지 않게 변화했다.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안성시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최씨는 최근 검찰의 맥도날드 재수사 소식에 기쁨을 표하면서도, 호전되지 않는 아이의 병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아이가 그때 아예 햄버거를 먹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 A양이 쓰고 있는 약품들.

   “세균 햄버거 먹어서 미안해”
   
   A양과 최은주씨의 일상이 뒤바뀐 건 지난 2016년 9월 25일 가족 모두가 평택 한 맥도날드 지점을 찾은 날이다. 당시 최씨 가족은 A양이 해피밀 세트에 포함된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해서 맥도날드를 방문, 해피밀 세트 2개를 주문했다고 한다. A양은 불고기버거 한 개를 모두 먹었는데, 그날 저녁 무렵부터 건강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놀던 중 “배가 편하지 않다”며 복통을 호소한 것이다. A양은 기저귀를 뗀 지 오래였지만 잠자리에 설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날 A양이 먹은 건 햄버거 한 개와 보리차가 전부였다.
   
   최씨는 A양의 상태가 이상하다 싶어 다음날 오전 동네 병원을 찾았다. 최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A양이 극심한 장염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토와 설사 증상이 지속되고 혈변을 보는 등 아이의 병세가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A양을 곧바로 더 큰 병원인 아주대병원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A양은 혈액·소변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았고, 병원은 A양이 HUS 증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치의는 당시 먹었던 햄버거가 발병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소견을 내놓았다. 9월 30일 A양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격리 투석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렸던 A양 인체 내 장출혈성대장균 독소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치료도 전에 뇌 등 주요 기관을 손상시켰다. 뇌경련에 따른 발작, 심정지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A양은 병원에서 수차례 응급처치, 수술을 받으며 생사를 오가는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A양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시기는 그해 12월 20일. 퇴원 절차를 밟았지만 A양의 신장 기능은 이미 90% 이상 저하된 상황이었다. A양은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온 A양의 일상은 이전과 달라졌고, 최씨는 A양의 병간호를 위해 수년간 이어온 대학교 강사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그날 이후 A양 하루 일과의 절반은 ‘치료’가 됐다. 10여개의 약을 식전·식후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 중이다. 매일 저녁 1~2회 주사도 맞는데, 그의 어머니인 최은주씨가 주사 투여를 도맡고 있다. 매번 병원에 갈 수 없어 최씨가 주사 방법을 배워 직접 집에서 조치하는 것이다. 저녁 9시 전후로는 신장투석을 반복한다. 최씨는 “10시간가량 투석을 진행하는데, 아이가 움직이거나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더 오래 진행한다. 오늘 한 회 투석이 내일을 살아가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A양은 투석을 위해 복막 안쪽과 투석기를 연결하는 줄을 복부에 항상 차고 다니는데, 평소엔 이 줄을 복대 등에 넣어 정리해 다닌다고 한다. 여름날이면 복대 착용으로 등과 복부에 땀띠가 날 수밖에 없다.
   
   신체 주요 기관들이 약해지다 보니 A양의 활동량은 현저히 줄었다. 최씨는 “다리 힘이 없어 줄곧 전다. 비탈이나 계단을 오를 땐 옆에서 붙들어줘야 한다. 멀리 가본 곳도 인근 대형마트 정도다. 아이는 여기만 가도 최고의 나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장 기능 저하에 따른 제한적인 식사, 각종 피부염 등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A양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조퇴, 결석이 잦고 혈압약 부작용에 따른 비정상적 발모 증상으로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기 일쑤라고 한다. 최씨는 이런 A양을 위해 매일 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대기 중이다. A양이 혹시 모를 이상증세를 보일 경우 곧바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안쓰러워 아이에게 학교 가지 말고 집에서 놀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만큼은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공부하면 소속감 등을 느낄 수 있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양은 몸이 아픈데도 담임선생님에게 “참아보겠다”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1분이라도 교실에 더 있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최씨가 요즘 염려하는 건 A양이 점차 성장하면서 자신을 자책, 나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난주에 아이를 소독하고 씻긴 후 소파에 누워 있는데 아이가 내게 와서는 ‘세균 많은 햄버거 한 개를 내가 다 먹어서 미안해. 엄마가 날 도와주는 게 되게 힘들지? 근데 그때 세균이 정말 안 보였어. 그래서 먹었던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미안해 엄마’라고 하더라. 어른들이 잘못해서 발병한 건데, 어느새 아이가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곤 펑펑 울었다.”
   
   
▲ 2016년 10월 입원 당시 A양의 모습. photo 최은주

   검찰 재수사 착수 “허위진술 강요 여부 쟁점”
   
   최은주씨는 A양의 건강이 악화된 데에는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을 관리, 판매한 맥도날드 책임이 크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문제제기도 했으나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받았다. 이에 2017년 한국 맥도날드와 임직원들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찰은 햄버거와 아이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 최씨가 제기한 항고와 재정신청도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대신 맥도날드에 패티를 납품한 육류 가공저장 처리업체 명승식품(구 맥키코리아) 임직원 3명만을 지난해 2월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판매사 브랜드를 보지 그 하청업체를 따지진 않는다. 근데 하청업체만 기소 처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맥도날드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A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는 4명이 더 있다. 최씨는 지난 3년간 이와 관련해 맥도날드 재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서울 광화문 등에서 수차례 벌이기도 했다.
   
   그의 노력이 결국 빛을 발한 것일까. 검찰은 10월 25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햄버거병과 관련해 맥도날드 수사에 돌입했다. 올 1월 시민사회단체 등 300여명이 한국맥도날드와 명승식품 등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 등으로 새롭게 고발한 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움직임이었다. 사실상 재수사다.
   
   최은주씨 등은 최근 맥도날드의 허위진술 지시 정황 등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녹취록에서 맥도날드 전직 직원은 “조사받기 전날 변호사랑 본사 직원이랑 셋이서 미팅을 했고 거기서 이런 거에 대해 먼저 대답해보라 한 뒤, 내 답변을 가지치기 했다. 조사에서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중요한 얘기만 해라, 잘하고 있는 것만 얘기해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굉장히 강압적이었다는 것이 이 직원의 설명이었다.
   
   최근 맥도날드의 식품위생안전 관련 내부 제보도 잇따르는 분위기다. 시민사회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취합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맥도날드 일부 지점들은 햄버거 패티를 덜 익히고, 곰팡이 생긴 토마토를 사용, 식자재 보관 위생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교육을 받지 않은 햄버거 배달 직원이 직접 햄버거 조리에 나선 정황도 나왔다.
   
   최은주씨의 지난 형사 고소 대리인을 맡았던 황다연 법무법인 혜 변호사는 “허위진술을 강요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과거 맥도날드 측과 참고인 진술은 모두 거짓이 된다. 이 건은 이번 검찰 조사의 주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제기된 부적절 운영 행태는 맥도날드 수사의 참고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서울지검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지휘했던 사건이다. 당시 맥도날드 범죄 입증을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 허위진술 교사 등이 있다면 이를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맥도날드 측은 억울하다고 답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미 지난 조사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양이 먹은 게 HUS를 발병시키는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 패티였다는 점, 질환의 잠복기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무혐의 처분 근거였다. 발병 원인과 감영 경로도 다양하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같은 문제를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기된 부적절 운영 행태, 허위진술 강요 정황은 출처가 불명확해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렵고 일부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맥도날드 측은 식품안전 유지를 위해 전국 410여개 매장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은주씨는 거대 기업 맥도날드와의 싸움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첫 소송이다. 선례를 남겨야 한다. 여기서 내가 물러서면 다음에 발생할 피해자들은 적정 조치, 사과는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내 아이, 이 사회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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