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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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진원지 후베이(湖北)성 최덕기 한인회장은 현재 서울에 체류 중이다. 지난 2월 9~10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관악구 인근 식당 등에서 만난 최 회장은 흡사 노숙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충혈된 눈, 정리되지 않은 수염 등이 그가 겪었던 어려운 상황을 느끼게 했다. 그는 우한 근교에서 리조트를 경영 중이다. 사실상 삶의 터전이 중국에 있는 셈이다. 그의 말에는 남겨진 우한 교민들에 대한 걱정, 하루아침에 무너진 현지 사업체 등에 대한 걱정과 회한이 가득했다.

- 한국에는 언제 왔나. “우한 인근 황강 마청시에서 거주했는데, 1월 12일 갑자기 심한 가슴통증 증세가 왔다. 우한시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베이징 병원으로 옮겼다. 치료를 위해 1월 14일 한국으로 왔다.”

- 발병할 당시 중국 상황은. “위챗 등으로 이상한 병이 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스 같은 병이 돈다는 이야기였다. 중국 공영방송에도 화난수산시장에서 전염병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환자가 완치되어 퇴원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황강에서 우한에 가보니 중국 사람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었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도 전염병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다.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현재 중국 의료 상황은 어떤가. “중국 병원 사정이 어렵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치료받기가 어렵다. 설령 병원에 가더라도 감염 위험이 있다.”

- 교민들은 아프면 어떻게 하나. “우한에 한국인 의사가 한 명 있다. 4~5년 전에 온 의사다. 성형외과 전공의인데, 위챗·전화 등으로 한인들 진료를 해주고 있다. 약이 필요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처방된 약품을 전달해 준다. 해당 의사는 가족 없이 혼자 우한에 있다. 사실 한국행 전세기 탑승자 명단에 있었는데, 본인이 남겠다고 해서 아직도 봉사활동 중이다.”

- 교민들의 치료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부탁한 것이 있나. “총영사관에 치료시설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의사분이 그곳에서 한인들을 치료하면 좋을 것 같다.”

- 현재 중국 친구들에게 전화 등으로 현지 사정을 물어보면 어떤 말을 하나.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보내줄 물건이 없느냐고 물어보면, 다른 것은 필요 없고 마스크를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생필품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슈퍼 등에 가면 물건을 살 수 있는데, 되도록 나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 우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언제 알게 되었나. “귀국해서 한국 병원에 입원한 후 휴대폰을 꺼놨다. 뉴스를 통해 우한이 봉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1월 중순 다시 휴대폰을 켜보니,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있어서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봉쇄 중인 우한 인근 도로. ⓒphoto 교민 위챗
봉쇄 중인 우한 인근 도로. ⓒphoto 교민 위챗

- 건강은 어떤가. “한국에 머무는 호텔까지 나를 만나러 찾아왔다가 ‘나오지 말고 화상통화로 이야기하자’는 분도 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코로나19 잠복기가 14일이다. 난 한 달이 지났다.”

- 후베이성에 한인들이 얼마나 있나. “사실 나도 이렇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번 총선에는 재외동포들도 참여하는데 중국 공안청을 통해 확인해 보니 후베이성 교민이 3000명이 넘었다. 그중 학생만 1200명 정도다.”

- 한인회는 어떠한 일을 하나. “교민들의 복지와 한·중 민간교류를 위해 노력한다. 선거로 한인회장을 선출하는데, 작년 6월부터 한인회장직을 맡고 있다.”

- 왜 우한이 이번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나. “과거에는 중국이 연안(해안) 중심으로 개발을 했다. 지금은 장강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 인구와 교통이 이 일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한은 중국의 교통요지다. 그래서 (전염병이) 빨리 전파된 것이다.”

- 한국 정부가 2차례 우한 전세기를 띄웠는데, 한인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나. “1월 23일 전세기를 띄우기로 결정한 날, 청와대에서 한인회장을 찾았다. 그래서 청와대에 의료품과 의료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 현지 한인들을 돕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자는 데 반대하는 여론을 보고 크게 놀랐다. 중국은 마스크가 없어 생활필수품을 사러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진에게 지급할 마스크도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도와주면 안 되나.”

- 우한 현지 교민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우한이 봉쇄되어서 너무 어렵다.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체를 만들어 서로 돕고 있다. 봉사단체들이 당장 시급하게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챗을 통해서 정보를 교류하며 모두 무사히 이번 위기를 넘기자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중국 전역으로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이다. 이런 방법은 선진국이 취할 방법이 아니다.”

-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현재 총영사관은 헌신적으로 노력 중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마스크, 의료품 등이 부족하다. 정부도 약속을 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교민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에 우한 교민들에게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해외에 있지만 우리도 한국인이다. 우한 교민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해외에 살다 보니 고국의 고마움을 잘 몰랐는데 이번에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우한을 돕기 위한 ‘마음 나누기 대행진’ 행사 등을 추진 중이다. 어려울 때 도와주시면 절대 잊지 않겠다.”

- 마음 나누기가 무엇인가. “정부와 기업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한국의 시민들도 조금씩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하려는 행사다. 이런 소식이 중국에 전해지면 중국도 크게 감동할 것이다.”

기자는 우한에서 출발한 3차 전세기가 한국에 도착한 이후인 2월 12일 다시 최 회장과 통화했다.

- 3차 전세기로 원하는 모든 교민이 한국에 왔나. “이제 본인이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다 한국에 왔다. 남은 사람은 200여명 된다. 그분들은 그곳이 집이고 삶의 터전이다.”

- 이번 3차 전세기를 띄우는 데 어려웠던 점은. “가족이 중국 국적인 경우 데려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양국 정부의 협의로 해결했다. 1~2차 전세기를 타고 가족의 일부만 한국에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인솔자가 없는 중국인 배우자도 데려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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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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