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의 LRHW 극초음속 미사일 실물크기 모형(왼쪽). 미 공군의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 개념도. ⓒphoto 미 육군
미 육군의 LRHW 극초음속 미사일 실물크기 모형(왼쪽). 미 공군의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 개념도. ⓒphoto 미 육군

지난 3월 19일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 육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군 매체는 2017년 10월부터 미 육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C-HGB의 초기 비행시험을 태평양 하와이 카우아이 미사일 발사시험장에서 실시했으며, 목표물에 극초음속으로 날아가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극초음속 활공체 등 극초음속 무기는 보통 마하5(음속의 5배)가 넘는 무기를 일컫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낙하속도가 최대 마하15~25에 달하지만 여느 미사일은 마하5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세계 군사강국들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는 두 종류다. 우선 앞서 언급한 극초음속 활공체(글라이더)다. 초기엔 탄도미사일처럼 마하5 이상의 초고속으로 상승했다가 일정 고도에서 활공체가 추진체와 분리돼 활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고체연료 또는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이들 극초음속 무기는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적 목표물을 신속하게 파괴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여서 미·러·중·일 등 강대국들이 앞다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C-HGB 초기 비행시험은 미 육군, 해군, 그리고 미사일방어국(MDA)이 공동으로 실시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비행시험 결과를 향후 미국에 위협을 가할 가상 적국을 타격할 수 있는 첨단의 극초음속 활공체를 개발하는 데 적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미 육·해군용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 세계군사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그동안 미 국방부는 C-HGB와 같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핵탄두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탄두 순항미사일의 개발 및 생산에 중점을 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및 중국과 비교했을 때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개발이 늦었다면서 2018년 미 ‘국방전략서(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DR)’에서 극초음속 타격체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자 속도가 붙어 이번 비행시험이 이뤄졌다고 한다.

마하5 이상 속도로 1600㎞ 표적 타격

1단계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미 해군 전략체계발단장 조니 올페 해군중장은 “그동안 미 육군, 해군, 연구기관 그리고 방위산업체들이 공동으로 극초음속 엔진을 개발했다”며 “이번 시험에서 습득한 제반 극초음속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C-HGB 기본 설계, 동체 제작 등으로 초기작전능력(IOC) 수준의 2단계 비행시험을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시험비행에 성공한 C-HGB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중간 고도에서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1600㎞ 이상 떨어진 적 표적을 수분 내에 타격할 수 있다. 육군의 이동식 발사차량(TEL)과 해군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용 핵잠수함 수직발사기 체계에 각각 수발씩 탑재할 수 있다. 육군 이동식 발사차량에는 2발씩 탑재된다.

미 해군과 함께 이번 개발을 주도한 미 육군 장거리 초음속무기(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 개발단장 네일 슈루굿 육군중장은 “이번 비행시험 성공을 통해 향후 미 육군과 해군은 원거리 정밀타격 임무수행이 더욱 신속하게 완수되는 작전 효과가 기대된다”며 “머지않은 기간 내에 C-HGB 시제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C-HGB가 실전배치되면 미 육군은 C-HGB가 2발씩 탑재된 이동식 발사차량을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 실어 전 세계 어디든지 신속히 배치할 수 있다. 임무지역에 긴급전개된 C-HGB는 1600㎞ 이내의 어떤 표적도 수분 내에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미군은 C-17 수송기로 C-HGB를 오산기지로 수송한 뒤 1600㎞ 이내에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목표물을 수분 내에 정밀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해군의 경우도 C-HGB를 탑재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동해에 배치한 뒤 수중에서 최대 1600㎞ 떨어진 중·러의 목표물을 향해 C-HGB를 발사할 수 있다. 물론 그 목표물은 북한의 핵시설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이 될 수도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 육군이 오는 2023년쯤 약 20기의 C-HGB를 도입해 이를 4대의 이동식 발사차량과 미사일 통제차량, 그리고 전원공급차량으로 구성된 3개 정도의 정밀타격 대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공군도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미 공군은 지난해 6월 B-52H 전략폭격기에서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ARRW)을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마하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앞으로 추가 시험을 거쳐 오는 2022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 육·해·공군이 이렇게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무기들을 미국보다 먼저 실전배치하는 등 앞서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돔바롭스키 지역의 전략미사일군이 운용하는 아반가르드는 ICBM에 속한다. 최대속도가 마하20 이상으로, 최대 16개의 MIRV(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킬로톤·1㏏은 TNT 1000t 위력)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고도 8000~5만m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또 다른 초음속 미사일 ‘킨잘’(단검)도 이미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되는 킨잘은 음속의 10배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2000~3000㎞에 달하며 핵 및 재래식 탄두의 탑재가 가능하다. 러시아는 함정에 탑재되며 최대 속도가 마하5~8에 달하는 ‘지르콘’도 실전배치하고 있다.

러시아 ‘아반가르드’ 최대속도 마하20

중국은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DF(둥펑)-17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DF-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 마하10으로 비행하고 비행 중 궤도를 바꿀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이밖에 인도,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2017년에 실전배치한 브라모스-Ⅱ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최대속도 마하7)을 이미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마하10까지 개선할 예정이다. 일본은 2019년부터 HVGP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26년에 블록(Block)-Ⅰ 극초음속 미사일을, 2033년에 블록-Ⅱ 극초음속 미사일을 각각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V-맥스(max) 계획에 따라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을 오는 2022년 실전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도 마하5~6 극초음속 시험통로를 완성했으며, 앞으로 마하11의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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