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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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면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녹차 좋아한다고 커피 좋아하는 내가 커피를 포기하고 녹차 좋아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나도 내 자식이 그러는 건 싫다.”

지난 10월 11일 주간조선과 만났던 도서출판 ‘은보’의 옥성호 대표가 한 말이다. 옥 대표는 현재 한국 기독교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사랑의교회’를 세운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많은 대형교회가 자식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이른바 ‘세습’ 논란으로 기독교 밖에서까지 욕을 먹고 있지만, 옥 목사는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세습’ 대신 현 오정현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웠다. 그는 자녀들에게 목회의 길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의 자녀들 역시 아버지가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니라 판단하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옥 대표는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하다가 2007년 ‘부족한 기독교’란 책을 출간했는데, 이게 기독교 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11년부터는 아예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 내부에서 최근 옥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주류 기독교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교리적 측면에서 옥 대표를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최근에 냈던 책 몇 권은 매우 도발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신의 변명’에서는 어떻게 신약과 기독교 교리가 성립되었는지를 밝혀가며, 메시아 예수가 신이 되는 과정을 파헤친다. 지난 10월 말 출간한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는 보다 논쟁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가 믿어 의심치 않는 부활이 과연 역사적 사실인지 아니면 픽션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책에 담겨 있다. 옥 대표에게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지금에 와서 왜 이런 책을 냈나.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만약에 부활이 가짜면 기독교인들처럼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없다.’ 부활 이야기가 나의 ‘지금’을 더 풍성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부활이 가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믿어도 알고 믿어야 할 것 아닌가’.”

- 성경에서 이미 부활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언급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신약성경 외에는 어디에도 예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책이 없다. 복음서가 쓰인 시대에 살았던 40명이 쓴 책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누구도 예수를 언급한 사람이 없다. 세례 요한의 실존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성경 외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부활이 역사적 사실인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인가. “일단은 증거가 없고 증인이 없고 2000년 전에 이야기를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 부활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기독교 내에 많이 있다. “기독교에서 부활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 네 가지 중 첫 번째가 예수가 묻혔던 무덤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만 나온 얘기다. 당시 시대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벌을 받으면 그 사람들의 시신은 어떻게 됐을까. 절대로 무덤에 묻게 놔두지 않는다. 이건 역사적 팩트다. 십자가의 처형은 반역자에게만 내리는 형벌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안중근 의사의 묘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 묘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순간 사람들에게 이것은 성지가 된다.”

- 본인에게는 논쟁적인 저술이 어떤 의미인가. “나야말로 세상에서 기독교가 가장 진리이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럼 난 인생이 편해진다. 아버지 관련해서도 편해진다. 이게 핵심이다. 기도원에 들어가서 답을 얻었다는 ‘신앙고백’을 ‘연구결과’라고 착각하는 신학자들과는 다르게 정밀하게 증거를 추적하는 책이다. 부활을 증명하고자 하는 점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같다.”

옥성호 대표의 신간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
옥성호 대표의 신간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

옥 대표와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의교회 이야기다. 옥 대표와 만난 며칠 후 때마침 사랑의교회 관련 판결이 대법원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옥 대표는 “사랑의교회가 무리하게 건축을 했기 때문에 기존 판결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0월 17일 대법원은 사랑의교회가 점용해온 서울시 서초구 참나리길 지하 일부에 대한 점용허가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사랑의교회가 점용하고 있는 지하 공간에는 세계 최대 지하 예배당이라고 불리는 곳의 강대상, 즉 목사가 설교하는 공간이 들어서 있다. 판결대로라면 사랑의교회는 어떻게든 이 공간을 구민들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사랑의교회 측은 원상복구가 불가하다며 사실상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사랑의교회가 이 문제로 인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사랑의교회는 물론이고 기독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현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에 오른 후 사랑의교회는 여러 구설에 올랐다. 오 목사는 학력위조 의혹부터 목사 자격 논란, 교회 재정유용 의혹까지 휘말렸다. 이런 논란이야 교계 내에서만 문제가 됐지만, 정작 오 목사가 추진한 일이 외부에서 문제가 된 것은 교회 건축과 관련해서였다. 오 목사 주도로 서초역 사거리에 신축한 교회 건물 일부가 공용도로 지하 일부를 점용했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로 인정된 것이다.

사랑의교회 문제가 언론에 흘러나올 때마다 기자는 옥성호 대표가 조금 더 교회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 목사를 후임으로 불러들인 아버지 옥 목사의 후회가 담긴 이메일을 공개한 것 이외에는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 이메일이 가짜이며, 메일이 작성된 노트북이 교회 것이라며 돌려달라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모두 패했다.

옥 대표는 2013년 사랑의교회를 모티브로 한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출간을 끝으로 더 이상 사랑의교회 문제에 대해 공식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사랑의교회가 여전히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고, 지금의 논란들이 아버지가 세운 교회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옳고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로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로 사람들을 돕고 싶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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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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