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보잉 737 MAX여객기. ⓒphoto 뉴시스
이스타항공의 보잉 737 MAX여객기. ⓒphoto 뉴시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39)씨가 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태국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 과정에서 보증을 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타항공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2007년 창립한 회사다. 그동안 야당에서는 정부가 이 전 의원을 중기공단 이사장에 임명하는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서씨를 타이이스타젯에 취업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 측에서는 “두 회사는 별개의 회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항공기가 한 대밖에 없는 타이이스타젯에 대해 이스타항공이 보증을 선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전 의원 측 해명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이 들여온 보잉737-800 항공기 한 대의 한 달 리스 요금 약 29만달러(3억3000만원)에 대한 보증을 서고 있는 상태다. 현재 타이이스타젯이 보유한 항공기는 리스한 보잉737-800 기종 한 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잉737-800 기종은 지난해 9월 타이이스타젯에 인도됐다. 통상적으로 리스 계약부터 항공기 인도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 간의 보증은 2019년 6월을 전후해 이뤄진 셈이다. 타이이스타젯은 2017년 2월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2억바트(약 76억원)로 태국인 2명이 99.98%, 한국인 1명이 0.0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월 3억여원짜리 비행기 리스에 대한 보증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의 항공기 리스 요금을 보증 서주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타이이스타젯과 같은 소규모의 신생 항공사는 항공기를 들여올 때 은행의 지급 보증 여부 등을 항공기 리스업체에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대형 항공사는 주거래 은행에서 리스 요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받을 수 있지만, 타이이스타젯과 같은 신생 회사는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크레딧)을 받기 어렵다. 때문에 모회사인 이스타항공이 이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사실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두 회사의 관계가 정치권에서 공방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타이이스타젯은 작년 3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한 회사다. 지난해 3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곽 의원은 “이(상직) 이사장이 2018년 3월 이사장직에 취임했는데, 이로부터 한 달 뒤인 4월 문 대통령의 사위가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염두에 두고 태국 자본이 만든 회사에 취직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이 중기공단 이사장 자리를 받는 대가로 대통령 사위를 취업시켜준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반박하지 않고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 사위 취업 대가?

지난해 6월에도 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 사위 서모씨가 2018년 7월 태국의 타이이스타젯에 입사해 3주간 근무했고, 공개채용이 아닌 이메일로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고 했다. 곽 의원은 또 “이스타항공이 투자한 적 없다고 했지만,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취업 과정에서 어떤 특혜나 불법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해 10월 1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이 전 이사장은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간의 합작 여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항공사는 투자를 안 해도 얼라이언스(alliance·제휴)를 해야 살아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자문해준 적이 있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전 이사장은 또한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항공은 합작회사가 아니다. 그건(타이이스타젯) 방콕, 태국 회사”라며 본인이 창립한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간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했다.

지난 1월 15일 이 전 이사장과의 통화에서 두 항공사 간 보증 여부를 알고 있냐고 묻자 “항공사 간에야 LCC끼리도 얼라이언스는 다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이 전 이사장은 또 “내가 현직 경영인도 아니고, 모든 경영은 전문 경영인들이 맡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의 관계가 ‘항공사끼리 통상적으로 하는 얼라이언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양 회사 간의 제휴협정에 대한 인가신청을 제출한 적이 없다. 항공사 간의 제휴협정을 맺을 때에는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업체 간의 얼라이언스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스타와 타이이스타젯 간의 보증에 대해)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보증과 관련해 알지 못하나’란 물음에 최 대표는 “그게 아니고, 거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보고받아 봐야 한다”라고 했다.

창업자 이상직 전 이사장은 21대 총선 출마

이상직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14일 중기공단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사임하기 하루 전인 1월 13일에는 이미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현직 공공기관장 신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며 총선 출마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었다.

이스타항공은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의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이사장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전북 전주을 지역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도전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고 재수 끝에 19대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 전 이사장은 20대 총선에도 도전했지만 이때도 공천을 받지 못했고, 2016년 6월 이스타항공 회장직으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17년 6월에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2018년 3월 ‘봄이 온다’는 부제로 잘 알려진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 예술단’이 방북 길에 탑승한 항공기가 이스타항공의 여객기였다. 2015년 8월 고 이희호 여사가 평양으로 방북할 때 탑승한 전세기 역시 이스타항공의 여객기였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애경그룹의 제주항공과 M&A를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이 매각대금 69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 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인수 마무리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이번 계약으로 매각대금 695억원뿐만 아니라 제주항공의 지분 1.46%와 이스타항공의 지분 17%까지 확보하게 된다. 100억원 규모의 제주항공 전환사채(CB)와 이스타항공이 내놓은 100억원의 CB를 이스타홀딩스가 매입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유한 채권이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시장가에 비해 큰 금액이 책정됐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스타홀딩스의 대표는 이스타항공의 창립자 이상직 전 이사장의 자녀인 이수지씨가 맡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8년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배터리 시계를 운송한 것에 대한 과징금 90억원을 비롯해 지난 5년간 항공 관련법 위반으로 총 119억20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액수로, 2위 대한항공(76억원)과는 43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주항공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9분 만에 긴급 회항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안전상의 논란도 있었다. 이런 상황 탓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가 가진 모종의 ‘힘’을 업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보증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며 “M&A 과정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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