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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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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與로 野로... 선거판에 ‘별’들이 떴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지난 3월 10일 오후 미래한국당의 4·15 총선 비례대표 공천신청자 531명(남 364명·여 167명) 명단이 공개됐을 때 여러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으로 공개된 예비역 장성은 박정이 전 1군사령관(육사 32기·예비역 대장),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공사 28기·예비역 중장), 신원식 전 수방사령관(육사 37기·예비역 중장) 등이었다.
   
   박 전 1군사령관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때 민군 공동조사단의 군측 책임자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1군사령관을 끝으로 예편 후 2017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외부영입 1호 인사로 안보정책 보좌를 담당하는 등 정치에 발을 담가왔다. 김 전 공군참모차장은 현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의 공동대표로 활동해왔다. 대수장의 유튜브 채널인 ‘장군의 소리’에 고정 출연하는 등 사실상 대수장 살림을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수방사령관은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는 물론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에도 여러 차례 연사로 등장해 유명 정치인 뺨치는 연설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김병주와 신원식, 여야 대표 비례 후보
   
   하지만 지난 3월 16일 오후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엔 신 전 사령관만 포함됐다. 확실한 안정권으로 평가받는 2번이었다. 합참 작전본부장도 역임한 신 전 사령관은 군 안팎에서 일찌감치 21대 국회 야당의 가장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돼왔다. 국방 분야뿐 아니라 국제정치·경제 분야에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왔고 언변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비례대표(22번)로 공천됐지만 17번까지만 당선권에 들어 국회 진출에 실패했었다. 그뒤 바른정당에 참여해 유승민 대표(현 미래통합당 의원)와 매우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미래통합당이 각 분야별 인재들을 영입할 때는 국방 분야 유력후보로 신 전 사령관이 거명됐지만 영입 발표가 실현되지는 않았다. 통합당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신 전 사령관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 통합당 핵심 관계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하지만 이미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후보로 발표됐던 터여서 참신한 영입인사로 발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그에게 부산 지역구 출마도 강력히 권유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육사 동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육사 37기는 그 외에도 황교안 대표의 영입 1호 인사로 논란을 빚은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예비역 대장), 세월호 유족 불법사찰 의혹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중장),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 김영식 전 1군사령관(예비역 대장) 등 ‘쟁쟁한’ 인물이 많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0기·예비역 대장)이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인 2번을 받아 21대 국회 여당 비례대표 진출이 확실시된다. 김 전 부사령관은 경북 예천 출신이지만 강원 지역에서 초·중·고교(강릉고)를 졸업했다. 더불어민주당 ‘3호 영입인재’로 발표된 뒤 지역 연고 때문에 한동안 강릉 지역구 출마설이 돌았다. 실제로 당에선 강릉 지역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는 “직업군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느라 지역구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고사하며 비례대표를 고수했다고 한다.
   
   김 전 사령관은 군내에선 손자병법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군 출신 손자병법의 대가인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28기)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연합사 부사령관 시절에도 수시로 부하들을 대상으로 손자병법 강연을 했고, 케이블 채널의 손자병법 관련 프로그램에도 고정출연했다. 지난해 말 ‘시크릿 손자병법’이란 책도 냈다.
   
   하지만 민주당 영입이 발표된 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많은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왜 민주당에 들어갔느냐”는 항의와 비판도 받아 한동안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합참의장의 첫 지역구 출마
   
   이번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이례적으로 여러 명의 전직 군 수뇌부와 고위장성 출신들이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점이다. 종전 군 수뇌부 출신들은 여야 비례대표 의원으로만 가는 것이 당연시됐는데 달라진 것이다. 오산 지역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최윤희 전 합참의장(해사 31기)의 출마는 군 안팎에서 뜻밖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역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출신이 지역구 출마를 한 전례가 없었던 데다 순수 야전군인으로 정치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의 성품 때문이다.
   
   최 전 의장은 정치에 뜻이 없었지만 통합당 고위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설득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엔 해상작전헬기 사업 등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억울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 전 의장이 선거를 통해 명예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전 의장은 오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박이지만 경쟁자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4선)의 지역기반이 튼튼해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의장은 출마선언을 통해 “16년간 오산의 권력을 독점한 민주당이 오산 시민이 부여해준 권력을 오산 시민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들의 편만을 위한 끼리끼리 나눠 먹는 데만 썼다”며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경험을 되살려 대한민국의 안보와 고향인 오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진해 지역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해사 32기)도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한’이 있다는 점에선 최 전 의장과 비슷하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 영입된 뒤 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을 맡아왔다. 이 지역 미래한국당 김성찬 의원도 해군참모총장 출신이어서 사상 첫 ‘해군참모총장 출신들의 대결’이 성사될 뻔했지만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불발됐다.
   
   박찬주 전 사령관은 일찍부터 천안을 지역에 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경선 시작부터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 불사를 선언한 상태다. 박 전 사령관은 지난 3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압도적 우세에 있는 본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들만으로 이루어진 경선 진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와 최종 경선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민들로부터 선택받겠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지역 통합당 후보로 결정된 한기호 전 의원(육사 31기·예비역 중장)도 주목 대상이다. 2선 경력의 한 전 의원은 이번에 당선되면 군 출신으로는 드물게 3선 의원이 된다. 현역의원 시절 강한 목소리를 내 국방부·방사청 등이 가장 두려워했던 의원이었다. 신원식 전 사령관과 함께 국방위에서 활동할 경우 야당으로선 근래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국방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통합당 세종시 후보인 김중로 의원(육사 30기·예비역 준장), 공주·부여·청양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김근태 전 의원(육사 30기·예비역 대장), 경기도 포천 지역 민주당 후보인 이철휘 전 2작전사령관(학군 13기·예비역 대장), 전남 해남·완도·진도 민주당 후보인 윤재갑 전 해군 군수사령관(해사 32기·예비역 소장) 등도 군 출신으로 총선 출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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