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 최근 IS 수장 알 바그다디 제거작전에 투입돼 공을 세웠다. ⓒphoto 조선일보
미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 최근 IS 수장 알 바그다디 제거작전에 투입돼 공을 세웠다. ⓒphoto 조선일보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알 바그다디를 제거하는 작전 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기밀해제돼 공개된 영상에는 미 특수부대가 알 바그다디가 은신해 있던 건물에 접근하는 모습, IS 대원들에 대한 미 전투기 공습, 무인공격기에 의한 알 바그다디 은신처 정밀타격 장면 등이 포함됐다.

영상에서 알 바그다디 은신처를 습격한 미 특수부대원들은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Delta Force)로 알려졌다. 델타포스 등은 지난 10월 26일 자정쯤(현지시각) CH-47 헬기 8대에 나눠 타고 이라크 아르빌의 군사기지를 떠나 시리아 국경을 넘어 알 바그다디 은신처에 접근했다. 전투기와 ‘리퍼’ 무인공격기 등의 엄호 공격하에 델타포스는 건물 옆쪽 벽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알 바그다디는 자녀 셋을 데리고 지하터널로 도망쳤고, 미군은 군견을 투입해 추격했다. 군견에 쫓긴 알 바그다디는 결국 항복을 거부하고 자폭했다. 이번 작전명은 ‘카일라 뮬러’.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하다가 2015년 IS에 인질로 붙잡혀 희생된 미국 여성의 이름을 땄다.

그동안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인 아르빌에서는 다수의 델타포스 요원들이 비밀리에 작전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IS 테러범이나 요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나오면 즉각 제거 또는 체포 작전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실시된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에는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6팀이 투입돼 이번 작전과 좋은 대비를 이뤘다. 네이비실 6팀은 ‘데브그루(DEVGRU)’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델타포스와 쌍벽을 이루는 미 최강의 특수부대다.

이번 알 바그다디 제거작전의 1등 공신인 델타포스는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의 핵심 전력으로, 공식 명칭은 제1특전단 작전분견대다. 티어(Tier) 1급 특수부대로 분류돼 있다. ‘티어’는 미 특수전사령부에 속해 있는 특수부대가 수행하는 임무의 중요도, 지출 예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 것이다. 티어 1급은 미 특수부대 중 가장 중요도와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보통 미 대통령의 직접 지시 또는 승인을 받은 국가급 전략 임무를 수행한다. 티어 1급 특수부대로는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외에, 특수첩보부대, 공정통제사(CCT) 등으로 구성된 미 공군 24특수전술대대 등이 있다.

델타포스는 1977년 영국 공수특전단(SAS)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육군 소속으로 그동안 많은 대테러 작전과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1980년대엔 파나마 침공작전 당시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작전에 투입됐다. 1990년대 들어선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 ‘스커드 사냥 작전’에 투입돼 활약을 했다. 당시 델타포스는 발견한 스커드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에 대해 항공폭격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타고 있던 차량의 대전차 로켓과 중화기, 유탄발사기 등을 동원해 미사일 발사차량을 무력화했다.

심지어 망치까지 동원해 발사차량을 때려부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013년 10월엔 198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동시 폭파 테러를 지휘한 알 카에다 고위 지휘관 아부 아나스 알 리비를 리비아 트리폴리의 은거지에서 납치하는 데 성공, 미 본토로 끌고 와 재판에 회부토록 했다.

하지만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80년 4월 실시됐던 주이란 미대사관 인질구출작전 실패는 델타포스의 대표적인 ‘오점’으로 남아 있다. ‘독수리 발톱(Eagle Claw)’으로 명명됐던 이 작전은 델타포스가 창설된 뒤 첫 실전투입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미군 RH-53D 헬기 1대가 급유를 해주던 C-130 수송기를 들이받아 수송기 승무원 5명과 헬리콥터 승무원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는 엄밀하게는 델타포스의 과실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헬기 운용 등이 초래한 비극이어서 델타포스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데브그루는 미 해군 특수전개발단(U.S 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DEVGRU)이라는 의미다.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제6팀을 모체로 하고 있다. 1987년 창설된 뒤 많은 실전에 투입됐다. 병력 숫자는 1700여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규모는 비밀이다.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데브그루. 명성 높은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 중에서 선발되며 빈 라덴 제거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미 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데브그루. 명성 높은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 중에서 선발되며 빈 라덴 제거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IS 창시자인 알 바그다디를 추적한 군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이다. ⓒphoto 뉴시스
IS 창시자인 알 바그다디를 추적한 군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이다. ⓒphoto 뉴시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델타포스처럼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201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 CH-47 헬기가 RPG-7 로켓에 맞아 추락하는 바람에 데브그루 대원 22명을 포함, 총 31명과 군견 1마리가 전사한 것은 최대 비극 중의 하나로 꼽힌다. 2017년 1월엔 알 카에다 예멘 지부 타격작전에 투입돼 알 카에다 대원 14명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지만 데브그루 대원 윌리엄 오언스 중사가 전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처음 명령한 특수작전이었고, 오언스 중사 영결식엔 트럼프 대통령과 딸 이방카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가 빈 라덴이나 알 바그다디 제거작전 때 모두 군견을 활용했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를 잡는 데 공을 세운 군견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를 잡고 죽이는 데 대단한 일을 한 아주 멋진 개의 사진을 기밀 해제했다!”면서 혀를 내밀고 앉아 있는 군견의 사진을 올렸다. 빈 라덴 제거작전 때에도 ‘카이로’라는 이름의 군견이 활약했었다.

미 최강 특수부대의 쌍벽을 이루는 두 부대 사이엔 몇 가지 차이점도 있다. 우선 델타포스는 육군, 데브그루는 해군 중심이라는 점이다. 대원 선발과정의 경우 델타포스는 제75레인저연대, 그린베레 등 육군 특수부대 출신들을 먼저 선발하고, 그외 보병부대, 주방위군, 해안경비대 등 다양한 특수부대에서 선발한다. 반면 데브그루는 네이비실 대원 중에서만 선발한다. 훈련 과정은 델타포스는 지상 훈련에, 데브그루는 해상 훈련에 중점을 둔다.

‘두 특수부대 중 누가 더 센가’도 단골 논쟁거리인데 적어도 인지도 면에선 데브그루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네이비실이나 데브그루가 등장한 영화가 델타포스 영화보다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과 알 바그다디 제거작전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도 많다고 지적한다. 유사시 적국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엔 미사일보다 최정예 특수부대가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빈 라덴 제거 때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타격, B-2 스텔스폭격기 폭격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 결국 특수부대 투입을 결정했던 배경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우리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국가 전략무기 차원에서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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