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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86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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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공중에는 이미 ‘애치슨라인’ 그어졌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미군 전략폭격기 B-52H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 F-15J와 함께 일본 열도를 따라 비행하고 있다. photo 미 공군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 1대가 지난 11월 22일 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해 동해상으로 진입했다. 해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B-52H는 주일미군 공군의 공중급유기인 KC-135R 1대의 지원을 받으며 대한해협을 통과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지나 동해 방면 일본 근해를 비행한 뒤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갔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 편대가 B-52H를 호위하면서 함께 비행했다. B-52H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전략자산이다. B-52H는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비행하는 장거리 폭격기로 단독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6000㎞에 달한다. 특히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으며,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지하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도 싣는다.
   
   
   문 정부 요청으로 전략폭격기 비행 중단
   
   B-52H는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수차례 한국에 출동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당시 한국 전투기들은 B-52H를 호위하면서 작전을 함께하는 등 북한을 압박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북한 정권과 9·19 남북군사합의서 체결 이후 B-52H, B-1B, B-2A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은 더 이상 한국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는 B-52H 등을 동원해 훈련을 꾸준히 해왔고, 동해상까지 비행한 것이다. 당시 B-52H의 항로를 보면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을 연상시킨다. 애치슨라인은 딘 구더햄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1950년 1월 12일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말한다. 애치슨라인은 알류샨열도-일본열도-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방어선으로, 한국·대만·인도차이나반도는 제외됐었다.
   
   김정은을 비롯해 북한 지도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B-52H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더 이상 한국에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안보 ‘재앙’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전략자산을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에 투입하지 않았다. 전략자산이 한국의 영공이나 영해에서 작전을 펼친 적도 없다. 전략폭격기의 경우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괌에서 출격해 필리핀(남중국해)·대만(동중국해)을 거쳐 제주도를 통해 한국 영공에 진입한 뒤 서해→동해 또는 동해→서해 방향으로 한반도를 가로질렀다. 하지만 지난해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을 비행하면서 한반도 주변을 둘러가는 경로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군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과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 정권은 올 들어 13차례나 각종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하면서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까지 위협했다. 심지어 김정은은 지난 11월 25일 서해의 남북 접경지역인 창린도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까지 지도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서부전선의 창린도 해안포중대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했다”면서 “해안포중대 군인들은 포사격술을 김정은에게 보여드리며 커다란 기쁨을 드렸다”고 보도했다. 남북군사합의서 1조2항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었다. 만약 B-52H 등 미군의 전략자산이 2017년처럼 한반도에 전개하는 훈련을 계속 실시했다면 김정은이 남북군사합의서를 위반하면서 포사격까지 지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 김정은이 지난 11월 25일 서해의 창린도 해안포 부대를 방문해 포사격을 지시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합동훈련도 못 하는 F-35A
   
   한·미 양국은 매년 12월 실시해오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유예했다. 특히 한·미는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해 11월 중 실시할 계획이던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도 취소했다. 미국 정부가 이런 훈련까지 중지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대대급 이하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국무위원회가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자 미국 정부에 이를 중지해줄 것을 적극 설득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한국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주한미군 공군과 제대로 합동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 F-35A는 최고속도 마하 1.8로 전쟁지휘부, 주요 핵·탄도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다. 항속거리가 2200㎞에 달하고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 등 가공할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F-35A 8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0여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또 2021년까지 총 40대를 보유할 예정이다. 한국 공군이 F-35A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미국 공군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각종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 공군은 이미 수년 전부터 F-35A를 운영해온 만큼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가 이처럼 북한 정권에 선의(善意)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지난 11월 16일 강원 원산시 갈마비행장에서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했다. 당시 훈련에는 미그(MiG)-15, 17, 21, 29 등과 수호이(Su)-25 및 일류신(Ⅱ)-28 등 북한이 보유한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동원됐다. 말 그대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김정은은 이어 11월 18일에는 특수부대의 낙하산 훈련도 지도했다. 김정은이 낙하산 훈련을 지도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13년 2월 이후 6년9개월 만이다. 북한 특수부대는 유사시 수송기 등을 통해 한국의 후방에 낙하산으로 침투해 청와대 등 주요시설과 각종 군사 목표를 파괴하는 훈련을 해왔다. 북한 정권은 또 지난 여름부터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 곳에 증설하고 있다.(아사히신문 12월 2일자 보도) 콘크리트 토대는 가로·세로 모두 수십m 크기로, ICBM을 쏘는 이동발사대의 용도로도 쓸 수 있는 규모이다. 지반이 약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발사대가 부서지거나 궤도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발사 장소가 사전에 탐지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각종 군사도발을 자행하고 있고 준비도 철저하게 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고장 난 축음기처럼 평화 타령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9일 MBC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국정 분야로 ‘남북 관계’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만 해도 한반도는 자칫하면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위험지대였다”면서 “지금은 전쟁의 위험은 제거되고 대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25·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평화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수차례 무력도발에도 “단 한 건의 위반 행위도 없었다”(9월 24일 유엔총회 연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 정권의 ‘나팔수’란 말을 듣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사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평화가 실현됐다”면서 “지상·해상·공중에서 상호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됐고,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강변했다. 심지어 김 장관은 지난 12월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옹호했다. 억지력은 적대나 위협 세력이 공격하려고 해도 상대편의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김 장관의 발언은 한·미의 군사적 위협이나 공격에 대비해 억지력 차원에서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는 북한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동조한 것이다.
   
   
▲ 지난 10월 경기도 포천에서 미군과 한국군 병사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photo 주한미군

   자위대와 전시증원 연습하는 미군
   
   북한 정권의 잇따른 군사도발은 자신들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행보로 보기에는 이미 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북군사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됐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반면 북한 정권의 계속된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한국군의 안보 태세는 크게 취약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무력 도발 강도는 더욱 강해지고 빈도는 더욱 잦아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한·미 양국 군의 대비 태세는 각종 연합훈련의 폐지와 유예 등으로 크게 약화하고 있다. 실제로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은 올해부터 폐지됐다. 독수리훈련 기간 열리던 양국 해병대의 상륙훈련인 쌍용훈련도 올해엔 한국군 단독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훈련을 못 하게 된 미군은 알래스카를 새로운 훈련지로 삼아 각종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밀리터리닷컴’에 따르면 미 해군과 해병대 3000여명은 지난 9월 알래스카에서 극지원정역량연습(AECE)이라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은 알래스카의 추운 기후에서 합동 상륙, 연료 조달, 수중로봇의 기뢰 제거 훈련 등을 실시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훈련 일부가 실시됐다. 제3원정타격전대 지휘관인 세드릭 프링글 미 해군 소장은 “한국에서의 훈련 중단이 알래스카에서 훈련하는 이유”라면서 “알래스카에서의 훈련 환경이 한국의 해상과 비슷했지만 기후 문제 때문에 장비와 전술을 다시 시험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해병대의 준비 태세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상당한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합동훈련도 크게 늘어났다. 미 공군 B-52H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합동 초계 훈련을 실시한 것도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의 연합훈련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미군의 훈련을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미 해군 항공모함에 싣는 전투기들의 이착륙 훈련을 위해 가고시마(鹿兒島)현 남부의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를 구매했다. 미국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지난 9월 해상의 적 함정을 지상에서 공격하는 일본 내 첫 전투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이 일본의 자위대 훈련장(구마모토현 오야노하라)에서 작전 기동 훈련을 실시한 것은 한국에서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23일까지 대규모 육상 연합훈련인 ‘오리엔트 실드’를 실시했다. 올해 이 훈련에선 한국에서 해왔던 전시증원연습(RSOI)이 처음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항공모함으로 개조되는 일본 해상자위대 이즈모급 호위함에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이착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중국해는 물론 남중국해에서 수시로 합동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여론 “대북 플랜B를 가동하라”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 중단했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등 ‘플랜B’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의 최근 해안포 사격 훈련은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첫 사례이며 더 이상 이를 존중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라면서 “내년 2~3월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등 가능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양국 정부에 권고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유예했던 한·미 연합훈련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면서 “올해 중단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은 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8군 사령관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남북 간 신뢰 구축이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군과 한국군은 즉각적인 전투태세와 방어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한·미 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북한 핵무기가 한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황당한 논리”라면서 “높은 수위의 한·미 연합훈련을 유지해 양국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평화를 구걸한다고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전쟁을 막기 위해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듯이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 훈련 재개 등을 통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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