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근거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지난 10월 21일엔 홀수 차량의 진입만 허용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근거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지난 10월 21일엔 홀수 차량의 진입만 허용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시계를 다섯 달 전으로 돌려보자. 환경의 날이었던 지난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창원에 내려가 미세먼지를 두고 연설을 했다. 일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중요 원인이다. 앞의 두 정부는 22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허가했다. 우리 정부는 탈석탄을 목표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 과거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중 4기를 폐쇄했고, 남은 6기도 2021년까지 폐쇄할 계획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대부분 경유자동차를 비롯한 수송 분야다. 운행 중인 경유차를 조기에 감축하고, 친환경차로 대체하는 정책이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

꽤 긴 연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적이 두 차례 등장했다. ‘중국’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대처를 위해 국회는 추가경정예산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인식을 일별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중국발 미세먼지 없으면 ‘좋음’ 50% 늘어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크게 국내 요인과 해외 요인, 즉 중국 요인으로 나눠진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그 비율에 대해선 아직 국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 정부 기관도 각기 조금씩 다른 분석결과를 발표해왔다. 이 중 두 가지 자료를 보자.

지난 1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 관측 데이터 등 국내외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세먼지의 요인을 분석했다. UN 글로벌 펄스(UN Global Pulse) 자카르타 연구소와 함께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 예측 및 주요 요인을 데이터에 기반해 살펴봤다. 그 결과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 발생 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의 미세먼지(PM10)가 ‘나쁨’(81~150㎍/㎥)일 경우 바람은 서풍, 즉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이때 베이징·허베이성·산둥성·산시성 등 중국 지역의 에어로솔(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한 입자) 농도가 매우 높았다. 데이터에서 국외 요인을 제거한 뒤에 2018년 1분기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해 보니, ‘좋음’(30㎍/㎥ 이하) 등급이 20일에서 30일로 50%나 늘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섞인 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면 한국의 미세먼지 없는 날이 50% 늘어난단 얘기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풍속, 풍향, 중국 네이멍구·베이징·허베이성 지역의 에어로솔 농도 순이었다.

지난 3월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시간 순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베이징과 선양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12~30시간 뒤에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엔 베이징보다는 오히려 네이멍구·허베이성 등 중국 내륙의 미세먼지 물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는 풍속·풍향 등 바람의 조건에 따라 시간 차를 두고 한국에 상륙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각 기관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제대로 축적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원인, 대책 수립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실마리는 밖에서 풀리고 있다. 한·중·일 3국의 미세먼지 문제 공동 연구다.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프로젝트(LTP)’라는 사업인데, 한국 국립환경과학원, 중국 환경과학연구원, 일본 대기오염연구아시아센터 등 세 연구기관이 똑같은 자료를 두고 미세먼지 문제를 분석했다. 11월 중순에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11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9 서울김장문화제’ 야외 행사가 미세먼지로 취소됐다는 안내문구가 전광판에 떠 있다.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지난 11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9 서울김장문화제’ 야외 행사가 미세먼지로 취소됐다는 안내문구가 전광판에 떠 있다.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도심 근처서 초미세먼지 내뿜는 LNG발전소

국내 요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석탄화력발전소와 디젤엔진 차량 중 전자에 방점이 찍히는 듯하지만, 디젤 차량이 공기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차량의 40% 이상이 디젤 자동차다. 휘발유에 비해 경유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의 비중을 낮추려면 유류세 체계부터 바꿔야 하는데 농어민과 자영업자 보호를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대응의 두 번째 문제점은 기껏 내놓은 대책들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가 주요 원인’이라며 LNG발전소로 대체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내 LNG발전소 중엔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이 내뿜는 곳이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월 보도한 한국동서발전의 내부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LNG발전소의 가스터빈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최대 2000ppm(공기 분자 100만개 중 일산화탄소 분자 2000개)까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기준인 50ppm의 40배에 달하는 양이다. 미연탄화수소는 최대 7000ppm 측정됐다. 미연탄화수소는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물질이다. 불완전연소는 발전소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켤 때 일어난다. 한국에선 LNG 발전단가가 석탄과 원자력과 비교해 가장 높다.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수시로 중단하는 이유다.

LNG발전소는 경기, 울산, 부산,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전국 24곳에 흩어져 있다. 이 중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만 14곳이 있다. 문제는 LNG발전소가 대부분 도심에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인천은 LNG발전소가 주거지구인 청라지구와 바로 붙어 있다. 게다가 LNG발전소는 굴뚝 높이도 낮다. 화력발전소와 달리 굴뚝 높이 규정이 없어서다. 미세먼지 원인물질이 곧장 주거밀집지구로 퍼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해 ‘비상저감조치’가 여러 번 발령됐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비상저감조치가 미세먼지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각 시도지사는 그 결과를 한 달 안으로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다시 미세먼지의 계절은 다가오는데 환경부가 올해 초 비상저감조치의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다. 중국 북방의 난방이 시작되는 11월부터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비상저감조치가 전국에 다시 발령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환경부 설치 야외 공기청정기 효과는?

세 번째 문제점은 미세먼지 대책이 자칫하면 관련 기관의 ‘미래 먹거리’로 전락할 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환경부의 ‘공기정화기’ 사업이 있다. 지난 3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이때 흥미로운 대책을 내놨는데 바로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심의 공공시설 옥상이나 지하철 배출구 등에 야외용 정화기를 설치하겠다는 얘기였다. 당시 환경부는 한 대당 1억~2억원이 들 걸로 예상했다. 조 장관은 “한국의 새로운 공기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의미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이 야외 공기정화기 사업에 실제로 돈을 쓰고 있다. 5월부터 ‘한국형 정화기’ 사업 계획을 공모 중이다. 학교·병원·건물 옥상 등 도심 유휴 공간에 ‘실외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인데, 한 시간에 40만㎥ 이상 공기정화가 가능한 소형 공기청정기라는 조건을 붙였다.

과연 실현 가능한 계획일까? 중국에 야외 공기정화기가 있긴 하다. 시안(西安)의 ‘스모그 제거 탑’이다. 60m 높이의 유리온실로 공기가 들어가, 필터가 촘촘한 탑을 통과하며 먼지가 제거되는 식이다. 탑 1개를 설치하는 데 22억원 넘게 들었다.

이런 식으로 서울의 공기를 맑게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연구논문이 한국 대기환경학회지 6월호에 실렸다. ‘외부에서 도시공간으로 유입된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기정화 탑과 차량부착 정화장치의 효과 추정’, 대기시뮬레이션 업체 볼트시뮬레이션이 연구한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경부의 계획대로 야외 공기청정기로 서울 공기를 맑게 하려면 시안의 스모그 제거 탑이 최소한 27만대, 많게는 2000만대가 필요하다는 게 분석 결과다. 2000만대면 서울 인구의 두 배가 넘는다. 그 경우 소요될 설치 비용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제2의 태양광이 될 소지가 있다.

‘21세기판 기우제’ 인공강우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올해 예산안에 인공강우 실험 예산 8억원과 기상관측 드론 구매·운용 비용 6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두 사업 모두 지난 국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상청은 올해 인공강우 실험을 총 15회 하겠다며 8억8900만원 예산을 확보해둔 참이었다. 여기에 실험 계획 횟수를 10회 추가하며 예산을 추가했다. 10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을 총 다섯 번 했다. 이쯤되면 애써 추경까지 확보한 연유가 궁금해진다.

인공강우로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과연 미세먼지가 씻겨질까? 미세먼지를 충분히 줄이려면 비가 시간당 10㎜ 이상 2시간 넘게 내려야 한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 수준으론 중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시간당 1㎜ 정도의 비만 내리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어설프게 내리는 비가 미세먼지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기체 형태로 있는 오염물질들이 공기 중 수분과 결합해 미세먼지가 되기 때문이다. 인공강우로 자칫 미세먼지가 생기는 최적의 조건만 조성할 수도 있단 얘기다.

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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