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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 미국 간 탈북여성들 중국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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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1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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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미국 간 탈북여성들 중국을 고발하다

▲ 미 의회에 간 탈북여성들. 왼쪽부터 손명희씨,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오은경 상담심리전문가. photo 통일맘연합회
“한국에 정착한 탈북 모자는 왜 아사했나요?” “탈북여성들은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고 있나요?”
   
   미국을 방문한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미국을 찾았다.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을 돌며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 처한 인권 유린 상황을 고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학생들은 만나자마자 ‘한국의’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부터 물어왔다고 한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한성옥씨 모자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난 건지, 그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묻더라. 대답하느라 힘들었다.”
   
   통일맘연합회는 탈북여성을 돕는 모임이다. 창립 첫해인 2016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내 탈북여성의 인권 피해 상황을 한국 사회에 알렸다. 탈북여성인 회원들은 100여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자녀를 두고 혼자 한국으로 탈출한 여성들이다. 김정아 대표부터도 그런 경우다. 이혼 후 임신한 몸으로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에서 매매혼을 당했다. 딸을 낳고 중국에서 살다, 중국 공안의 추적을 피해 한국으로 탈출했다. 이혼한 중국인 남편은 김 대표의 아이를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
   
   통일맘연합회는 지난해 ‘내 아이 안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심층면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국과 북한에 자녀를 두고 온 경험이 있는 탈북민 38명을 심리 전문가들이 면담해 증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지난 5월 영국 의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은 인권 침해”
   
   탈북여성들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기 위해 영국에 이어 미국을 찾은 일행은 김 대표와 손명희·이선희씨 등 탈북여성 세 명이었다. 이들은 미국 정부기관과 대학교, UN 등을 방문했다. 상담심리전문가인 오은경 통일맘연합회 이사도 함께했다.
   
   이들이 미국에서 증언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성매매 등의 인권 유린이다. 둘째, 북송 후 강제낙태 문제다. 셋째, 중국에 남겨진 탈북여성들의 배우자, 즉 중국 남성들과 자녀들이 겪는 문제다. 넷째, 탈북여성들이 탈북 과정과 남한 정착 과정에서 겪는 심리 문제다.
   
   손명희(35)씨는 이 네 가지 문제를 모두 직접 겪은 경우다. 손씨는 함경남도 단천 출신이다. 친부모는 누군지 모르고, 양부모 아래 살았다. 양부모는 검덕 광산 농장원이었다. 배급이 끊기자 광산에서 나오는 아연 정광(광산에서 채굴한 원광을 선광한 흙)을 내다팔다가 보위부에 적발됐다. 체포되기 전에 집을 나서 3년을 산속에 숨어 살았다. 그러다 2007년 중국으로 탈출했다. 1차 탈북이었다.
   
   탈북 직후 하얼빈에 사는 한족 남성에게 팔려갔다. 아들과 딸을 낳고 장사를 하며 잘 지내는 듯했다. 2012년의 어느 날 같은 마을에 살던 탈북여성이 ‘큰 장삿거리가 있다’며 북한과의 국경 쪽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 마을의 탈북여성 3명이 함께 국경 쪽으로 갔다. 장사 밑천 조로 목돈을 마련해 가슴에 품은 채였다. 이들을 기다린 건 북한군 국경경비대였다. 탈북여성들을 북한으로 데려오기 위한 북한 보위부의 ‘함정’이었다.
   
   보위부에서 손씨는 ‘남조선 스파이가 아니냐’며 고문을 당했다. 갖고 있던 목돈이 남조선에서 받은 ‘검은돈’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심한 폭행 끝에 손씨는 맹장이 파열됐다.
   
   보위부 요원들은 손씨가 통증에 까무라치면 증상완화제인 아트로핀 주사를 맞혀가며 고문을 이어갔다. 아무리 주사를 맞혀도 손씨가 정신을 못 차리자 그제서야 보위부 요원들은 손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으로 이송돼도 고통은 여전했다. 마취도 없이 침대에 묶인 채 입에 수건을 물고 맹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당시 보위부 감옥에는 중국에서 붙잡혀온 다른 탈북여성도 있었는데 임신부였다. 이 여성은 ‘중국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온 범죄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요원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폭행 끝에 조산을 했는데, ‘중국 놈 아이는 살려선 안 된다’며 아이를 비닐에 싸서 버렸다고 한다. 아이의 엄마도 한 달 만에 죽었다. 당시 ‘남조선 간첩’ 혐의를 받은 손씨는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로 이송될 위기에 처했지만 공개재판을 위해 강제이송하던 도중 극적으로 탈출했다. 고문과 각종 인권유린 등 지옥 같은 보위부 감옥에서 아홉 달을 보낸 후였다. 당시 몸무게가 27㎏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체구가 작아져 하수구에 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손씨는 탈출 후 삼촌 집으로 갔다. 삼촌 가족은 손씨를 천장에 숨게 했다. 보안원들이 수시로 집을 수색했지만 손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손씨는 열흘간 몸을 추스른 후 다시 길을 떠났다. 손씨에게 사촌언니는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산나물을 뜯어먹으며 산에서 산으로 도망쳐 간신히 국경 부근에 닿았다.
   
   기댈 건 중국인 남편뿐이었다. 국경 마을에서 간신히 전화를 거는 데 성공해 중국인 남편이 돈을 보내줬다. 몸을 추스르며 재차 탈북 기회를 노렸다. 숙박비를 두 배씩 내면서 숙소를 옮겨가며 때를 살피다가 2014년 7월 2차 탈북에 성공했고 이듬해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중국인 남편과 자녀들 모두 한국에 들어와 지금은 다 함께 살고 있다.
   
   김 대표는 손씨의 사례와 비슷한 탈북여성들의 심층면담 결과를 분석하며 최근 탈북여성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면담자 중 2010년 이후에 탈북한 여성은 10대가 가장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 나이에 팔려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다.”
   
   중국 정부가 최소한 탈북여성 강제 북송만 중지해도, 이들이 인신매매를 당하며 출산을 거듭한 끝에 자녀들과 헤어지는 비극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 북송 문제 안보리에 상정하겠다”
   
   김 대표는 이번 미국행의 가장 큰 성과로 탈북여성 북송 문제가 단순히 북·중 간 사안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 문제’라는 걸 알린 점을 꼽았다.
   
   “중국 남성과 탈북여성들이 설혹 매매혼으로 만났더라도 잘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 모두 공안에 쫓겨다니며 심각한 심리적 불안 상태에 놓인다. 강제 북송은 당사자인 탈북여성뿐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인 중국 남성들과 자녀들의 인권 또한 침해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이 점을 강조했다.”
   
   중국인 남편과 재결합 이후 이혼하고 끝내 숨진 탈북민 한성옥씨 같은 사례도 있지만, 중국에서 만난 중국인 남편과 잘 살고 있는 손명희·이선희씨 같은 탈북여성도 있다.
   
   김 대표 일행은 이번에 미 의회에서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과 면담을 했다. 텍사스 출신인 크루즈 의원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다. 2016년 대선에선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당시 후보와 경선에서 붙으며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17년엔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데 앞장섰다. 상원 군사위원회를 거쳐 올해부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북 협상에 대해선 “클린턴 행정부 시절처럼 북한에 핵무기 포기 약속을 대가로 제재를 해제하는 식의 합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은 자아도취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크루즈 의원은 면담을 하며 탈북여성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저의 가족도 공산주의의 피해자들이다. 독재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이 부당하다는 걸 알리겠다.”
   
   미 국무부와 유엔 미국대표부 관계자들도 이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탈북여성들의 증언을 듣고 이들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이 탈북민뿐 아니라 중국인들의 인권도 침해한다는 새로운 증거”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유엔 미국대표부 보좌관들은 “12월에 열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강제 북송 문제를 꼭 상정하겠다”고 탈북여성들에게 약속했다는 것이 이번 미국 방문단의 얘기다.
   
   김 대표 일행은 미국 대학생들도 만났다. 브라운, 웨슬리, 조지워싱턴, 예일, 조지타운, 조지메이슨 등 총 6개 대학에서 자신들의 삶을 증언했다. 김 대표는 2016년에도 미국 대학을 방문했는데, 이때와 비교해 학생들의 반응이 사뭇 달랐다고 한다.
   
   “유학생들 중엔 중국에서 온 학생이 많은데 2016년 방문 때는 중국 유학생 중 제 증언이 정말 사실인지 물어오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번엔 그런 학생들이 없더라.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학생들은 특히 탈북민의 심리 문제를 궁금해했다고 한다. 남한에 정착 후 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는지 물어오기도 했다. 동행한 오은경 박사의 설명이다. “탈북여성들은 크게 두 가지 심리적 외상을 안고 있다. 첫째는 북한 체제 내에서 겪은 심리적 외상이다. 총살을 목격하고, 고문을 당하고, 가족이나 친인척의 죽음을 확인하며 경험하는 충격이다. 둘째, 탈북 후 느끼는 강제 북송에 대한 공포다. 탈북여성들은 심리 상담을 받는 걸 주저한다. 정서적 문제를 털어놓으면 정신병에 걸린 것으로 인식될까 두려워한다. 전문가들이 어떻게 개입할지 상담자들을 어떻게 교육할지를 앞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들을 상담실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집단상담을 했는데 이젠 이들 개개인에 맞춰 치료를 진행하고, 그 과정을 관찰해 사례를 모아야 한다.”
   
   김 대표 일행은 백악관과 국가지형정보국(NGA)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미국 심장부에 건넨 호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뉴스 속 이야기
   방미 탈북여성 도운 한국계 입양아 “친부모를 찾습니다”
   
▲ 수원역 인근에서 발견될 당시 지순자씨의 모습. photo 지순자
통일맘연합회의 이번 미국 일정을 조용히 도운 이가 있다. 지순자씨다. 일정에 동행하며 탈북여성들을 친자매처럼 챙겨줬다. 지씨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정확히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가정에 입양된 경우다. 탈북여성 김정아 대표와 손명희씨도 역시 북한에서 입양돼 컸다. 세 명 모두 낳아준 부모는 물론 자신들의 생일도 모른다. 지씨의 말이다. “김 대표와 손명희씨가 입양아로 컸다는 말을 듣자, 문득 이들이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부모나 친척을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알기 때문이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의 피붙이는 한 명도 없구나,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가족이 있거나 하다못해 가족의 사진이라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겐 명확히 전달될 수 없는 감정이다. 미국에서 난 부족함 없이 살았다. 두 분이 살아온 얘길 듣자 삶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같은 한반도에서 태어났다. 왜 누군가의 인생은 수월했고 다른 누군가는 기근, 고문, 배신 같은 걸 겪었을까. 결국 신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걸 탈북자들과 나누고 싶다.”
   
   지씨는 1973년 10월 30일 수원역사 밖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생후 약 13개월이었던 걸로 추정된다. 다행히 건강은 나쁘지 않아 예닐곱 달 후 미국으로 입양됐다. 지순자라는 이름은 입양기관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한국의 친부모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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