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 ⓒphoto 뉴시스
지난 3월 2일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 ⓒphoto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대구교회를 매개로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자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신천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한국의 주류 교단으로부터 이단시되는 신천지는 지난 수년간 중국에서 급속히 교세를 키워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내 신천지 신도 수는 약 2만명. 신천지 측이 한국 정부에 제출한 국내외 신도 24만여명 중 해외 신도만 3만3281명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2만명)이 중국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신천지 대구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가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되자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중국 당국이 바이러스 역유입을 우려해 신천지를 단속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5766명 가운데 50% 이상은 신천지 ‘다대오지파’ 소속 대구교회와 연관돼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신천지의 중국 내 선교활동과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편전쟁 전후 선교사를 앞세운 서구 열강의 침략에 호되게 당한 바 있는 중국공산당은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간주해 왔다. ‘태평천국’ 등 종교단체에 의해 정권이 흔들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에 중국 헌법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하위 법규로 외국인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도와 인쇄물(성경) 반입, 종교시설(교회) 설립 등을 엄격히 금지한다.

자국 내 교회도 관제 종교조직으로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을 표방하는 ‘삼자애국운동위원회’ 산하의 소위 ‘삼자(三自)교회’만을 허용한다. 그럼에도 신천지는 한국 교민과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베이징, 상하이, 창춘 등지를 주요 거점으로 지난 수년간 급속히 교세를 늘려 왔다. 국내 대부분의 기성 종교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됐는데, 한국에서 중국으로 역수출된 종교로서는 대단히 이례적 현상이다.

이번 사태로 알려진 신천지 국내 12개 지파 역시 각 지파가 18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교회를 각각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내 교회라고 해봤자 외국 종교의 전도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관계로, 정식 예배당을 갖춘 것은 아니다. 신도들이 알음알음 모여 함께 기도하는 식이다. 신천지 측도 “신천지 해외 교회는 선교활동을 시작하고, 재적 120명이 넘을 시 행정상 ‘교회’로 승격된다”며 “중국은 종교활동에 대한 정부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우한교회’라는 명칭은 있으나 실제 모임장소나 교회 건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상하이 신천지, 국내 지파급 대우

신천지의 이 같은 중국 내 운영 방식은 중국에서 소위 ‘지하교회’로 불리는 ‘가정교회’ 운영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제 중국의 ‘가정교회’들은 중국 내 신천지의 교세 확장무대로 쓰이는 소위 ‘추수밭’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중국에서도 “신천지가 ‘삼자교회’나 가정교회(지하교회) 등에 몰래 잠입해 교회를 와해시키는 방식으로 세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았다.

이 중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교세를 늘려 국내 12개 지파 중 하나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한 곳이 신천지 상하이 교회라고 한다. 신천지 상하이 교회는 2019년 기준 신도 수만 3000명에 달할 정도로 세력을 크게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 국적 조선족 동포 출신 여성 김모씨가 이끌고 있는데, 최근 성장세가 가장 빨라 사실상 신천지 중국 본부 역할을 맡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 내 신천지 연구에 따르면, 신천지 상하이 교회는 신천지의 뿌리가 있는 경기도 과천에 본부를 두고 서울 남동부와 경기 남부를 관할로 하는 ‘요한지파’가 직접 개척한 곳이다. 중국 내 신천지 간부급 인사로 꼽히는 조선족 강모와 천모씨가 직접 개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관할구역 조정을 거쳐 ‘안드레지파’와 ‘부산 야고보지파’를 차례로 거쳐 2017년부터는 ‘요한지파’ 직속으로 다시 편재됐다고 한다.

특히 상하이 신천지는 초기 개척에 주력한 중국 동북3성 일대보다 교세 확장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3성 중 헤이룽장성, 지린성 일대는 비교적 선교가 쉬운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살아 신천지의 초기 진출이 활발했다. 신천지는 지금도 옌볜조선족자치주 주도(州都) 옌지를 비롯해 창춘, 지린(이상 지린성), 하얼빈, 무단장, 자무쓰, 쑤이화(이상 헤이룽장성), 선양, 다롄(이상 랴오닝성) 등지에 교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은 ‘서울 야고보지파’, 랴오닝성은 ‘안드레지파’가 각각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3성 일대는 창춘에서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한 ‘파룬궁(法輪功)’은 물론 하얼빈에서 자오웨이산(趙維山)이 창시한 ‘전능신교(全能神敎)’와 같은 소위 ‘신흥 종교’들이 여럿 출현한 지역이다. 중국 당국의 탄압에 교주가 모두 미국으로 도피한 파룬궁과 전능신교는 각각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하지만 동북3성 일대는 소위 ‘신흥 종교’에 대한 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 교세 확장에 한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신천지 우한교회, 부산 야고보지파 관할

반면 상하이 지역의 경우 잠재적 포교 대상인 조선족 숫자가 동북3성에 비해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상하이 지역을 책임지는 김모씨의 활약 덕분에 상하이와 가까운 쑤저우는 물론 광저우, 선전, 홍콩 등지로까지 교세를 확장했다고 한다. 이 중 광저우, 선전은 부산 야고보지파 관할에서 상하이 신천지 직할로 넘어온 경우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신천지 교회의 경우, 부산 남부와 경남 지방 일대를 관할하는 ‘부산 야고보지파’가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교회의 존재는 지난 2월 9일 “지금 우한 폐렴 있잖아. 거기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고 말한 부산 야고보지파장의 설교 내용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우한 교회의 신도 수는 모두 357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천지 측은 “2018년부터 모든 모임과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며 “지난 1월 우한 도시 전체가 봉쇄된 바 있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에 방문한 우한 교회의 신천지 성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역시 신천지 신도였던 한 유치원 교사의 말을 인용해 “우한의 한커우(漢口) 지역에 있던 성전은 2018년 경찰의 급습으로 와해됐다”고 보도했다.

자연히 신천지는 모국인 한국은 물론 ‘신흥 시장’인 중국에서도 코너에 몰리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법무부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신도 명단을 출입국 기록과 대조해 “지난해 7월 1일부터 지난 2월 27일까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신천지 신도가 3610명에 달하고 이 중 42명이 우한에서 들어왔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 유입 책임까지 신천지 측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쟁적으로 신천지 ‘마녀사냥’에 나서며 방역 책임을 신천지 측에 떠넘기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 2일에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두 번이나 큰절을 올리며 직접 사죄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13억 중국을 호기롭게 파고들던 한국산 ‘신흥 종교’가 허무한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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