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7일 북한은 한·미 감시망을 피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광명성4호 위성을 탑재한 개량형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종전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는 한·미 군당국이 길게는 1개월, 짧게는 1주일 전쯤에는 발사 준비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지상 수백㎞ 상공에서 5~1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개량형 KH-12 등 미 정찰위성들의 눈을 북한이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어떻게 2016년 2월엔 기습적인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는 북한이 2015년 말까지 동창리 발사장 지하에 철도와 철도역까지 건설하는 등 대대적인 개량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로켓을 수평으로 눕혀 조립·점검할 수 있는 건물과 ‘로켓 운반용 구조물(rocket stages transfer structure)’을 발사장에 새로 만들어 발사 준비 시간을 종전 1주일 이상에서 1~2일로 단축했다. 한겨울에도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차례 재발사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수직발사대 높이도 67m가량으로 높아졌다.

개량 공사로 위성 감시 피할 수 있어

이는 당시 로켓 전문가인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이 1년 넘게 동창리 발사장 확장 과정을 구글 어스와 38노스 등에 공개된 위성사진들을 통해 추적,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그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동창리 발사대 지역 한쪽에 철로를 만들고 그 위를 콘크리트로 덮어 위에서 볼 수 없도록 했다. 이 철로는 동창리역을 거쳐 미사일 로켓과 부품을 만드는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과 연결돼 있다. 수직발사대 지역 지하에는 철도역까지 만들어 북한이 산음동 공장에서 발사대 바로 밑까지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1·2·3단 로켓이나 부품들을 옮길 수 있게 됐다. 종전엔 발사대 인근 동창리역까지만 철로가 놓여 있어 평양서 철로로 운반된 로켓들을 특수 트레일러 등을 통해 발사대까지 다시 옮겨야 했다. 미 정찰위성은 이런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개량공사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한은 로켓 운반용 구조물 밑으로 지하 철도역과 통하는 폭 4m, 길이 20m의 큰 구멍도 뚫었다.

북한은 철로로 도착한 1·2·3단 로켓이나 부품을 로켓 운반용 구조물의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옆의 수평 조립·점검동으로 보내게 된다. 점검동에서 조립 및 점검을 마친 1·2·3단 로켓들은 다시 운반용 구조물로 옮겨진다. 로켓들을 실은 운반용 구조물은 발사장에 깔려 있는 레일 위로 수직발사대 앞까지 이동한 뒤 로켓들을 발사대로 옮겨놓는다. 로켓 운반용 구조물은 한·미 위성이 북한을 지나지 않는 시간대나 한밤중에 발사대로 이동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당시 한·미 위성에 이동 상황이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2·3단 로켓들은 종전처럼 발사대에서 크레인을 통해 수직으로 세워져 최종 조립이 이뤄진다. 발사대도 가림막이 자동으로 개폐되는 폐쇄형으로 개량돼 발사대에서 1·2·3단 로켓들을 조립할 때에도 한·미 정보당국이 몰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대규모 개량 공사엔 수억달러, 즉 수천억원 이상의 돈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입장에선 엄청난 돈을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으려면 동창리 발사장을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이나 ICBM 발사에 계속 활용하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이다.

북한이 ‘성탄절 선물’을 위협하면서 이 ‘선물’이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이 될지, 화성-15형을 능가하는 신형 ICBM이나 북극성-3형과 같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될지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북한의 성탄절 선물은 12월 26일 오후 현재까지 별일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향후 도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이뤄진다면 ICBM보다는 위성발사를 빙자한 장거리 로켓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7년 시험발사된 북한의 ICBM은 모두 바퀴 16~18개 달린 차량으로 이동한 뒤 발사되는 이동식이었다. 반면 동창리엔 높이 67m의 대형 고정식 발사대가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이 발사대에서 은하 또는 광명성호 계열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왔다. 북한은 여기에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했고, 실제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엔 초보적인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ICBM을 동창리 발사장에서 한번도 쏜 적이 없고 ICBM를 쏜다면 굳이 동창리 발사장의 고정식 발사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찰위성 탑재 로켓 발사 가능성

북한 매체들도 위성 발사 등 세계 각국의 우주 개발 및 위성발사 소식들을 전한 바 있어 우주 개발을 빙자한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월 25일 ‘우주 개발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주는 독점물 아닌 많은 나라들의 개발 영역”이라며 얼마 전 중국이 서창위성발사센터에서 52·53번째 북두항법위성을 성공적으로 쏴 올렸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앞서 러시아의 신형 ICBM 개발 소식도 전해 ICBM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만약 장거리 로켓을 쏜다면 정찰위성(지구관측위성) 등 종전보다 큰 위성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감시정찰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정찰위성 확보는 북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청와대와 경북 성주 사드기지 상공까지 비행했던 소형 무인기가 있지만 비행시간과 정찰범위는 정찰위성보다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해상도 50㎝~1m, 무게 300~500㎏급의 정찰위성을 띄운 뒤 전송받은 지구 사진들을 공개하며 ‘전략적 지위 변화’를 과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 관계자가 2020년까지 최첨단 위성 발사와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우주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있다. 현광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과학개발부장은 2016년 8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2020년까지 북한의 추가 위성 발사를 막지는 못하며 향후 10년 내 달에 북한 인공기를 꽂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창리 발사장을 관장하는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를 확장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전문매체 NK프로는 지난 3월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가 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 복합단지 건축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이라도 언제든지 ICBM으로 전환되거나 ICBM 개량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ICBM과 우주 발사체는 맨 위 탄두에 무엇을 싣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북한의 신형 장거리 로켓이 정찰위성 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북한은 ICBM에 보다 큰 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한꺼번에 2개 이상의 위성을 탑재해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다탄두 ICBM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 결의 1718·1874·2087·2094호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물론 장거리 로켓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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