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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4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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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주 52시간제 처벌 유예는 답이 아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 52시간제 입법 불발 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photo 뉴시스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을 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계도기간을 두어 주 52시간제 시행을 사실상 연기하고, 필요한 경우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별연장근로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그동안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만 시행되던 주 52시간제가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에도 전면적으로 시행되는데(50~299인 사업장은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보완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계도기간을 두어 처벌보다는 자발적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공장 가동 여부를 정부가 결정할 것인가
   
   아울러 현행 법령상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의 사유를 확대하여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작업 등을 하는 사업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가 인가된 바 있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현행 시행규칙상으로는 일이 몰린다는 이유만으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극렬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마련할 보완책은 노동시간 단축 제도 지연이 아니라 제도 안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이 돼야 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주 52시간 계도기간 부여 및 탄력근로제 확대 등이 실시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아무런 보완대책 없이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전면 시행될 경우 단순히 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거나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 많은 기업인들이 범법자가 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등 업계에서도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가 요청해온 법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소간 아쉬움이 있지만 계도기간이 시행유예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근로감독 등의 부담이 면제된다면 그나마 중소기업들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이번 발표에서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준비하고 있으나, 행정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도기간, 처벌 면제나 유예가 답이 아니다
   
   향후 계도기간이 3개월이 되든 6개월이 되든, 아니면 1년이 되든 조금이나마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하여 형사처벌이 유예되거나 면제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법은 예정대로 시행되지만 정부가 단속을 엄격히 하지 않겠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하여 단속을 자제하고, 혹여나 근로자 진정 등을 통해 위법사항을 인지하더라도 곧바로 처벌하기보다는 시정기간을 두어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계도기간이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가 고소, 고발을 하게 되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고 결국 검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편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사안마다 근로자 동의는 물론 정부의 인가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기는 어렵다. 재난 등으로 국한되어 있는 사유를 확대하여 ‘경영상의 사정에 따른 업무량의 증가’의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율하더라도,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인가를 내어줄 것인지, 정부가 일일이 개별 사업장의 상황을 적절히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향후 제도 개편을 통해 폭넓게 활용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특별연장근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 보면, 기업이 아닌 정부의 판단으로 개별 사업장에서 얼마나 더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매우 침해하게 된다. 결국 공장 가동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게 되는데, 정부가 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것이 심화되면 사실상 모든 기업의 공기업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겠지만, 계도기간과 특별연장근로 확대는 당장의 논란을 잠재울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대책에 대해 정부 탓만을 할 수는 없다. 행정조치 이상의 논의는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법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 대책 필요, 국회가 움직여야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들에 준비기간을 더 준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계도기간을 두든 법 시행을 유예하든, 시간을 더 주더라도 산업구조상의 문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납기가 촉박할 때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인력을 더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생각하면 이 또한 쉽지 않다. 3D 업종 등의 경우 인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협력 대기업에서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가중되면 사실상 생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하여 자본투자와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대부분 인건비에 할애되면 이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가져오게 된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통한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목표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업종이나 규모에 예외를 두지 않고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급격히 단축되는 근로시간 제도을 감내할 만큼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중소기업의 저생산성, 촉박한 용역 기간, 빈번한 과업 변경 등 불합리한 발주 관행 등이 함께 개선되지 않는 이상 근로시간 단축을 중소기업이 홀로 감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정도에 대해 여야 이견이 있다면, 최소한 그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는 법 시행을 유예하여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법이 시행된 채로 여야 입장이 갈려 아무런 보완 입법 없이 논란만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중소기업 등 산업계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애초 기업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주 52시간제를 강행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제 와서 책임 공방을 하기보다는 여야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국회에서 시급히 대안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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