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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영세상인 두 번 울리는 ‘코로나’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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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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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영세상인 두 번 울리는 ‘코로나’ 지원책

▲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이 한산하다. photo 뉴시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될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근데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고 일본인 입국 제한 등이 시행되면서 상권이 확 죽었다. 감염세가 둔화됐다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만여명의 시장 상인들이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지낸다.”
   
   전영범 남대문 상인회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 회장의 가게가 있는 남대문시장만 해도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0만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만명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이제 상인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정부가 내놓는 각종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낮은 금리의 자금 대출이나 추가 보증 지원, 각종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의 지원 혜택을 받아 영업을 유지해보겠다는 판단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들의 일일 정책자금 신청 건수는 지난 2월 25일 4896명에서 3월 2일 8035건으로 급증했다. 이어 3월 9일엔 1만4048건을 기록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자금지원 집행률 9% “현실 반영 못 해”
   
   하지만 실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영업을 이어간다고 답한 상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원 접수가 실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소상공인 자체가 폭증한 탓에 접수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남대문시장 인근에 분식집을 새로 개업한 40대 사장은 “대출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두 번이나 관두고 돌아왔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우리 가게도 다른 가게들처럼 휴업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세금 완납 증명서부터 은행 대출 관련 서류 등 갖가지 문서를 모두 준비해 접수에 성공한다 해도 대출금을 받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상인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30여년 동안 옷가게를 운영 중인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다 끝나고 1~2개월 뒤에 받을 거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냥 마이너스통장 만들어서 근근이 월세 내고 영업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누적 정책자금 신청 규모는 11만988건에 5조239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실제 집행된 건은 10%가 되지 않는다. 처리된 건수는 1만217건(신청대비 9.2%), 지원이 완료된 자금은 4667억원(신청대비 8.9%)에 불과하다. 일부 자금지원 신청 사업의 경우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상인들 입장에선 이를 서류상으로 증빙하기 어려워 지원 신청을 아예 포기한다고도 한다.
   
   정부가 지원요건 기준 등을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연 매출만을 기준으로 삼아 지원대상과 영세상인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하는 소상공인은 많지 않다. 서울 회현역 인근에 위치한 한 편의점 사장은 “편의점들의 연 매출은 5억원가량 된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 비중 덕이다. 문제는 이 담배 판매로 얻는 실소득은 아주 적다는 거다. 한 갑을 팔면 대부분은 세금으로 나가고 300원 정도의 이득을 취하는 식이다. 결국 매출액 대비 수입이 매우 낮은 것인데 정부는 이를 고려치 않았다. 우리 같은 편의점주들 입장에서 정부 지원은 꿈도 못 꾼다”라고 말했다.
   
   최근 결정된 정부의 부가세 지원안도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7일 연 매출 8800만원 이하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부가세를 인하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이 기준에 드는 가게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말이다. 연 매출이 8800만원이면 한 달 매출은 약 730만원, 일 매출은 약 23만원인 셈이다. 가게가 인적이 드문 지방 시골에 있지 않는 한, 고정비용 지출을 위해서라도 대부분은 이 정도 매출을 낸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뜨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임대료를 인하해준 임대인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액의 50%를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여기에 동참하는 임대인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한 부동산업자는 “건물주들 중엔 임대료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도 있다. 반년 단위로 내야 하는 고정지출 등을 감안하면 임대료 감면 결정이 쉽지 않다.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이 손에 꼽히니 매스컴이 매일 이들을 조명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가맹본부에서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우편을 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임대료 감면에 나선 이들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들에게 직접 임대료 지원비를 지급하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궁극적인 대책은 ‘시민 안정감 부여’
   
   소상공인연합회가 3월 첫 주에 1080명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지원정책 만족도 조사 결과는 이런 지적이 단지 소수의 의견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1%가 정부 지원책에 ‘만족하지 않는다’, 25.4%가 ‘잘 모르겠다’, 20.4%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 효과와 관련해선 90.3%가 ‘효과가 없다’, 9.7%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은 “가장 문제로 거론되는 게 대출이다. 사람이 이토록 몰리는 상황에선 최소한의 절차만 밟고 선지급 후조치 형식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차후 현장조사 등을 거쳐 리스크가 발견되면 그때 환수 조치하자는 거다. 정부가 논의하는 대출 창구 등의 확대만으론 역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연합회 등은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이미 대출을 끼고 장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향후엔 긴급구호생계비 지원 등의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계비 지원은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되던 당시에도 메르스 격리자에 한해 지원되기도 했다.
   
   상인들은 시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도 입을 모은다. 남대문시장에서 옷 도매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사실 지금의 대책들이 피부에 와닿는 건 아니다. 모두 일시적인 효과만 내기 때문이다. 결국엔 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할 대책이 다양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온라인 및 지역상품권 발행 확대 등도 계획하고 있지만 실상은 온누리상품권 등의 개인 소비 한도를 10만원가량 늘려주는 데 그치고 있다. ‘공무원 맞춤형 복지포인트 상반기 내 전액 집행’이나 ‘외부식당 이용’ 등을 실제 실시하는 공공기관도 손에 꼽히는데 상인들의 말은 이를 더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대문시장에서 25년째 옷감을 판매해온 사장의 말은 더욱 원론적이다. “사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위기감을 없애고 시민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시민들은 자연스레 거리로 나오고 소비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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