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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4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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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400조 주무를 ‘농민 대통령’은 누구

▲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있는 농협중앙회 본사. photo 뉴시스
내년 1월 31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1118개 지역 조합과 234만명의 조합원, 488조원 자산을 지닌 농협을 통솔하는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임기는 4년이다. 현 김병원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였던 2016년 1월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됐다.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농협중앙회 역시 막대한 권한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 감독한다. 공식 선거 일정은 내년 1월 중순부터이며 아직까지 후보자 등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앙회장의 권한과 상징성 때문에 농협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선거 열기가 뜨겁다.
   
   투표권을 지닌 292명의 농협 조합장 대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은 대략 9명 정도다.
   
   강성채 전남 순천농협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김병국 전 충주 서충주농협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농협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조합장,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농협조합장(가나다순) 등이다.
   
   이 중에서도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 이주선 아산 송악농협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조합장 등이 상대적으로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경기, 전북, 충청, 경남이라는 지역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역시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정치권 선거처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지역별 후보 단일화될까
   
   두 달 안팎으로 다가온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로는 지역 간 후보 단일화 여부가 꼽힌다. 농협중앙회장은 총선이나 대선보다 지역 간 합종연횡이란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60년 만에 처음 나온 호남 지역 조합장’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그간 가장 많은 회장을 배출한 지역은 영남이다. 현재 영남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는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조합장이다. 최 조합장은 2016년 1월 치러진 농협 회장 1차 투표에서 이성희 경기 낙생농협조합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후보다.
   
   다만 최 전 조합장은 지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김병원 회장 당선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 전 조합장 측은 “도움을 받은 사람(김병원 회장)은 벌금 90만원을 받았는데, 그의 요청으로 유세장에서 손 한번 잡았다가 기소된 사람(최덕규 전 조합장)의 형량이 높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유죄가 나올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신청까지 해서 이를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최 전 조합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남과 함께 투표권을 쥔 대의원이 가장 많이 있는 지역은 경기다. 이 지역의 유력 후보로는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이 꼽힌다. 2016년 1월의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104표를 얻어 91표를 얻은 김병원 현 회장을 눌렀었다.
   
   그러나 당시 과반수인 146표가 안 됐고, 다시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163 대 126표로 김 회장에게 패했다. 이성희 전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8년간 역임한 고위직 출신이기도 하다. 이외에 경기 지역의 다른 예비주자로는 여원구 양평 양서농협조합장도 꼽힌다. 여 조합장은 현재 경기도농협운영위원회 의장이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 조합장 측은 ‘호남 재집권론’을 들어 현 김병원 회장에 이어 다시 호남 지역에서 중앙회장을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 조합장은 앞의 두 후보와 달리 이번 선거가 중앙회장 자리 첫 도전이다. 충청권에서는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조합장이 돋보인다. 하지만 영호남·경기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들의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각각 45명과 43명의 대의원이 있는 경북과 경기도다. 하지만 농협 안팎의 관측에 따르면 반드시 이 지역 출신 조합장들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농협 한 관계자는 “경기도는 지가(地價)가 높기 때문에 중앙회장이 누가 되는지를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경향이 있고 잘 뭉치지 않는다”며 “반면 경북과 전남은 상대적으로 조합들이 잘 뭉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 충청의 중부권과 영남, 호남의 3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병원 현 중앙회장 총선 출마?
   
   후보들 간 단일화라는 변수 외 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의 총선 출마도 변수로 꼽힌다. 농협중앙회는 자체 규정으로 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의 표심은 차기 선거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김 회장은 고향인 나주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20일 나주시 종합스포츠 다목적 체육관에서 책 ‘미래의 둠벙을 파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통상 총선을 앞둔 출판기념회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나주 남평농협에서도 3선 조합장을 지낸 바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전까지는 김 회장이 현직을 유지하는 만큼 유력 후보들 중 일부는 김 회장과 자신의 친밀성을 과시하려는 경향도 있다. 호남 지역의 경우 김병원 회장의 지지세가 상당한 만큼 이를 이용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다만 농협 현직에 있는 이들이 직위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 회장은 내년 4월 15일 총선에 나오려면 공직선거법상 3개월 전인 1월 중순에는 현 회장직을 그만둬야 한다. 현재의 유력 후보들 중 누가 1·2위를 할지는 12월 중순 정도가 되면 거의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 농협 안팎의 전망이다.
   
   
   조합장 비리 수사가 또 다른 변수
   
   이외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지역 농협조합장 비리 관련 수사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MBC 방송 시사교양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는 1983년부터 37년째 조합장을 하고 있는 박준식 서울 관악농협조합장의 사례가 보도됐다. 방송에 따르면 서울 관악농협은 조합장이 아들과 부인, 조카를 채용해 이권에 얽힌 자리 곳곳에 포진시켜놓고, 자신과 아들이 소유한 건물에 ‘농협365’ 코너를 입점시켜 임대료를 챙긴 것으로 보도됐다. 스트레이트는 “대의원 중 상당수를 이미 조합장의 사람들로 장악한 것이 장기집권의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의 상호 협동과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조직이 완벽하게 사유화됐다”는 스트레이트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해당 농협조합장은 반대 진영이 조합을 흔들기 위해 언론에 제보한 것에 불과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농협 지역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이론상으로는 종신 집권도 가능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금권 선거’라는 오명을 그동안 떨치지 못했다. 292명의 대의원들만 투표 자격을 갖는 간선제 방식 때문이다. 투표권을 지닌 조합원들만 잘 관리하면 되는 폐쇄적 구조 탓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총선·대선에 비해 감시의 눈길이 상대적으로 잘 닿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농협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전국적으로 5선 이상의 장기 집권을 하는 조합장들이 현재도 100여명 되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내년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지역 농협조합장 관련 수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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