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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5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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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 은사가 총장인 한 사립대의 비자금 수사

주간조선 취재 이후 책임자 구속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 사립대 재단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비자금 일부를 재단 관계자가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이를 두고 축소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수사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은사’로 모셔온 인사가 이 대학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졌다는 소문이 대학 안팎에 파다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2년 가까이 사건을 수사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주간조선 취재가 시작되자 이 학교 행정지원처장을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3월 이 학교 비자금 조성 책임자로 지목된 행정지원처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그동안 세 차례나 소환 조사했었다.
   
   또한 경찰은 이 대학 비자금 장부에 이름이 언급된 여권 정치인과 보좌진들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대학은 지속된 부실운영, 비리 등으로 2015년 교육부 발표에 따라 대학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 대학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온 국회 교문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제의 대학은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여주대학교로 국회의원과 체육부 장관을 지낸 고(故) 정동성씨가 설립한 대학이다. 이 대학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7년 말이었다. 당시 학교 내부 관계자는 이 학교 행정지원처장 이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 장부를 입수해 이를 경찰에 제보했다. 관련 내용을 제보받은 경찰청 본청 범죄정보과는 여주 지역 관할 지방경찰청인 경기남부청에 사건을 배당했다.
   
   경기남부청 지능수사대에서 처음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당초 제보받은 비자금 장부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했는데 수사 초반에는 이 장부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압수수색을 지켜봤던 여주대 관계자는 “경찰에서 가져간 압수수색 물품만 1.5t 트럭에 가득 담겼었다”고 했다. 경찰은 1년 가까이 관련 수사를 이어오다가 올해 3월에야 이 학교 이모 행정지원처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세 차례에 걸쳐 소환했다.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결국 지난 11월 5일 구속됐다.
   
   이 사건이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학교 재단이 총장을 새로 영입하면서다. 전임 총장이 행정착오로 인한 교육부 징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새로 영입된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재학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준 고기채씨였다. 경희대 학생처장을 지낸 고씨는 문 대통령이 ‘평생 은사’로 모셔온 인물로 두 사람의 인연은 언론 보도와 문 대통령의 자서전 등을 통해 이미 꽤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 ‘운명’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한) 대흥사에 묵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으로 고 총장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당선 소식에 고 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정직하고, 용성하고, 끌어안는 대통령이 돼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23일 열린 고 총장 부부의 팔순 잔치에는 직접 축하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이날 축하화환을 보냈으며, 박지원 의원이 축사를 했다. 고 총장은 동향인 박지원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고 총장 영입과 관련해 여주대 한 관계자는 “물러난 전임 총장의 잘못이 행정착오면 직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총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총장 교체를 위한 재단의 사전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주대 전임 총장은 설립자인 정동성 박사의 아들 정태경씨로, 고기채 신임 총장이 부임하면서 부총장이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고 총장은 구속된 이 대학 이모 행정지원처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이씨는 올 3월 이후 3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받았음에도 경찰은 11월 초까지 이씨에 대한 신병처리를 하지 않았다. 7월에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바뀌기도 했다. 경찰은 주간조선 취재가 시작되고 약 1주일 후인 11월 5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11월 13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소환조사한 후 수개월 동안 신병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사건을 서둘러 송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주대 직원들 사이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고기채 총장이 ‘방패막이’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주대 한 직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여주대뿐만 아니라 여주시청 등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고 총장이 이 사건 때문에 총장으로 왔다고 모두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총장은 주간조선과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 “경기남부청장과는 동향 사람이고 알고만 있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고 총장은 또 “비자금 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면서도 “(경기남부청장과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대학 비자금 장부에 이름이 올라간 현 여권 정치인과 보좌진들에 대한 수사 역시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별도의 여주대 비자금 장부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돈의 용처가 월별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현 여당 전·현직 의원들과 보좌관들에 대한 후원금 및 접대 내역도 잘 정리되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가성 금품수수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취재 결과 지난 2년간 경찰로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연락을 받았던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2017년 9월 23일 열린 고기채 총장 부부의 팔순 잔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하화환을 보냈다. 고 총장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왼쪽)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photo 유튜브

   부실대학 지정 기간과 접대 기간 겹쳐
   
   비자금 장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유기홍 전 의원 등이다. 여주대는 이들 전·현직 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교직원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전달했다. 도 의원에게는 2014년 12월 4명의 여주대 교직원 이름으로 50만원씩 총 200만원이 지급됐는데, 이 후원금은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도 주간조선에 인정했다. 유 전 의원에겐 4차례에 걸쳐 총 890만원이 전달됐다. 2015년 4월 유 전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을 당시엔 100만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의 대학등급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지역 사립대학교의 입장을 대변했다. 다음은 당시 국감에서 유기홍 전 의원과 도종환 의원이 했던 발언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서울 출신 의원이면서도 대학평가를 통해서 지방 대학들이 지금 전멸되고 있는 문제를 제기해온 것에 대해서 지방 출신 의원님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이게 그런 문제입니다. 교육부의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평가를 통해서 한 대학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데 특히 지방 대학들이 집중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평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기본계획이 1월에 발표된 바 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수정안이 나왔는데요, 8월 7일이에요.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결과를 대학에 통보한 게 8월 22일입니다. 기본계획이라는 게 말 그대로 기본적인 계획인데 수정 결정은 불과 15일 만에 평가 결과를 대학에 통보하는 이런 행정이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대학구조조정을 무슨 군사작전 하는 것처럼 정원조정안을 들이밀고 그리고 5일 만에 제출하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제외시켜주고 이렇게 하는 것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행정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주대는 후원금 전달 내역이 기록된 2015년 대학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부실대학’(D·E등급)으로 평가받은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전면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도 차단됐었다. 그런데 여주대는 2016년 부실대학 지정에서 해제됐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비자금 장부에는 당시 도종환·유기홍 의원 보좌관들이 여주대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내역도 담겨 있다. 당시 도종환 의원 보좌관 A씨의 경우 ‘급여대처금액’ ‘생활비’ 명목으로 2012년 5월부터 2013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100만원을 지급받았다. 유기홍 의원 보좌관 B씨는 2013년 4월 ‘골프 드라이버 구입금액’ 명목으로 63만원, 2014년 5월 ‘우리은행 기프트카드’ 명목으로 200만원을 지급받았다. 두 사람은 2013년 5월 ‘유럽연수’ 명목으로 200만원을 지급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두 사람은 여주대 관계자들로부터 식사 및 술 접대를 10여차례씩 받았고, 여주대 관계자들과 수차례 골프 라운딩도 했다. 두 사람과 함께 골프를 쳤던 여주대 한 직원은 “행정지원처장이 같이 치자 해서 나갔는데 그땐 이들이 국회 보좌관인지 몰랐다. 이들이 예약란에 가명을 썼기 때문이다. 당시 명함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18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 보좌관 겸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으로 근무하다 19대 국회에서 도종환 의원 보좌관이 됐고, B씨는 19대 유기홍 의원실을 거쳐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B보좌관은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후보자 연설문 작성 등의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종환·유기홍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주대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주대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주대 측으로부터 현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됐습니다”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비자금 장부에 돈을 준 것으로 이름이 적혀 있는 여주대 관계자는 10월 21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A보좌관을 몇 번 만난 기억은 있다. 2011년 학교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등이 불거졌을 당시 교문위 소속 의원 보좌관이었던 A씨가 문제를 처음 지적해 이와 관련한 자문을 받을 겸 만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금을 전달하는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B씨의 경우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주대 관계자들과의 만남 자체는 인정했으나 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B씨는 “19대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던 당시 이명박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던 때이다 보니 다수의 대학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때 여주대 관계자들도 만났다”면서도 “기프트카드나 현금 등 단돈 10원도 받은 적이 없고, 골프를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쳤더라도 각자 계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와 B씨가 각각 근무했던 도종환 의원과 유기홍 전 의원실 관계자들은 접대 내역은 알 수 없으며 후원금 내역도 기억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A보좌관이 현금을 전달받았거나 향응을 수수했다는 내용은 도 의원이 알 수 없다”며 “200만원가량의 후원금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기홍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B씨의 접대 여부와 관련해 “당시 B보좌관이 후원금 담당 업무를 주로 도맡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B보좌관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은 처음 들어본 일이다. 나에게 들어온 후원금 내역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무원 130만원 골프 접대
   
   대가성이 의심되는 ‘쪼개기 후원금’ 외에 여주대 비자금 장부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돈의 용처가 적지 않게 기재돼 있다. 예컨대 ‘1월 19일 패션과 법인설립 총장 투자금액(부총장 줌, 총장급여통장에서 이체) 5,000,000’ 같은 내역이다. 이는 패션과에서 설립한 법인에 총장이 투자했는데 이것이 학교 돈에서 나갔다는 의미로 보인다. 법인에서 이익이 났을 경우 총장은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 둘째 아들 단국대 등록금 일부(총장 대신해서 부총장이 줌) 3,000,000’이라는 내역은 재단 관계자 지인의 등록금까지 여주대 학생들이 낸 돈에서 지급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외에도 ‘총장 생활비 금액’ ‘총장 적금 금액’ ‘총장님 개인금액’ ‘부총장 사용금액’ ‘총무처 수리금액’ ‘임대(매점) 수익금액’ ‘사학진흥재단 대출(26억)신청 접대비용(부총장 지시)’ 등 학교와 관련된 수입지출 내역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비자금 장부에 기재된 ‘총장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4년간 총 1억원에 이른다. 이 비자금 내역에 등장하는 당시 총장은 정태경 현 부총장이다.
   
   여주대 비자금 장부에는 정부, 지자체 공무원들을 접대한 기록도 있다. 예컨대 2012년 5월엔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공무원에게 130만원가량의 골프 접대가 제공됐고, 2012년 12월에는 ‘여주군청 요청금액’ 명목으로 300만원, 2013년 12월에는 ‘여주시 연말 선물금액’으로 200만원이 여주시청 관계자에게 지급됐다.
   
   
▲ 주간조선이 입수한 A3 용지 50장 분량의 여주대 비자금 문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국회의원 후원금과 보좌관 접대 내역 등 각종 지출 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방송사 기자 현금수수 의혹
   
   비자금 장부에는 이외에도 중앙언론사 기자 D씨와 E씨, 아나운서 F씨, 지역 일간지 기자 두 명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방송사 현직 기자인 D기자의 경우 ‘D기자에게 내 통장에서 출금(이○○), 500만원, 받을 돈’ ‘D기자에게 7월 현금 지급(김○○ 문제해결, 이○○), 150만원, 받을 돈’ ‘D기자에게 내 통장에서 출금(부총장), 100만원, 받을 돈’이란 내용이 지속적으로 적혀 있다. D기자의 경우 과거 여주대 내부 비리를 기사를 통해 폭로한 바 있다. D기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과거 2006년경 여주대 내부 비리 취재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 몇몇을 알게 됐다”면서도 “이후 개인적 친분으로 ‘형, 동생’ 하게 되고 밥을 몇 번 먹은 적은 있지만, 현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500만원, 150만원, 1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나와 있다’는 물음에 D기자는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여주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 돈은 “당시 어려움에 처했던 D기자를 돕고자 직접 빌려준 현금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정치권 인사들이나 언론사 기자에게 사용된 돈, 총장과 부총장 등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돈 등이 실제 학교 비자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주대 측은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비자금 장부와 관련해 “학교 운영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일부 내부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일”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여주대 총장실 관계자 H씨는 “학교 회계상에서 나간 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된 후원금 등은 내부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우리가 로비를 정말 했었다면 당시 대학평가에서 D마이너스를 지속해서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가성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비자금 자료가 학교 관계자 개인 돈 사용 내역을 기록한 것이냐는 질문엔 “수사 중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릴 수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루된 직원들을 제재할 방침”이라고만 밝혔다. 구속된 행정지원처장 이모씨 역시 구속 전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는) 나만 받고 있다. 대외 업무하다가 혹시나 잘못된 사항이 있으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취재 내용에 대해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각계 기관들이 관련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이나 의원실 관계자들을 접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발생할 문제 등을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는 거다. 정계 인사들은 기관 관계자들의 고충, 민원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만나지만 이것이 결국 각종 특혜와 비리를 낳곤 한다”고 꼬집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한두 차례가 아닌 수년간 반복된 향응 제공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여주대가 접대한 대상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다. 대가를 바란 뇌물성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취재 내용을 접한 한 야당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참여정부 때 사학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바 있고, 지금까지도 사학비리에 대해 어느 당보다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뒤로는 이런 일을 한다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 수사가 왜 이렇게 길어지나. “사안의 사이즈가 워낙 크다. 관련된 의혹들이 많다. 여러 가지 범죄 사실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일부 범죄 사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수사 시작 이후 상황에 대해 알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기자가) 아는 건 일부분에 불과하다. 다른 기관 이야기도 많다. 여주대와 관련된 내용은 많이 밝혀지긴 했는데,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과 관련해선 아직 확인할 게 남아 있다. 큰 줄기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한 수사는 많이 진행됐다.”
   
   - 정치권 인사 수사 왜 안됐나.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는 ‘아직 종결할 계획이 없다’라고만 말할 수 있겠다. 어쨌든 ‘모든 사건이 종결된 사안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만 말할 수 있겠고, 거기 나왔던 것 중에 일부분은 종결할 계획이 있다.”
   
   - 도종환 의원과 유기홍 전 의원, 여당 보좌관들도 수사 대상인가. “맞다. ‘이들을 100% 조사 안 했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어쨌든 지금 단계에서 누굴 어떻게 조사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고기채 여주대 총장 인터뷰
   “문 대통령이랑 깜짝 놀랄 관계… 비자금은 모르는 일”
   
photo 연합
주간조선은 여주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고기채 현 총장으로부터 두 차례 입장을 들었다. 한 번은 전화통화로, 또 한 번은 총장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대화 내용이다.
   
   - 전화로 말했던 내용(정치인 후원금 등 비자금 내용)을 다시 보고받았나. “그러지 않았다.”
   
   - 따로 안 물어봤나. “네.”
   
   - 며칠 전에 행정지원처장(사위)이 구속됐는데. “네.”
   
   - 왜 구속이 됐는지는 알고 있나. “그것은 학교 문제 때문에 그런 것으로.”
   
   - 학교 문제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당시 부총장과 여기 설립자 자제분(정태경 현 부총장)하고 행정지원처장이 업자들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해서 그런 걸로만 알고 있고 그렇게 깊은 내용은 모른다.”
   
   - 한 명의 직원이라기보다 총장의 가족(사위)인데? 자세히 모른다는 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설립자 자제분한테 내용을 간단히 들어서 안다. 다만 거기에 대해서 더 관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설립자하고 나하고 그만큼 죽마고우이고 워낙 동고동락을 오랫동안 같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비자금 장부 보여주면서) 정치인들 후원금 파일이나 보좌관들 접대 내역이 있다. “세밀하게 적혀 있네. 모르겠다. 이런 건 모르고. 근데 내가 국회의원들은 많이 안다. 우리 졸업생 중에 국회의원이 몇 있다. 박지원 (의원) 후원회장을 12년간 맡아서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직접 후배니까 인연이 됐다. 경희대에서 학생처장도 상당히 오래했다. 당시 모든 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일괄적으로 하던 때니까 그때 애들이 지금 국회의원이 돼서 2선 3선 하고 위원장도 하고 있다. (비자금 수사를 하는) 경기남부청장도 우리 고향이니까 아는 것뿐이다.”
   
   - 이 수사를 경기남부청에서 맡아서 하고 있고, 사위도 구속이 됐다. 비서실장이 상세히 보고를 드릴 수 있지 않았나. “바꿔서 생각해봐라. 내가 총장인데, 나한테 무슨 보고를 어떻게 하겠나. 그건 전임(총장 때)에 있었던 거라 내가 깊이 알려고 생각 안 했다. 여기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오류를 잡아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을 뿐이다. ‘그래도 사위인데 관심이 없을 수 있느냐’ 이렇게 물어볼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가식 그런 게 없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사람이다.”
   
   - 여당 인사들하고는 어떻게 친분이 있나. “잘 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하고 깜짝 놀랄 관계지만 거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안 한다.”
   
   - 사위가 구속되기 전에 학교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나. “사내가 신의를 지킨 것이다. 영리한 개는 자기 주인을 위해 희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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