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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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질환과 관련한 각종 거짓 정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환자를 쳐다보거나 중국산 식료품만 먹어도 우한 폐렴에 감염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관계 규명, 유언비어 작성자 처벌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국민들 불안만 가중시킬 뿐 별 효과는 없는 분위기다. 주간조선은 우한 폐렴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정보의 진위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감염되나?

좁은 공간에서 환자가 기침을 하면 에어로졸(Aerosol·대기 중에 부유하는 액체 미립자) 형태로 체액이 옮겨질 순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불확실하나 공기상 전파는 어렵다”고 밝혔다.

Q 감염자와 눈만 마주쳐도 전염된다?

우한 폐렴은 감염 환자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등을 할 때 내뱉는 타액이 호흡기나 눈, 코, 입 등의 점막으로 들어가야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침이 나올 때 옷소매나 팔꿈치로 최대한 막으라고 권고한다. 눈을 통한 감염은 환자의 비말이 묻은 손으로 눈 등을 비비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순 없다.

Q 중국산 김치 등 식자재만 먹어도 전염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질병관리본부 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 식자재가 현지에서 제조돼 국내로 실려오는 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식자재에 감염자의 비말이 튀어 묻는다 해도, 바이러스가 그 시간 동안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Q 길고양이 등 동물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나?

마찬가지로 희박하다. 윤홍준 월드펫동물병원 원장은 “아직 동물과 인간 간의 이종 감염 여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통상적으론 아주 특이한 바이러스를 제외하곤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고 나선 털의 먼지를 터는 등의 기본 위생 지침은 준수할 필요가 있다.

Q 전염되면 바로 바닥에 쓰러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중국 남성이 쓰러진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만들어진 소문이다. 당시 이 남성은 우한 폐렴에 전염돼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Q 이대로면 18개월간 65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 에릭 토너 박사의 가상 신종 코로나 시뮬레이션 결과가 와전된 내용이다. 당시 그가 실험한 바이러스 모델은 지금 전염되고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Q 손 세정제 사용해도 소용없다?

알코올이 70% 이상 함유된 손 세정제는 우한 폐렴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다만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는 것이 가장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중교통 손잡이나 휴대전화, 문고리 등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으니 수시로 손을 씻을 것을 권장한다.

Q 마스크 착용이 도움이 되나?

100% 예방한다고 말할 순 없으나 상당한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보건용 마스크 등급으로는 KF80, KF94, KF99 세 등급이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차단율도 높다. 의료계에선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호흡이 불편할 수 있으니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는 것보다 KF80을 계속 착용하는 것도 좋다”고도 전했다. 마스크를 벗을 땐 겉면에 손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좋으며, 빨아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오염 위험이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Q 소금물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염분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엔 근거가 없다. WHO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Q 해외여행 중 감염되면 여행자보험 적용이 불가하다?

보험가입 시 조건을 잘 따져봐야겠지만, 여행자보험은 상해·사망·질병 등 일반적인 의료보험 항목을 보장하고 있다. 요즘엔 특약으로 식중독이나 전염성 질병 진단 시 별도 보상이 가능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다만 잠복기 등으로 인해 우한 폐렴이 해외에서 걸린 건지, 국내에서 전염된 건지는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

Q 발병원은 박쥐, 뱀이다?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중국과학원 원사)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원인을 우한시 수산시장에서 파는 박쥐로 지목했지만, 아직 확실하진 않다. 중국 합동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박쥐일 순 있으나 박쥐와 인간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대, 광시대, 닝보대 의료진은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그 중간 매개체가 뱀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게재한 상황이다. 우한시 시장에선 뱀과 닭 등 여타 동물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Q 환자 1명이 최대 14명까지 전염시킬 수 있다?

지난 1월 24일 ‘중국에서 일하는 간호사’라고 주장한 한 남성이 “14명을 한 번에 감염시킬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퍼진 소문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WHO는 우한 폐렴의 ‘예비 RO 추정치’를 1.4~2.5로 제시했다. RO는 전염병의 사람 간 전파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1~2명 수준으로 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사스 때처럼 전염성이 예상보다 더 강할 순 있지만 ‘10명 이상’이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Q 국내 중국인 환자 치료 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나?

그렇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인 감염자를 격리 치료할 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가 책임진다. 국내 추가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1월 20일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35세 중국인 여성 환자 의료비도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과거 국내 메르스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했을 땐 그 진료비를 중국 정부가 모두 내기도 했다.

Q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 가능한가?

2007년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정부는 질병 의심환자나 감염자에 대한 입국 거부 정도만 할 수 있다. 만약 아예 입국을 금지한다면 우리나라가 보건 인프라를 잘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 밀입국이 많아져 중국인들의 동선 파악과 방역이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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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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