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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1호] 2020.01.13

CJ 건물 의문의 태양광 정체

▲ 서울 중구 동호로에 위치한 CJ그룹 사옥. photo 이명원 조선일보 기자
CJ그룹 계열사들이 이재현 회장 장남 선호씨의 옛 사돈 집안이 소유 및 운영하는 태양광발전 업체를 도와준 정황이 주간조선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 업체는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데다, 관련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CJ그룹의 지원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4년 전 숨진 선호씨 전처와 관련한 이 회장의 배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의와 관계없이 오너 일가의 일에 그룹 계열사들이 나선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호씨 전 장인 도와주기?
   
   CJ그룹은 2017년부터 태양광발전 업체인 A사와 B사가 CJ 계열사 건물 옥상에 발전설비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용규씨이며 사내이사는 이씨의 부인 주모씨다. 이 대표와 주모씨는 이재현 CJ 회장의 옛 사돈이자,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옛 장인·장모이다. 이선호 부장은 이용규 대표의 딸인 이래나씨와 2016년 결혼했으나 래나씨는 그해 미국에서 사망했다.
   
   상업용 태양광발전 등의 전기사업을 하기 위해선 설비 규모에 따라 지자체 혹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100여개 지자체, 전기위원회가 각각 발표한 발전 사업 심사·승인·양수 현황을 모두 확인한 결과, 현재 이용규 대표가 A사와 B사를 발전 사업자로 내세워 설립·운영 중인 태양광발전소는 총 1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자체 발표 자료 등에서 소재지가 적시된 발전소는 8개로 이들 발전소는 모두 CJ 계열사인 CJ대한통운, 프레시원, 한국복합물류 건물에 각각 위치했다.
   
   발전소별로 따져보면 1호 태양광발전소(1333㎾)는 2019년 2월 CJ대한통운 시화물류센터 옥상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2호(631㎾)와 3호(452㎾)는 2017년 10월 각각 CJ대한통운 정비공장 포항지점 옥상, CJ대한통운 포항지사 옥상에서의 발전 허가를 받고 2018년 완공됐다. 5호(352㎾)는 CJ대한통운 광주지사 옥상에 자리 잡은 후 지난해 9월 허가를 받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7호(444㎾)는 프레시원광주 옥상에서 가동 중이며, 8호(785㎾)는 CJ대한통운 전북지사 옥상에 건립 중이다. 두 발전소는 각각 2017년 8월과 2019년 2월에 사업허가를 받았다. 10호(7900㎾)는 지난해 11월 전기위원회로부터 CJ대한통운 광주메가허브곤지암 옥상에서의 사업을 승인받고 착공 준비에 들어갔다. 11호(2191㎾)는 지난해 4월 허가를 받은 뒤 세종시에 위치한 한국복합물류 건물 옥상에 완공돼 가동 중이다.
   
   8호의 경우 당초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CJ프레시웨이 옥상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이용규 대표가 지자체로부터 얻은 허가권을 자진 반납하면서 지금의 CJ대한통운 전북지사 옥상에 들어서게 됐다. 9호(약 300㎾)는 CJ논산공장 건물 옥상에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가 2018년 9월 허가권을 반납하면서 설치를 취소했다. CJ그룹은 이용규 대표의 발전 사업 관련 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다른 계열사 건물 옥상 부지를 넘겨 사업을 원활히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운 것으로 보인다.
   
   4호와 6호의 소재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2020년 1월 기준 매수자 계약 리스트에는 이미 특정 건축물에 위치해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용규 대표가 운영·설립 중인 발전기의 총 설비용량은 약 14㎿(1㎿=1000㎾)에 이른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1000㎾의 전기발전 설비는 평균 333가구가 필요로 하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를 비춰봤을 때 그가 CJ 건물에 설치한 발전 설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기 치고는 상당한 규모인 셈이다. 생산된 전력은 한국전력공사 등에 판매되는데, 태양광발전 업계에선 1㎿의 발전기를 1년간 가동했을 경우 약 2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임대료 적정성 등 따져봐야
   
   이들 발전소를 소유·운영하는 A사와 B사는 모두 태양광발전 사업 경험이 전무한 신생기업이다. 두 업체는 각각 2017년 3월, 2018년 4월에 설립됐다. 일부 발전소 사업허가는 이들 기업이 설립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받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사업주가 설비가 들어설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전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토지·건물주로부터 토지·건물 사용승낙서를 받아 제출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CJ가 이들 기업의 설립과 동시에 곧바로 발전 공간을 내줬을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발전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발전 사업이 이례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덕 한국태양광발전 사업자연합회 사무국장은 “발전소 100곳 중 99곳은 건물주나 토지주가 태양광발전 업체에 공간을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시공을 맡겨 자신들이 직접 운영해 수익을 올린다. 발전 공간 임대료보다 직접 발전해 얻는 수익이 더 높기 때문이다. A사와 B사 같은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관계자는 “보통 공공기관들이 유휴부지를 임대하곤 하는데 요즘엔 민원 등으로 이마저도 안 하는 추세다. 더군다나 국내외 대기업들은 재생 에너지를 제품 생산 과정에 얼마나 투입했냐에 따라 수출입 규제 적용 폭도 달라져, 태양광발전기를 직접 가동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2010년 경남 양산 복합물류터미널 옥상을 타 업체에 임대하지 않고, 태양광발전 시설을 직접 세운 후 운영한 바 있다.
   
   CJ 계열사 옥상에서 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이용규 대표의 경우 태양광발전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 대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를 부른 4인조 혼성그룹 ‘코리아나’ 출신이다.
   
   A사와 B사의 사무실 위치도 석연치 않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의 1층을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하지만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은 사무용 빌딩이 아닌 일반 주택이다. 이곳은 이용규 대표가 거주 중인 자택으로, 2012년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중에 소개한 집이기도 하다.
   
   
▲ CJ대한통운이 직접 운영할 목적으로 2010년 경남 양산 복합물류터미널 옥상에 완공한 태양광발전 시설. A·B사의 발전소는 다수의 CJ 건물에 이런 형태로 설치돼 있다. photo 연합

   CJ 측 “그룹 관여 없고, 제안 와서 공간 내줘”
   
   만약 CJ그룹이 두 회사에 계열사 옥상 부지를 무상 혹은 낮은 임대료를 받고 제공했을 경우 법적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부동산·상품·용역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혹은 상당한 규모로 제공하여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는 부당 내부거래로 제재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해 전직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내부 시행 지침에 따라 임대료 규모의 적정성 등을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선 CJ 측과 A·B사가 4년 전 래나씨의 사망 이후 거래를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며느리 래나씨를 각별히 아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래나씨의 49제와 2주기 행사 등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우리가 잘 챙기겠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도 한다. CJ는 이씨가 사망한 이후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신내동 부근에 ‘꽃동네 회관’ 건설을 추진 중이다. 꽃동네 회관 안엔 래나씨의 천주교 세례명을 그대로 붙인 경당이 있는데, 이 경당 구축도 CJ가 주도했다. 회관은 올 3~4월 오픈 예정이다. 꽃동네 한 관계자는“앞으로 예배, 미사를 드리게 될 곳”이라며“모두 CJ가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측은 "이 회장 개인 사재로 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과 관련한 A·B사 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지난 1월 7일 이용규 대표 자택이자 A·B사의 사무실 1층 차고지에서 만난 C씨는 자신이 이 회사 직원이라면서도 “최근 태양광발전 사업 내용과 관련해 이용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기자 요청에 “좀 말 못 할 그런 게 있다. 아픈 게 또 있어 가지고 비정상적인 그런 부분이 있어서 여기 부장, 상무한테 보고하고 연락 줄 테니 일단 가라”고만 답했다. 연 이틀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문은 굳게 잠겼고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CJ 측은 적정 임대료를 받고 공간만 빌려줬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류센터 옥상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이를 태양광 업체에 빌려준 것이며 우리가 직접 발전 사업에 나서는 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청정 이미지도 갖고 있지 않나. 옥상 임대 입찰은 따로 띄우지 않고 업체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오면 내부 기준에 따라 기업건전성 등을 검토해 공간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에 따르면, 현재 전국 12개 CJ대한통운 물류창고 옥상을 총 9개 태양광발전 사업체에 1~2개씩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건물을 활용한 이용규 대표 소유의 발전소만 6개다. 그는 “임대료를 포함한 계약 내용과 여타 참여 기업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CJ 측은 그룹 차원의 관여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CJ그룹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주거나 한 건 없었고 태양광발전 사업체 대상 임대 사업은 그룹 운영과는 무관하다. 이용규 대표가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다 보니 어쩌다 사업 관계를 맺게 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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