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F35 스텔스기. ⓒphoto 뉴시스
미국의 F35 스텔스기. ⓒphoto 뉴시스

지난 7월 4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첨단기술연구원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스텔스기도 탐지·추적할 수 있어 ‘스텔스 킬러’로 알려진 양자 레이더와 광 기반 광자 레이더를 개발하기 위한 착수회의가 열렸던 것. 미·중·러 등 군사강국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자 레이더의 국내 개발 착수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선 양자 레이더와 광자 레이더 기술에 대한 세계적 개발동향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목표 수준과 중장기 발전 방향을 중점 논의했다. 또 다양한 양자 상태를 이용한 측정센서 개발계획과 미래 6G 시대에 대비해 2014년부터 연구 중인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무선통신과 영상탐지 관련 테라헤르츠 전자소자 개발 현황도 보고됐다고 한다. 류태규 ADD 국방첨단기술연구원장은 “첨단 국방 연구개발력 증진을 기반으로 신개념 무기체계 소요를 선도하는 창의·도전적인 미래지향형 기술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양자물리 현상을 이용한 첨단 레이더와 센서 개발 기술은 한국이 최첨단 국방 과학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레이더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정보를 저장·검색·전송처리하는 양자 정보기술을 레이더 탐지 영역에 적용해 종합적인 능력을 개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스텔스기와 같이 전자 기반의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운 물체도 원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하다. 성층권에서 대기 상층부와 우주를 포함, 그 위에 있는 물체도 추적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런 양자 레이더를 비롯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등 양자 무기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한 군사기술업체는 2016년 100㎞ 밖에 떨어져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양자 레이더 장비를 개발했다고 해서 세계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 정부 산하의 군사기술업체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는 자사가 개발 중인 양자 레이더가 100㎞ 떨어져 있는 스텔스 목표물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양자 레이더에 적용된 물리학 이론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당황케 했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과거에 상호작용했던 입자는 멀리 떨어진 후에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 활용해 ‘양자적으로 얽힌’ 광자 여러 쌍을 만들어낸 뒤 쌍둥이 광자 하나를 공기 중으로 쏘아 이를 다시 수집하면 목표물의 위치·형태·속도·온도 등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얽힌 광자들을 쏘고 다시 수집하는 과정에서 ‘결 어긋남(decoherence)’ 현상이 발생, 양자끼리의 관계가 풀어져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게 난제였다. 하지만 CETC는 단광자 검출기를 활용해 ‘양자 얽힘’의 손실 없이 광자로부터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방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CETC는 현재 탐지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어 중국 과학원은 2011년 양자 고스트 이미징 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양자 인공위성을 이용한 양자 고스트 이미징 기법으로 스텔스 비행체 탐지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서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만드는 미 록히드마틴사는 2008년 스텔스 비행체의 원격탐지를 위한 양자 레이더 관련 특허를 공개했고, MIT의 세스 로이드는 스텔스 물체와 같은 저반사체 탐지를 위한 혁신적인 양자 조명이론을 제시했다. 캐나다 정부에선 2025년까지 기존 방공망 레이더 대체 후보의 하나로 양자 레이더를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한 기초연구로 우선 약 30억원을 투자, 얽힌 양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 레이더는 탐지된 물체의 위치, 레이더 단면적, 속도, 방향 및 기타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탐지 수단인 얽힘 상태 광자를 변경하거나 복제하려고 시도할 경우 레이더에서 이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양자 레이더를 기만하려는 시도도 쉽게 알 수 있다.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통신도 민과 군 모두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는 2025년 세계 양자 정보통신 시장 규모가 양자 암호통신 9조원, 양자 컴퓨터 17조원 등 총 26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7년부터 양자 암호통신망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7년엔 세계 최장 길이(베이징~상하이 간 2000㎞)의 양자 암호통신망을 개통했다. 그해 6월엔 독자개발한 세계 첫 양자 위성 무쯔(墨子·Micius)호를 통해 북부 칭하이성의 더링하에서 1200㎞ 떨어진 남부 윈난성의 리장 2곳 의 과학기지에 얽힘 상태의 양자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부터 560㎞ 거리의 양자 암호통신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미국 매직큐 테크놀러지(MagicQ Technologies)사는 2003년 120㎞ 거리의 양자 암호통신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독일도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2015년 144㎞ 거리의 무선 양자 암호통신 실험에 성공했고, 일본 NTT 역시 2015년 양자 메모리가 없는 장거리 양자 암호전송 이론을 개발했다. 일본 정보통신연구기구(NICT)도 2010년에 도쿄 양자 암호통신 네트워크(JGN2 Plus)를 구축하고, 2012년 45㎞ 거리의 양자 암호화 동영상 전송 실험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무인 드론 제어용 양자 암호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선 SK가 2016년 68㎞급 양자 암호통신 테스트베드를 구축했고, ㈜우리로는 2015년 양자 통신 핵심부품인 광자 검출소자를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8년 100m급 무선 양자 통신 기술을 개발했지만 국내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8년간 5500억원 규모의 양자 통신 관련 국책사업의 예비타당성을 조사 중이지만 세계 양자 통신 기술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 선진국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연간 약 172억원을 양자 통신에 투자하고 있지만 세계 17위 수준이며 전문 논문을 게재한 연구인력도 100명이 안 된다.

양자 컴퓨터의 경우 구글, 인텔, IBM 등 민간 기업에서 기술 선점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IBM은 5년 내에 양자 컴퓨터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판단하고 5년 동안 약 380억달러를 투자할 5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우리 군의 경우 이들 양자 기술 중 양자 레이더 개발에 당분간 주력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양자 원리가 매우 복잡해 우선 광자 레이더를 향후 1~2년 내 개발한 뒤 양자 레이더 개발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며 “KF-X(한국형 전투기)는 제한된 스텔스 능력을 갖는 전투기이지만 여기에 양자 레이더를 장착한다면 스텔스 성능을 갖춘 5·6세대 전투기와도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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