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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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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마곡 시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개점휴업’

▲ 지난 3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으로 이전한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3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영등포구 대림동, 구로구 가리봉동 등 중국 국적 조선족 동포 밀집지를 관할하는 국내 최대 출입국외국인사무소다. 서울 7개 구와 경기도 1개 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관할하는데, 영등포구(5만7000여명), 구로구(5만4000여명) 등을 비롯해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관할하는 외국인만 20만명에 달한다.(2019년 12월 말 기준)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과 거소를 신고한 외국 국적 동포를 합산한 인구가 173만명가량인데 그중 20만명이 관할 대상이다.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2013년 발족 이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해왔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은 똑같은 일을 하는 두 조직의 공존에 어리둥절한 경우가 많았다. 신정동 시절에는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입지, 협소한 청사와 주차장, 고압적인 행정서비스로 외국인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체류연장과 같은 민원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3~4시간씩 대기하는 일도 예사였다.
   
   업무공간이 부족해 국적과와 난민과 같은 일부 부서는 본청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진 별관을 사용해야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이들을 겨냥한 각종 선교활동도 빈번히 이뤄져 인근 목동아파트 주민들도 적지 않은 민원을 제기해온 터였다.
   
   이에 2014년부터 강서구 마곡지구에 신청사를 지어 이전을 추진해왔는데 약 6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이상달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민원실 및 주차공간 부족 등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게 됐다”며 “향후 더 좋은 민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외국인 관청
   
   하지만 중국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국내 입국 외국인이 급감하고,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들마저 속속 한국을 떠나가면서 마곡 신청사는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등록 외국인들도 외국인들이 섞여 장시간 대기하는 공간에서 예기치 못한 집단감염을 우려해 상당수가 방문을 자제하는 중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도 청사 방문 외국인들의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국내 등록 외국인들의 체류기간을 오는 4월 30일까지 일괄 연장해준 바 있다. 이에 따라 체류연장 등을 위해 미리 예약한 방문예약자를 제외하고는 민원인들의 방문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주 단속대상이던 불법체류자들마저 감염을 우려해 상당수가 자진출국한 상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3월 5일까지 자진출국을 신고한 불법체류자는 1만5000명이 넘는다. 급기야 법무부는 지난 3월 11일부터는 불법체류자들도 방문신고 대신 온라인신고로 대체하고 자진출국할 것을 권고하는 중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온라인신고 이틀 만에 자진신고한 불법체류자도 416명에 달한다.
   
   마곡 신청사 개청 다음 날인 지난 3월 17일 찾아간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대기공간이 부족하고 동선이 엉켜 난민수용소를 방불케 했던 신정동 시절에 비해 널찍한 대기공간과 주차장이 돋보였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도 도보로 5분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문예약자들을 제외하고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급감한 탓인지 신청사는 커진 공간에 비해 한산했고, 널찍한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기존의 신정동 청사를 찾았다가 마곡으로 발길을 돌린 민원인들도 더러 보였다.
   
   코로나19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급감한 지금이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체제를 재정비할 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명(2019년 12월 말 기준)의 각종 행정과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일선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한국어가 서툰 행정수요자 위주가 아니라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의 행정편의주의 식으로 운영돼왔다.
   
   

   청사 위치와 관할구역 뒤죽박죽
   
   주먹구구식 관할구역 설정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산하에 있는 까닭에 민원인에게 익숙한 행정구역 기준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청처럼 시도 경계를 넘나들며 관할구역이 설정된 경우가 허다했다.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경기도 광명시 업무까지 관할하고,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서울 동남부 9개 구를 관할하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경기도 성남시·안양시·하남시·과천시 4개 시의 업무까지 관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도 경기도 부천시와 김포시까지 관할한다.
   
   특히 서울 동남부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양천구 신정동)의 경우 해당 관할구역이 아닌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할인 양천구에 위치해 있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동사무소로 치면 자기 동 동사무소가 옆 동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온라인으로 민원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단한 서류발급을 처리하기 위해 1시간 넘게 다른 지역까지 넘어가야 하는 등 불편이 적지 않았다.
   
   또 서울 ‘남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한강 이북에 있는 서대문구와 마포구까지 관할하고,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강북지역 9개구를 관할하는 출장소는 서울 종로(종각역)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종로 출장소’란 간판을 버젓이 달고 있는 등 이름과 주소, 관할구역이 뒤죽박죽인 경우도 많았다. 지역별 관할 관청이 주먹구구식이라 관할 관청을 잘못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외국인도 허다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외국인정책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차규근 변호사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임명하고, 2018년에는 외국인 정주여건을 개선한다면서 기존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출입국외국인청’으로 명칭까지 바꾸었다. ‘관리’가 일제 잔재라는 부가설명까지 덧붙여졌다. 자연히 대부분 ‘사무소장’은 ‘청장’으로 바뀌며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이민청’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조직과 명칭만 과거에 비해 나날이 비대해졌을 뿐,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행정서비스 수준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법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마곡으로 이전해서 생긴 공간(양천구 신정동)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그대로 쓰게 된다”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도 장기적으로 서울 송파구 문정법조단지로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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