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커버스토리]  불안·분노가 점령한 일상, 심리방역이 시급하다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사회/르포
[2599호] 2020.03.16
관련 연재물

[커버스토리]불안·분노가 점령한 일상, 심리방역이 시급하다

코로나칼립스-일상의 종말

▲ 지난 3월 11일 텅 빈 서울 명동의 거리 풍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하늘도 맑고 바람도 상쾌한 날에는 모처럼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모여 시끌벅적한 술집에 가서 맥주 한잔 기울이고 싶어요.”
   
   “조금 바빠져도 좋으니 식사 시간이면 손님으로 북적거리던 매장이 다시 꽉 찼으면 좋겠어요.”
   
   “첫 손주 보기를 기다리던 부모님께 아이를 안겨드리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좋아하는 가수가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시민들이 각자 쏟아낸 대답이다. 산책을 하고 맥주잔을 기울이고 가족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어느 것 하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이 가장 귀한 것이 되어버린 2020년 3월, 코로나19는 ‘일상의 종말’을 가져왔다.
   
   통계적으로도 보인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25일에서 28일 사이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은 59.8%에 달했다. 이 시기만 해도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00명 정도였다.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해 5일 만에 5000명이 넘었고 그 즈음 전국 학교에서 개학이 연기되었으며 기업에서는 본격적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3월 중순에 위와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일상은 변했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다. 3월에 학교에 입학했어야 하는 신입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문을 닫았다. 늦은 겨울 휴가 계획을 짜고 있던 사람들은 여행을 모두 취소했다. 3월 12일 현재 한국인이나 한국 체류 외국인·경유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16개국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집계를 보면 지난 3월 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국·입국한 여객 수는 2만1241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숙박 중계 업체 티포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3월 1주 차 국내 숙박 업소 예약률은 전년에 대비해 47%나 감소했다. 숙박 업소 예약취소율은 2월에 이미 92%에 달했다.
   
   거의 모든 문화생활이 멈췄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전국에서 5만1575명에 그쳐 관객 수를 집계한 2010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보였다. 3월과 4월에 개봉하려 했던 영화 중 개봉이 연기된 작품만 50편이 넘는다. 취소되지 않은 공연을 찾기도 어렵다.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월드투어 ‘맵 오브 더 솔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국내 공연이 취소가 되었고, 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국내·일본 공연도 모두 취소됐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도 95% 이상 취소됐다.
   
   번화가는 한적해졌고 음식점에는 손님이 줄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 이후 휴업한 사업장은 전국 1만218곳에 달했다. 통계청은 2월 한 달에만 일시 휴직자가 14만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통계청은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추가로 3월을 파악해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제4차 외식업계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음식점 100곳 중 95곳에서 일 평균 고객이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메르스 당시 매출 감소율이 평균 34%였던 것과 비교해 봐도 전에 없던 일이다.
   
   

   가장 귀한 것이 돼버린 일상
   
통계가 말해주듯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과 똑같은 일상을 이어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하는 지금 상황은 ‘코로나칼립스(Corona-calypse)’라는 신조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코로나19와 ‘종말’을 뜻하는 단어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합성어로,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종말 상황을 설명하는 단어다. 코로나로 인해 업무나 여행은 물론 외출과 외식 같은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게 된 상황,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심리 문제까지 통칭하는 말이다. 외출을 꺼리는 시민들로 휴업에 들어간 요식업계의 문제, 이어지는 격리 상황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자가격리자는 모두 코로나칼립스 상황을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어디서 확진자를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사태가 확산되는 데 대한 분노와 더불어 점점 고립되어 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무력감까지 코로나칼립스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아주 평범한 시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대한민국 평균 3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32살 유미경씨는 한 달째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남자친구를 배려해 만남을 미뤄온 것이 한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하던 필라테스도 그만뒀다. 영화관을 못 찾은 지도 몇 주가 지났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거의 다 취소되었다.
   
   “한 번씩 외출을 할까 계획하다가도 금세 포기하곤 해요. 제가 사는 지역만 해도 확진자가 10명이 넘었는데 괜히 동선이라도 겹칠까 걱정되거든요. 혹시나 제가 증상 없이 감염된 사람이면 어떻게 해요. 걱정돼서라도 밖에 잘 못 나가요.”
   
   3살 아들과 8개월 딸을 기르는 나윤지씨는 집에서 내내 TV 뉴스를 틀어놓고 있다. 평상시에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옹알이를 시작한 딸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곤 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린이집도 보낼 수 없으니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지내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마음에 뉴스만 계속 확인하게 돼요. 아이들 아침 식사 만들고 좀 놀아주다가 또 점심 차리고 청소하다가 다시 저녁 차리면서 ‘왜 내가 똑같은 일을 하루 종일 반복하며 짓눌려 살아야 하지’ 화가 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언제쯤 상황이 좋아질지 끊임없이 확인하려 하고, 그러다가 다시 또 화가 나고. 짜증만 늘어난 거 같아요.”
   
   어디서나 쉽게 들어볼 수 있을 만한 이 이야기들은 코로나칼립스가 실제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그간 많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있었지만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코로나칼립스’라고 이름을 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전의 재난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쏟아지는 정보량만 해도 다르다. 2009년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A· H1N1) 사태 때는 2009년 한 해에만 신종플루 확진자 수가 70만6911명에 달했지만 코로나칼립스와 같은 대대적인 침체 상황을 맞지는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이 전국적인 개학 연기, 재택근무 확산 같은 ‘일상의 종말’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활빈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 정보량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했다.
   
   “신종플루 사태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위험을 인식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행동을 실천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2010년대 들어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 급격히 발전하고 늘어난 미디어 채널과 정보의 양입니다. 아마 지금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겠습니다만 더 많은 미디어 이용이 위험을 보다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들도 경쟁적으로 속보 경쟁을 하며 이를 부추기고 있고요.”
   
   거기다 늘어난 해외 교류와 그간 수차례의 신종감염병 사태로 인해 쌓인 경험들은 더 빠르고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신종감염병을 ‘타인의 문제’ ‘운이 없어 걸리는 질병’으로만 여기지 않았다. 나의 문제, 내 주변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위험이 좀 더 명확하게 느껴지면서 이미 한 달 전부터 누가 먼저 시키지 않아도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도 많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겨난 대책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발적 격리’ 같은 문제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교류를 멈추게 하고 평범한 생활을 까마득한 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코로나칼립스는 단순히 확진자가 늘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하나의 불확실한 감염병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현상이다. 일상이 무너지고 개인과 사회의 모든 부분이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재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불안, 분노, 우울, 그 다음은
   
새로운 재난이 된 코로나칼립스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마사지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의 최근 일일 매출은 매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손해를 감수하고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고객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저희 가게에 일하는 태국인 마사지사가 3명인데, 솜씨 좋고 친절한 마사지사 구하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니 적자가 나도 쉽게 쉬라는 말도 못 하고 월급은 월급대로 나갑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나와요.”
   
   가끔 가게로 나와 고객 접대를 담당하던 A씨의 부인은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당이며 마트에서도 점원을 줄이는 추세라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아침을 먹다가 둘 다 울어버렸어요. 회사 그만두고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전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석환씨는 잠시 헬스장 문을 닫았다. 조만간 사태가 안정되고 나면 다시 고객을 모을 예정이지만 예전처럼 여러 명의 트레이너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적자를 메우기도 급급한 헬스장 운영 사정상 한 달 넘는 휴업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고용한 지 얼마 안 된 트레이너 두 명에게 코로나19가 끝나도 함께하기 어렵겠다고 말하고 나서는 속이 상해서 집에서 혼자 술을 들이켰습니다. 남들은 건물 주인이 임대료도 인하해준다던데 저희는 그런 일도 없네요. 다들 어려운 것을 아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평범하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모두가 조금씩 불안과 분노, 우울감을 느낀다. 유명순 교수의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 중 불안감을 꼽은 응답자는 48.8%로 가장 많았다. 분노는 그 다음이었다. 불안과 분노 이후에 눈여겨볼 감정은 슬픔이다. 2월 초에 조사한 1차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슬픔을 느낀 사람은 매우 적었지만 2차 조사에서는 두 배 넘게 늘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불안과 분노, 우울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으로 메르스나 세월호 같은 재난 상황 이후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 오래 연구해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이전의 감염병이나 재난 사태와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방역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전반적인 사회활동도 줄어들었어요. 이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타격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 일일 겁니다. 문제는 이 심리적 반응이 이후에 어떻게 이어질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 지난 3월 11일 부산시 부산진구의 전포 카페거리의 모습.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일상 우울’의 확산
   
   ‘일상 우울’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정립된 단어는 아니지만 김종남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순묵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함께 몇 년 동안 연구해온 용어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경미한 수준의 우울감을 일컫는 말인데 의학적으로 ‘병’으로 진단하는 우울증에는 이르지 못한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 이 일상 우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넘어가기 쉽지만 꼭 그렇게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김종남 교수와 연구팀이 연구해온 바에 따르면 일상 우울은 어떤 경우 병리적 우울, 그러니까 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한 우울증의 전 단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이와 환경적인 요인이 두루 작용합니다. 개인적인 요인으로는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얼마나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보는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합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자극의 강도와 빈도, 사회적 지지 같은 것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칼립스’로 겪는 ‘일상 우울’은 무심히 넘길 수만은 없다. 어떤 경우에는 충분히 병리학적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B씨는 몇 년째 불안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그에게 코로나칼립스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원래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뭐 하나가 걱정이 되면 집 밖을 나서지 못하고, 조금만 기침해도 폐암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좀처럼 밖에 나가지를 못하게 됐어요.”
   
   B씨는 경기도 성남시 집 근처 카페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2월 중순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하는 손님을 접대했는데 못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 손님이 가고 나서 실제로 일주일 뒤에는 38도 가까이 열이 났어요. 덜컥 겁이 나서 보건소에도 전화를 해봤는데 확진자 접촉이 없으면 증상을 지켜보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아예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그가 복용하던 불안장애 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매일 네 알씩 챙겨 먹던 약을 2월 말부터 먹지 못하게 됐지만 좀처럼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비인후과, 내과 같은 다른 진료과목 병원과 한 건물에 있는 곳인데 그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집 밖을 나설 준비를 다 해놓고는 결국 못 나갔어요. 한번 병원 갈 기회를 놓치고 나니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지금은 그냥 침대 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배달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백종우 교수는 이 사례를 전해 듣고 ‘심리방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부분은 재난 상황이 끝나면 가벼운 우울감에서 회복합니다만, 고위험군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우울증을 앓았던 환자, 재난 이후에도 지속될 만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겪은 취약계층, 실제 질병과 연관되었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같은 경우에는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이들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일이다. 본인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널리 제공하는 일도 필요하다. 심리방역은 재난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지나가고 공개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막 사태가 종식되고 나서는 취약계층인 노인층에서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울증이 늘고 자살률이 증가했지요. 그런데 2~3년이 지나고 나서는 의외로 30~50대 남성에게서 자살률이 높아졌습니다. 처음에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잘 극복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지속되면서 억눌려 있던 심리적인 문제가 터진 것이지요.”
   
   
   ‘포스트 코로나칼립스’ 고민 시작해야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있다. 박혜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1년 후 생존자들의 정신과적 문제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읽어보면, 메르스에 감염되었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정신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메르스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경우에도 63.5%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수면 문제, 불안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호소했다. 연구팀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았고, 중환자실을 경험한 환자들이 고립된 환경을 장기간 경험했다는 점 등을 그 원인으로 짚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칼립스’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발병을 의심해 검사를 받은 인원만 20만명이 훌쩍 넘는다. 자가격리자 수는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다. 상당히 많은 수의 시민들이 고립된 환경에서 불안과 분노, 우울 같은 감정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메르스 사태 이후 격화된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DC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한 메갈리아라는 온라인 여성주의자의 목소리는 다음해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생겨난 큰 사회 변화다. 이처럼 메르스는 이제 일반 시민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은 질병이 되었지만 메르스가 남긴 흔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 코로나칼립스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은 후라면 그 후유증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3월 11일 정례브리핑 시간에 일반 시민을 위한 심리방역 문제를 언급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심리상담 전문가 230여명과 함께 심리상담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상담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가격리자와 일반 국민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필요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이후의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코로나칼립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될 것이다. 수많은 일상 우울이 병리적 우울로 진행되지 않도록, 뒤늦게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포스트 코로나칼립스’를 함께 생각할 때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