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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4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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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마스크 매점매석, 형사처벌 근거는?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월 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마스크 상자가 쌓여 있다. photo 뉴시스
“마스크 사재기하면 감옥 갑니다.”
   
   정부는 지난 2월 5일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형사처벌이라는 철퇴를 내리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5일부터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 등에 개설한 ‘보건용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등 신고센터’에는 소비자들의 신고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마켓 등에서 마스크를 주문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 다수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고내용을 검토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조사해서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만큼이나 기승을 부리고 있던 마스크 사재기, 매점매석 행위가 이번 정부의 조치로 근절될지 주목된다.
   
   매점매석(買占賣惜). 한자 뜻 그대로 ‘전부 다 사서 차지하고, 파는 것을 아깝게 여긴다’는 의미다. 특정한 물건의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한꺼번에 대량으로 사놓고 팔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과일과 말총 사재기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떠올리면 된다.
   
   21세기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는 속도만큼이나 마스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공급마저 왜곡시키는 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 현금을 든 바이어들이 마스크 생산공장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결국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마스크가 가격이 더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공장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손소독제 등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엄벌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2월 5일 자정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 상황·제품 수급 따라 행위 및 대상물품 지정
   
   매점매석으로 형사처벌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법률은 이미 오래전에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買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7조) △만약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26조)고 명시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위와 같은 법률 규정에 따라 경기 상황, 관련 제품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그때그때 매점매석 행위 및 대상 물품을 지정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14년 담배가 매점매석 금지대상 물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담배가격 2000원 인상(2015년 1월 1일부로 담배가격이 20개비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재기 방지를 위해 이루어진 조치다. 2017년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매점매석 금지대상 물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법 통과로 가격인상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사재기를 방지하고자 이루어진 조치였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마스크, 손소독제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한시적(오는 4월 30일까지)으로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매점매석 금지대상 물품으로 지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 적용될 수 있다. 이번 고시는 보건용 마스크 또는 손소독제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자를 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산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도매상, 소매상, 온라인 중개상 등)도 문제될 수 있다. 물론 비영리 목적(기부 등)으로 마스크, 손소독제를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매점매석 행위 판단기준은?
   
   보건용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폭리를 목적으로 과다하게 보유해서도 안 되고 판매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 그 세부적인 기준은 언제부터 영업을 했는지에 따라 조금씩 상이한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① 2019년 1월 1일 이전부터 영업을 한 사업자의 경우: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의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하여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
   
   ② 2019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의 경우: 영업 시작일부터 조사 당일까지의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하여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
   
   ③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영업일이 2개월 미만인 사업자의 경우: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판매하지 않는 행위
   
   주의할 것은 3번째 부분이다. 마스크 사재기로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는 경우, 자칫하다가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업자가 조사 시점에 소비자의 반환 증가로 해당 제품을 과다하게 보관할 수밖에 없거나 유류비 등 반환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관량이 적어 판매를 기피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면책될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마스크 사재기,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정부와 각 지자체는 ‘보건용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단속반을 운영하여 마스크·손소독제 사재기에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단속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 법령상 일정기간 보관하는 것만 제한하고 있어 사업자들끼리 물건을 계속 돌려가며 가격을 올릴 경우 막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선언적 효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태의 진정과 국민건강의 보호를 위해서는 다른 실효적인 조치(정부·지자체의 마스크 확보 및 지원 등)가 충분히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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