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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4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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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우한 쇼크 최대 피해자는 김정은?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 2월 1일 평양공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보건당국 직원들. photo 뉴시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도시다. 인구 245만명인 단둥은 과거부터 북·중 교역의 중심지였다. 북·중 교역은 대부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이뤄져 왔다. 단둥에서 거래되는 대북 교역 규모는 연간 38억달러로 전체 북·중 교역액의 70%를 차지한다. 단둥 거리 곳곳에서 북한 상점을 볼 수 있고, 북한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단둥에서 중국산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을 싸게 구매한 뒤 북한에서 온 무역일꾼들에게 넘긴다. 현재 대북 무역에 종사하는 단둥의 중국 기업은 400여개에 달하며 120여개의 북한 무역회사가 상주하고 있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은 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이미 단둥과 신의주를 새로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해 놓았다. 단둥시는 북한과의 교역 확대에 대비해 외곽에 신청(新城)이라는 신도시를 개발하기도 했다. 단둥시는 시청을 이곳으로 이전했고, 단둥 주재 북한영사관도 이쪽으로 이전해 왔다. 중국 정부는 신압록강대교가 있는 지역에 출입국사무소(國門大廈)와 세관까지 세워 놓았다.
   
   
   무역일꾼들 자취 감춘 단둥
   
   최근 들어 중조우의교에선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트럭 등 화물차들은 물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실은 관광버스들도 전혀 볼 수 없다. 북한과 중국의 차량들이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때문이다. 단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도 자취를 감췄다. 북한 정부가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국경을 봉쇄하는 등 사실상 ‘국가 폐쇄’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북한 정부는 지난 1월 31일부터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연결하는 모든 운송 통로를 완전히 폐쇄했고, 중국인들을 비롯해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도 금지했다. 단둥과 선양 등 중국 주재 북한영사관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입국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까지 게시됐다. 심지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총련 등 재일교포들이 중국을 경유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됐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국제항공, 국제열차, 선박 등의 운행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북한 유일의 국제항공사인 고려항공은 평양과 중국 베이징과 랴오닝성 선양(瀋陽) 등을 오가는 왕복 노선을 운영한다. 국제열차는 중국과 접경인 단둥 및 베이징을 거치는 노선과 나진~하산 철로를 이용해 러시아까지 오가는 노선이 있으며 여객용으로 사용된다. 이에 앞서 북한 정부는 지난 1월 22일부터 유커의 입국을 막았고, 고려항공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베이징발 평양행 탑승을 금지했다.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던 중국 항공사인 에어차이나의 운항도 취소됐다. 북한 정부는 또 국경 봉쇄에 이어 중국 정부에 탈북자 송환 중단까지 요청했다.
   
   특히 북한 정부는 또 지난 1월 28일부터 중국과의 무역거래까지 완전히 중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1월 28일부터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 세관으로 들어오는 화물차량의 통행이 완전 금지됐다”며 “중국에서 퍼지고 있는 무서운 전염병에 대처해 국경에서의 화물 이동을 차단하라는 지시가 평양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보건당국이 1월 중순 이후 신의주 세관을 통해 입국한 무역 간부들과 주민들의 명단을 조사하고 이들이 신종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신의주 세관에서 위생검사가 엄격하게 실시되고 있다”면서 “단둥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조선 공관원들은 중국인들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혹시 감염자가 나타나면 즉시 보고하라는 지시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 지난해 10월 25일 김정은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에서 군 간부에게 지시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우한 폐렴 맞서 총력전 펼치는 북한
   
   북한 정부는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는 등 우한 폐렴의 유입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 필사적인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각 시도 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상방역지휘부가 설치됐고, 국경 검문소를 비롯해 항만과 공항 등에선 외국에 공무로 나갔다가 귀국하는 출장자들과 수출입 업무를 하는 무역일꾼, 해외 파견 노동자들 및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검진이 실시되고 있다. 북한 정부는 부득이하게 자국에 입국하는 외교관 등 모든 외국인들을 무조건 1개월간 격리 조치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은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면서 연일 예방법 등 방역 대책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 정부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과거 방역 수준을 뛰어넘는 매우 강력한 조치라고 분석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북한 정부는 2003년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을 차단하고 신의주 세관을 일시 폐쇄하는 등 평양~블라디보스토크 항공노선 한 개를 뺀 모든 지상·공중·해상 통로를 틀어막았다. 2003년 6월 제7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가족들도 상봉에 앞서 검진을 받았다. 당시 북한 정부는 외화벌이 수단인 금강산 관광마저 2003년 4월 25일부터 62일간 중단하기도 했고, 재개 이후에도 한동안 관광객에 대한 검진을 계속했다. 북한 정부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도 외국인 입국을 통제했었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외교관과 사업 목적의 외국인 입국자들에게도 21일간의 격리·관찰 조치를 엄격히 시행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외국인 선수 출전을 금지하는 등 스포츠 행사도 축소·연기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북한 정부는 중동 지역의 자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과 파견 노동자의 귀국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015년 6월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검역용 열감지카메라를 지원받아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한 사람들에 대한 발열 검사를 실시했으며, 이 조치를 2016년 1월까지 유지했었다.
   
   이번에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의 잠정 중단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인력 58명 전원이 지난 1월 31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복귀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같은 해 9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2019년 3월 북한 정부는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가 사흘 만에 복귀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개소 이후 처음이다.
   
   북한 정부는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지구의 한국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는 통보도 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한국 시설 철거를 지시한 이후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에 서둘러 시설을 철거하라고 압박했었다.
   
   
▲ 최근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의료진으로부터 우한 폐렴 예방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photo 조선중앙 TV

   북한 보건안보 순위 195개국 중 193위
   
   북한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매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명이 될 정도로 의료 시스템이 상당히 열악하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는 ‘2019 세계 보건안보 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보건안보 순위를 전체 조사대상 195개국 중 193위로 평가했다. 병원 등 의료시설과 장비 및 약품의 부족, 불결한 위생 환경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 중 상당수는 결핵과 장티푸스 등 각종 질병과 전염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숨져왔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은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 약이 없어 장마당에서 약을 직접 구입해야만 한다.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박기범 북한담당 국장은 “평양의학대학에서 수술을 진행했는데 북한 의사들은 부러진 수술용 현미경에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면서 “북한의 의료 시설과 장비 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IN DPRK’는 “북한은 각종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과 예방 기술이 부족하다”면서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북한으로선 전염병 확산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우한 폐렴이 김정은이 올해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정면돌파전’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에 대응해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새 노선으로 선포한 바 있다. 김정은이 정면돌파전에 나서기로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있는 관광 사업과 중국과의 무역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북한 정부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을 비롯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등을 건설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김정은과 북한 정부의 속셈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뒷배’로 삼아 관광을 통한 외화벌이로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 유커들의 북한 방문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북한을 찾은 유커는 10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올해 벌어들일 관광 수입은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올 초부터 외국인 여행객을 염두에 두고 평양고려국제여행사와 연계해 양덕군 온천 예약을 받는다고 홍보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 중국 단둥 주재 북한영사관이 게시한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공고문. photo RFA

   생필품 조달 차질, 장마당 물가 치솟나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이 상당 기간 전면 중단되면 제재 때문에 수출 규모가 줄어든 북한으로선 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북한의 무역 상대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북·중 무역규모는 27억2000만달러로 전년(52억6000만달러)보다 48.2% 감소했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중국과 밀수 등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짭짤하게 재미를 봐왔던 외화벌이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 틀림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통화는 북한의 원화가 아닌 미국의 달러화나 중국의 위안화이다. KDI는 “북한의 외화수입이 전면 차단되면 북한 경제는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북한 관광과 밀무역, 공식 무역 등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민생경제가 자칫하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중 간 물류와 인적 왕래 차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명줄인 장마당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당 3대 생필품인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는 100%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이런 물품들이 부족할 경우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생활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부의 국가 폐쇄 조치가 공교롭게도 춘궁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단행됐기 때문에 장마당의 물가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때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급 탈북자는 “단둥과 신의주 세관을 보름만 막아도 평양에서 물품 부족 현상을 겪는다”며 “무역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 경제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보건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최소 2~3개월에서 6개월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문 서한과 함께 지원금까지 보낸 것은 이번 사태 수습 이후 중국의 원조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에게 불가피하게 국경봉쇄를 단행한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의 돌파구로 추진해온 ‘개별관광’이라는 카드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별관광 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 정부가 금강산 철거를 연기한 것은 우한 폐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남북대화나 협력에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별관광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무튼 김정은이 제시한 ‘정면돌파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뜻밖의 악재로 실패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체제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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