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점에서 한 직원이 소상공인의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점에서 한 직원이 소상공인의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photo 연합

급여를 줘야 할 사람은 많지만 돈이 벌리지 않는다. 고용을 유지하면 지원금을 준다고 했지만 줘야 할 급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급휴직을 통해 근무인력을 줄이고, 임원들로 하여금 급여를 반납하도록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앞에서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않는다.

여행, 항공, 영화, 외식, 건설 등의 업계에서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이미 현실이 됐다.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쓰러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임금의 60%를 지급하지 못했고, 지난 3월에는 아예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과 경영상해고(정리해고)를 통해 직원 750명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보다 감원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해고는 절대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고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해고금지, 총고용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내놓은 여러 지원 정책 또한 해고금지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의 대전제로 총고용유지가 보장되는 해고제한법 도입을 요구했다. 정리해고(경영상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대량해고를 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현재는 신고)을 얻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외에도 일각에서는 당장 사람을 줄이는 게 기업에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유지하는 게 좋다며, 해고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업의 생존과 개인의 생존,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1명의 희생으로 100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할 때, 그 1명의 생명이 100명의 생명보다 값어치가 없거나 낮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 다수의 최대 생존을 위해 기업 현장에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자본가들의 탐욕, 꼼수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위기 상황에서 해고도 안 되고, 임금삭감도 안 되고, 무급휴직도 안 된다면 기업에 남는 건 도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해고와 감원은 경영진 연봉 대폭 축소, 임직원 급여삭감, 무급휴직 등 충분한 자구노력이 이루어진 이후에 행해져야 한다. 회사가 망해가는데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면 이는 업무상배임과 다름이 없다. 이러한 경영진의 행위는 용납해선 안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고와 감원을 하는 기업은 없다. 대부분 불가피한 선택이다. 망하기 직전인데 먼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사태도 일시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보기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여행, 항공 등 일부 산업계에는 매우 치명적이다.

총고용유지와 해고금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지, 과연 그 예산과 자원은 어디서 구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고용유지 지원금 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으나 그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매출액·생산량 감소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고용유지 조치(휴업·휴직)를 실시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이를 고용유지 지원금 제도라고 한다. 기업 규모나 사업장 상황에 따라 휴업, 휴직수당의 2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지원된다. 정부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발 맞춰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수준도 휴업·휴직 수당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1일 최대 지원금액(6만6000원)이나 월 최대 지원금액(198만원)은 변경되지 않았다. 지원기간 또한 연 180일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고용유지 지원금의 실효성 논란이 생기는 이유다. 실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3월 26일 고용유지 지원금 한도를 1일 7만5000원, 월 225만원으로 높여달라고 호소했다.

정리해고가 몰려온다?

막상 정리해고를 하기도 쉽지 않다. 단순히 기업이 어렵다고 정리해고를 할 수는 없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고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일시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득이 사업장을 폐쇄하여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3년 1월 26일 선고 92누3076 판결) 반면 4년 가까이 계속된 적자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경우, 기업이 종래 목표로 해오던 사업 목적의 일부를 완전히 포기하고 일부 사업장을 폐쇄하는 경우에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즉 단순히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도 다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 예를 들어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의 가능한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고를 한다면 그 해고는 무효가 된다. 위와 같은 어려움 때문에 통상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을 통해 감원을 하고, 정말 부득이한 사정,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완화해 ‘(인력 감축 등) 경영 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배경이기도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생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노동계에서는 해고제한을 통한 총고용보장을 통해 국가적 위기 앞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회적 책임이 생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 해고금지, 총고용보장을 외치는 것은 국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산이 우려되는 기업에 충분한 지원을 하여 직장이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만약 불가피한 감원으로 실직한 사람이 생긴다면 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신속히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 여야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지원금 제도, 사회보장 정책을 재점검하고 국난 극복에 필요한 실질적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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