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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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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지난 10년간 두산에 무슨 일이?

▲ 지난해 9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막바지 조립하는 모습. 가스터빈 국산화는 두산중공업의 핵심 미래 먹거리다. photo 두산중공업
2012년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건설사 취업준비생 1284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22.4%가 두산중공업을 꼽았고, 두산건설이 20.6%로 2위였다. 두산 계열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때 취준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월 10일 회사로부터 날벼락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명의로 노조에 보내진 공문에는 경영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근로자들의 ‘일부 휴업’을 통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문이 같은 날 언론에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에 ‘창원공장 중 일부를 닫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되자 두산중공업은 다음 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일부 휴업’은 특정한 사업 부문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21% 하락했다.
   
   지난 10년간의 두산중공업 부침은 주가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10년 1월 17일 상장 후 최고가인 9만4400원을 기록한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3월 18일 종가 기준 2895원까지 떨어졌다. 10년 만에 30분의 1이 됐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코스피 하락의 영향까지 더해져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재계 서열 10위 안에 있던 대기업의 핵심계열사가 이처럼 극적으로 쪼그라드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예측 못 한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 △과도한 차입을 통한 기업인수 등을 꼽는다. 다만 결정적인 원인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관계자들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두산건설 지원이 독 됐다
   
   현재 두산중공업에 가장 급한 것은 차입금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다. 두산중공업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2016년 약 2834억원에서 2018년 약 184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877억원이다. 2018년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당장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내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지난 3월 13일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올해 단기차입금은 약 2조6598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은 통상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자금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을 정점으로 구성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한다. 지주사인 ㈜두산이 두산중공업 지분 44.86%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핵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두산중공업은 기업규모뿐 아니라 지배구조에서도 두산그룹의 핵심 연결고리다.
   
   두산중공업 전·현직 관계자들은 10년 동안 자회사 두산건설에 지원해온 자금이 현재 두산중공업이 위험에 처하게 된 일차적 원인이라고 말한다. 두산건설은 2013년 완공된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으로 약 16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여기에 신분당선 등 토목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아파트 미착공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금융비용을 합치면 실제 손실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에만 두산건설에 유상증자와 현물지원을 합쳐 1조원 가까운 지원을 했다. 10년간 3차례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지원한 금액은 총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런 유동성 위기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공업 및 건설에 치중된 탓에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다른 계열사까지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크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두산의 경영진은 소비재 기업들을 대부분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로 두산그룹을 재편했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하고 중공업에 집중하면서 처음에는 잘나갔지만 구조적으로 편중된 그룹이 됐다. 두산중공업의 주력사업인 플랜트 사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매출인식과 채권회수, 원가투입 등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영업 현금 흐름의 변동성이 높다.
   
   반면 과거 두산그룹이 국내 독점판매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가 매각한 기업들은 코카콜라, 버거킹, OB맥주 등 알짜 소비재 기업들이다. 내수산업이지만 한국에선 독점 사업들이라 현금이 항상 들어오는 캐시카우 기업들이다.
   
   두산그룹은 주력 사업인 플랜트 및 건설 분야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2007년 미국의 소규모 중장비 제조사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무리를 했다. 인수 당시 금액은 약 5조원으로, 국내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었다. 밥캣은 소규모 중장비 업계에서 세계 1위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업체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주고 무리하게 인수하느라 차입한 금액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두산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여의도 금융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할 때 대출을 끼는 건 일반적이지만 두산의 경우 주 사업에서 나오는 영업 현금 흐름으로 차입금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밥캣은 워낙 탄탄한 회사라 현재는 살아나는 모양새지만 문제는 역시 두산중공업이다. 10년간 두산건설의 적자를 메워준 데다 두산중공업의 기업 신용등급이 두 차례 연속 하향되면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과 국제유가 폭락으로 두산중공업의 핵심 사업부문인 발전소 건설 수주가 급감했다. 두산중공업 한 전직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수주 입찰을 할 때 경쟁사보다 항상 견적가를 높게 들어가는 바람에 수주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GS, 현대는 두산중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다변화돼 있는 반면 두산중공업은 그렇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반면 자회사 지원보다 예측하지 못한 외부 변수가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8월까지 두산중공업의 발전소 건설부문장이었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현재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을 “탈원전에 탈석탄까지 겹치면서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재무건전성을 감안해서 유상증자를 했기 때문에 두산건설에 자금을 지원한 것 자체는 현재 두산중공업의 결정적 위기 원인은 아니라는 게 김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김 전 부사장은 “건설에 돈을 많이 대준 것은 사실이지만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두산건설이 부도나도록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냐”며 “회사는 연간 자금소요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서 예산을 집행하는데, 여기에 탈원전과 탈석탄 변수가 터진 게 가장 큰 위기 초래 요인”이라고 했다.
   
   
▲ 수주 부진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에 이어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내부. photo 연합

   예측 못한 탈원전+탈석탄 정책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인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급격한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폈다. 김 전 부사장은 이를 “삼각파도의 두 꼭짓점을 한 번에 맞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탈원전에 가려 국내 탈석탄 정책이 크게 조명받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당시 1GW 규모의 삼척 포스타워를 포함해 6곳의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탈석탄 기조에 따라 모두 중단됐다”고 했다.
   
   통상 공사 진행 상황의 ‘기승전결’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받는 원전과 달리 화력발전은 부품이 완전히 완성되면 일시에 대금을 지급받는다. 김 전 부사장은 “당시 완성된 보일러 터빈 납품이 늦어지고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중단되면서 2017년 한 해에만 두산중공업 전체에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 지급받기로 한 대금 납부가 지연되자 자금을 차입하면서 금융비용이 발생했는데,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조가 알려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이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시켰고 이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게 김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후장대 제조업 중 사이클을 타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나. 호황을 어떻게 보낼지, 불황은 어떻게 버틸지 계획을 다 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동시에 불어닥친 예상치 못한 탈원전과 탈석탄 기조가 결정적인 위기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전체 사업부문을 보면 핵심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이다. 전체의 70%가량이 이쪽 매출이다. 원자력발전은 15% 내외라 화력발전소 건설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다만 원전과 관련해서는 두산중공업이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영업이익률이 화력발전 등 다른 플랜트 건설에 비해 훨씬 높은 측면은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뒤 신한울 3·4호기부터 신규 원전 발주가 전무해지면서 두산중공업의 원전 산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두산건설도 상장폐지 절차
   
   두산중공업은 최근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45세 이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두산건설은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1996년 거래소에 상장된 두산건설이 상장폐지되는 것은 24년 만이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인 풍력·가스터빈 등 신사업으로 수익을 낸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계획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LNG발전소에 사용되는 가스터빈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 중이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 완료했고, 2023년 상용화 목표로 시험가동 중이다. 2026년까지 연매출 3조원 이상의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세계 가스터빈 시장점유율 7%를 달성한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목표다. 풍력발전도 두산중공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는 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일부 휴업 방침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노조와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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