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김병원(앞줄 왼쪽) 전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회에서 1월 31일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취지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김병원(앞줄 왼쪽) 전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회에서 1월 31일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취지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농민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월 31일 치러진다.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모두 13명으로 역대 중앙회장 선거 중 가장 많은 후보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예비후보자 제도가 도입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그간 중앙회장 선거는 예비후보자 제도 없이 바로 후보자로 등록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는데 “후보자의 정책이나 자질을 알릴 기회가 없는 ‘깜깜이 선거’ ”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예비후보자 제도가 도입됐다.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기간은 1월 15일까지라 앞으로 후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예비후보제도가 처음 시행됐다는 점, 초·재선 조합장으로 구성된 대의원이 많다는 점, 지역구도가 아닌 인물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는 강성채 전남 순천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조합장, 홍성주 충북 제천 봉양조합장(가나다순) 등이다.

13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농협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성희 전 낙생조합장, 이주선 송악조합장이 2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후보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쥔 대의원들 중 약 70%가 초·재선 조합장들로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까지는 3선 이상의 조합장들이 대의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해왔다. 전직 농협중앙회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농협중앙회 선거가 지역구도로 치러졌다면 초재선 조합장들은 그간의 지역구도보다는 인물들의 경쟁력을 살펴 투표할 것”이라며 “특히 중앙회에서 요직을 맡았던 후보들이 선전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 13명 난립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은 농협에서 중앙회장 다음의 요직으로 꼽히는 감사위원장을 7년간 역임했다. 농협 감사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경로인 인사권과 감사권 중 감사권을 통솔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성희 전 조합장이 감사위원장으로 있던 당시 농협중앙회장은 최원병 전 중앙회장으로, 당시에는 회장직을 연임하는 게 가능해 최 전 회장은 8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이 전 조합장은 45년간 농협에 몸담은 만큼 관록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앞선다는 평이다. 2016년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때도 이 전 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김병원 전 중앙회장을 앞서면서 1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2차에서 김 전 회장이 승기를 잡으면서 결과가 역전됐다.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조합장 역시 9선 조합장에 농협중앙회 이사 5선을 지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선거 결선투표에서 김병원 전 중앙회장을 승리하게 만든 주역들이 현재 이주선 조합장 측에 가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 이사직 역시 감사위원장직만큼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지만 중앙회 전반의 운영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주선 조합장은 충청을 지역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기반에서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한 전직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으로 보면 경남과 경기가 대의원이 많아 유리하지만 경기 지역 대의원들은 뭉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전국의 대의원들이 지역 위주로 뭉치면서 인물보다 지역이 중요시돼 온 경향이 있다. 올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농협중앙회장직을 사퇴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은 13년간 나주 남평농협조합장을 맡아오다가 지난 선거에서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60년 만에 나온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이라고 불려왔다. 그간 중앙회장 자리에는 대부분 경북, 경남 등 다른 지역 출신이 당선돼왔다. 이번 선거의 경우 호남 지역 조합장들이 똘똘 뭉쳐 호남 출신 후보가 1위가 되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상대 후보를 누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호남 출신인 김병원 전 회장이 회장직을 지냈기 때문에 호남 후보가 다시 2강에 오를 경우 결선투표에서 다른 지역이 연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농가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고, 특히 젊은 조합장 대의원들이 표심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반 지역보다 인물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인물론’이 힘을 얻는다. 농협과 밀접한 한 법인 대표는 “이번 선거는 특히 농협중앙회 전반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폭넓은 이들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월 2일 기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13명이지만 이들 모두가 1월 31일까지 선거 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선거 막판으로 접어들수록 유력 후보는 다섯 손가락 안으로 추려질 것”이라며 “나머지 후보들은 당선보다는 유력 후보들과의 협상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게 출마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월 31일 오전에 전국 대의원들이 서울 서대문역 근처 농협중앙회관 본관에 모여 1차 투표를 하고, 이 중에서 한 후보자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1위 후보자와 2위 후보자가 오후에 결선투표를 거쳐 승자를 가리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예비후보들은 1월 16~17일 공식 후보로 등록하게 되고, 이렇게 등록한 후보들은 1월 18일부터 30일까지 선거공보를 배포하는 등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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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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