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MQ-1C ‘그레이 이글’ 무인공격기.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MQ-1C ‘그레이 이글’ 무인공격기.

2017년 10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군의 무인기를 격추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었다. 후티 반군이 격추한 미군 무인기가 단순한 구형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하늘의 저승사자’로 유명했던 MQ-9 ‘리퍼’ 무인공격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이란의 2인자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바로 그 무인기다. 당시 후티 반군은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리퍼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가 격추된 것은 이때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21일에도 예멘 반군은 리퍼 1대를 예멘 서북부 다마르주 상공에서 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간에 상공에서 비행체가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모습과 낙하지점으로 보이는 곳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관리도 로이터통신에 “8월 20일 밤 무인정찰기 1대가 예멘에서 격추됐다. 후티의 지대공 미사일에 공격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2010년 7월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총 38대의 구형 프레데터 무인기와 신형 리퍼 무인기가 격추 등으로 상실됐고, 별도로 9대는 훈련 임무 수행 중에 추락했다. ‘이란의 롬멜’로 불리던 솔레이마니를 제거해 ‘만능의 저승사자’인 것처럼 부각됐던 리퍼가 실제로 격추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론(무인공격기)을 동원한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유사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제거, 이른바 참수작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퍼는 알카에다 및 탈레반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데 자주 활용됐다. 미국의 이번 작전은 북한과 김정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의 성격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이 리퍼 등 무인기로 북한 내의 김정은을 제거하려면 이번 솔레이마니 암살과는 다른 난관들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김정은의 동선에 대한 정보 파악 문제가 있다. 미국 리퍼는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을 나와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솔레이마니를 도로상에서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는 비밀정보원과 통신 감청, 정찰위성 등 미국의 정찰 감시수단을 총동원해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엔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 외에도 이스라엘 모사드 등이 솔레이마니의 항공편 정보 등 이동경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언론은 이번 작전이 ‘기회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보도해 매우 긴박하게 이뤄졌음을 말해줬다. 기회 표적은 정찰 수단 등으로 확인된 긴급표적을 뜻한다.

정찰 수단으로 수집한 정보를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미국 본토에 있는 지상 드론 작전통제부에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드론 조종사들이 원격 조종으로 표적(솔레이마니)을 정밀 추적해 타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김정은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어느 수준으로 실시간 동선 파악이 가능할까. 일각에선 미국은 정찰위성 등 첨단 감시장비, CIA 등을 동원한 인간정보(휴민트) 등을 통해 김정은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할리우드 영화’ 속 얘기처럼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개량형 KH-12 정찰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5㎝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놀라운 ‘천리안’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찰위성도 건물이나 지하, 차량을 투과해 김정은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MQ-9 ‘리퍼’ 무인공격기.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MQ-9 ‘리퍼’ 무인공격기.

2017년 후티 반군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 공격에 격추되는 미군 리퍼 무인공격기. ⓒphoto 조선일보
2017년 후티 반군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 공격에 격추되는 미군 리퍼 무인공격기. ⓒphoto 조선일보

김정은이 현지 시찰 등 외부로 이동할 때는 경호차량, 전용차량 등의 움직임을 통해 정찰위성이 파악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정찰위성은 조기경보위성처럼 정지궤도가 아니라 북한 수백㎞ 상공을 하루에 몇 차례씩 지나가기 때문에 사각 시간대가 있다. 결국 김정은의 실시간 동선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김정은 측근이나 경호 관계자 등을 통한 인간정보다. 이런 동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한·미 인간정보망이 북한 권력 핵심부에 침투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각종 첨단 감시망을 통해 김정은 동선을 알고 있지만 실시간이 아니라 일정 수준 시차가 있는 동선 정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차가 있는 동선 정보라면 솔레이마니 암살처럼 무인기를 동원한 제거작전이 어렵다.

두 번째로는 북한 방공망을 뚫고 리퍼 등이 작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평양과 인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리퍼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무인기가 아니다. 속도도 최대속도 시속 482㎞, 순항속도 시속 313㎞로 느린 편이다. 북한보다 방공 능력이 떨어지는 후티 반군이 리퍼를 격추한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강력한 적 방공망이 살아 있는 곳에서 작전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다.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이라크 바그다드는 미국에 적대적인 대공 미사일 위협이 거의 없어 리퍼가 마음 놓고 비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군은 ‘어벤저’ 같은 최신형 스텔스 무인공격기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 내에서 드론을 동원한 김정은 제거작전을 편다면 리퍼 대신 ‘어벤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는 김정은 제거 이후 대체(대안) 세력 문제다. 김정은 제거작전에 성공하더라도 김정은만큼 북한 권력을 장악해 비핵화 등 미국의 목표를 실현시켜줄 대안 세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제거 뒤 북 군부 등에 의한 고강도 무력보복 가능성도 우려되는 점이다. 김정은 제거작전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을 제거한 뒤에 군부 강경파 등이 집권해 김정은보다 더 강경한 대미 정책을 펴고 핵무력 건설에 나선다면 김정은 제거는 오히려 ‘악수’를 둔 셈이 된다. 김정은 이후 새로 집권한 강경파들이 핵무기를 테러집단 등에 수출하는 핵확산에 나선다면 미국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일각에선 김한솔이 백두혈통으로 김정은 제거 이후의 대안 세력으로 제시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은 김한솔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대안 세력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7년 북한의 화성-14·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화염과 분노’ 상황 때 미국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ICBM 발사장 등 한두 곳을 상징적으로 때리는 ‘코피작전’을 심각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 제거작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미국의 참수작전을 우려해 상당 기간 은둔하리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지난 1월 7일 순천인비료공장을 현지 지도하며 공개 행보를 보인 것은 이 같은 미국의 한계를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라 드론 제거보다 현실적인 김정은 제거작전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신형 단거리 미사일 등을 발사할 때 현장을 스텔스 전투기나 크루즈(순항) 미사일, 스텔스 무인공격기 등으로 타격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무기 발사 때 미국은 정찰위성 등으로 사전에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고, 김정은이 현장에서 지켜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밤에 미사일을 쏜 경우가 많아 스텔스기로 타격하는 것이 유리한 점도 있다. 다만 특수부대가 은밀히 침투해 직접 현장에서 김정은의 사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직접 김정은 제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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