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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9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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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北의 ‘담담타타’ 전술, 文정부를 농락하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남북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담담타타(談談打打)’는 중국에서 공산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술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칠 때는 친다는 말이지만, 불리할 때는 대화 카드로 위기를 넘기고, 유리하면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공산당을 이끌었던 마오는 중국 본토를 놓고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와 대결을 벌이면서 이 전술을 철저하게 구사했다. 마오는 제1·2차 국공합작을 통해 군벌과 일본군 등과 싸우기 위해 장제스와 손을 잡았고, 이후에는 전면적인 내전을 통해 중국 본토를 차지했다. 대만으로 도피한 장은 “공산주의자들은 전세가 불리하면 반드시 평화회담을 제의하지만 실력이 생기면 평화회담을 파기하고 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서 “그들은 평화회담을 하면서도 은밀히 무장투쟁을 준비하고, 때로는 공격과 평화회담을 동시에 병행함으로써 우리의 투지를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힘을 증강하는 효과를 노린다”고 마오의 전술을 분석하며 통탄했다.
   
   
   장제스를 농락한 마오의 전술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도 그동안 마오의 ‘담담타타’ 전술을 십분 활용해왔다. 적화통일을 전략적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북한 정권은 그동안 평화회담을 하면서도 도발을 감행하는 등 ‘담담타타’ 전술을 구사해왔다. 특히 김정일은 1990년대 후반 극심한 가뭄과 흉년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고난의 행군 등으로 체제와 생존이 위협받자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에도 직접 서명했다. 김정일은 또 미국과도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섰다. 김정일은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특사로 미국에 파견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만났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추진했다. 김정일은 6자회담 등을 통해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빌미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원조를 얻어내는 등 핵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 김정일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6년 10월 9일 첫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마침내 김일성의 유훈을 실현시켰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갖고 10·4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까지 동원해 ‘담담타타’ 전술을 구사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또다시 기만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와 한반도 정세 등을 언급한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정은이 친서에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면서 “남쪽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또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면서 “김정은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김정은에게 보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김정은의 친서는 최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월 3일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놓은 다음 날 보내온 것이다.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한 것이 아니라 자위적 차원”이라면서 “이 훈련에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 ‘저능한 사고방식’ ‘세 살 난 아이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청와대를 비난했다. 김여정은 “청와대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2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한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3월 초 실시하려던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된 점도 거론하면서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청와대의 반응이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 북한 방역요원들이 신의주의 한 이발소에서 소독을 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백두혈통의 ‘굿 캅’과 ‘배드 캅’
   
   김여정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를 비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의 대화 물꼬를 튼 메신저이자 대남 특사 역할을 해온 김여정은 그동안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부부장에 이어 제1부부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여정이 맡은 구체적인 보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담화의 성격을 볼 때 김정은의 친동생이라는 위상을 안고 대남 문제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른바 ‘백두혈통’이라는 김정은 남매가 전혀 성격이 다른 대남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굿 캅(good cop)’과 ‘배드 캅(bad cop)’ 역할을 분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수법은 북한 정권이 그동안 사용해온 전형적인 양동작전이자 위장전술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의 의도는 상반된 메시지로 헷갈리게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은 김여정까지 동원해 ‘담담타타’ 전술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김여정을 내세워 북한의 군사훈련에 문재인 정부가 간섭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은 김여정의 말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난 3월 2일 실시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훈련을 자위적 행동이라고 합리화했다는 것이다.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 정권의 ‘담담타타’ 전술에서 ‘타타’를 의미한다. 장제스가 분석했듯이 북한 정권은 초대형 방사포의 성능을 개량하는 훈련을 통해 ‘은밀하게 무장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N-25로 불리는 초대형 방사포는 원통형 발사관이 600㎜급으로, 4축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다. KN-25는 지난해 8월 발사했을 때 최고고도 97㎞, 비행거리는 380㎞, 최고속도는 마하 6.5였다. 탄두 부분에는 카나드가 달려 있어 유도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이번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훈련을 직접 참관했다. 북한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하면서 연속 발사 능력을 키워왔다. 이번 발사에서 연사(連射) 간격은 20초였다.
   
   
▲ 북한이 지난 3월 2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방사포 연속 실험의 저의
   
   이번 발사 시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도가 30㎞, 비행거리는 240㎞라는 것이다. 발사 지점인 강원 원산에서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거의 정확히 떨어지는 거리다. 사거리가 30㎞ 더 늘어나면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기지도 타격권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핵심기지를 겨냥한 초대형 방사포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도가 30㎞인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사드의 요격고도는 40~150㎞다. 이언 윌리엄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거듭 시험하며 한국과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방사포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대 적용될 경우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가 장착된 초대형 방사포로 한국의 항구 등을 타격해 미군 증파 통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방사포는 연사 실험에 성공해야 실전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의 항공 타격 등을 피하면서 위협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또 다른 노림수는 ‘담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코로나19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국경을 봉쇄하는 등 사실상 ‘국가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북한 정권은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연결되는 육·해·공의 모든 통로를 완전히 폐쇄했고, 중국인을 비롯해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도 금지했다. 심지어 북한 정권은 공식적인 무역과 밀수 및 관광 등 3대 외화벌이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자칫하면 ‘제2의 고난의 행군’ 때처럼 엄청난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지금까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 규모의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관영 언론 매체들은 평안남·북도와 강원도에 사실상 자택 격리로 추정되는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또 지난 3월 6일 “격리되어 엄밀한 의학적 관찰을 받고 있던 380여명의 외국인들 중에서 221명이 격리 해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통신은 “국가계획위원회 등이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물자들을 원만히 생산보장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다”고 밝혀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코로나19를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에게 일종의 ‘SOS’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은이 의도나 목적 없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리는 남북 간에 방역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 “별도의 채널에서 따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3월 5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지원과 관련해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면서 “한국이 북한을 지원할 의지가 있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1절 101주년 기념사에서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의 ‘선의(善意)’를 최대한 활용해 대화에 나서는 척하면서 의약품과 의료장비들을 대거 지원받으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의약품과 의료장비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코로나19로 궁지에 몰려 의료장비 SOS
   
   또 다른 의도는 김정은으로선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만으로는 미국과 유엔 안보리 경제 제재를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 제스처를 통해 제재 철회와 완화를 노리려는 속셈이다. 김정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때문에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철회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평화만을 주장하는 문 대통령을 적당하게 속임으로써 경제 지원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김정은의 친서와 김여정의 담화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다른 것 같지만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배제하고 남북 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친서를 보낸 지 닷새 만인 지난 3월 9일 초대형 방사포 3발을 또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만 언급했다. 청와대가 지난 3월 2일 ‘강한 우려’ ‘중단 촉구’ 등의 표현을 사용해 북한을 비판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정은의 ‘담담’ 전술이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양면 전술에 문재인 정부가 속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위기나 취약한 순간에 직면하면 유연해 보이는 쪽으로 일시적인 전술적 조정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김정은의 친서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조율 없이 독단적 대북 지원에 나설 경우를 노린 동맹 균열책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의문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실험을 단행했다”면서 “김정은의 친서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및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그동안 남북 대화를 하면서도 핵실험 등 각종 도발을 자행해왔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채 인도주의와 보건 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북 지원에 나선다면 엄청난 실책을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국민들에게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원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무튼 김정은의 ‘담담타타’ 전술에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농락당하지 말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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