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소재로 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 홍보 장면.
불륜을 소재로 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 홍보 장면.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이 20%를 넘나들며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불륜으로 인한 복수의 소용돌이는 가정의 파탄으로 끝나지 않는다. 커리어와 직장생활도 무너뜨릴 수 있다. 내밀한 사생활의 문제가 때로는 직장에서의 징계·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다.

불륜·간통 징계 사유 될까

원칙적으로 직원들의 사생활 문제는 징계·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의 징계는 경영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개인의 사적 잘잘못까지 평가하고 제재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징계사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징계사유란 기업의 경영질서를 교란,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기업의 경영질서를 어지럽게 해야 한다. 예컨대 지각·조퇴 등의 근무태만, 무단결근, 업무지시 불이행, 뇌물수수, 동료 폭행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불륜이나 사내연애 등과 같은 사생활 문제는 기업의 경영질서나 업무와는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회사의 업무상 차질이 초래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회사의 명예가 실추된다면 충분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륜·간통행위로 회사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였거나 관련 사실이 언론·인터넷에 유출되어 회사의 명예가 실추된 경우 당연히 징계는 가능하다. 다음은 법원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네 가지 사례다.

(1) 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고, 그 갈등으로 허위 내용의 진정을 회사에 넣은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사례.

(2) 유부녀와 장기간 불륜을 저지르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기사화된 은행 간부를 면직처분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사례.

(3) 기혼임에도 미혼의 여직원에게 교제를 요구하여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하고 관계의 청산을 요구하는 여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사례.

(4) 회사에 임대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자신이 담당한 아파트 부녀회장과 성관계를 맺고 물의를 빚은 사안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

문제는 ‘불륜·간통’ 그 행위 자체로 징계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하급심 판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하급심 판결들은 직원 사이에 이루어지는 불륜·간통행위를 징계·해고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2013년 서울행정법원은 13명의 비교적 소수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특성상 특정 직원 사이의 불륜 내지 부적절한 관계는 회사의 분위기를 매우 저해할 우려가 있어 충분히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외에도 2019년 서울행정법원은 기혼남성 공무원과 미혼여성 공무원이 저지른 불륜행위와 관련하여 기혼남성 공무원에게 이루어진 파면조치는 적정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통은 개인적 문제이므로 징계·해고 사유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하급심 판결도 존재한다. 심지어 직원과 고객 사이에 이루어진 불륜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이 상습적이라거나 고객의 재산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단지 사생활의 비행에 불과할 뿐 고객에 대한 회사의 일반적인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킨다고 보기 힘들다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한 사례도 있다.

위와 같이 불륜·간통이 징계·해고 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를 할 때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간통죄가 위헌판결 이후 폐지됨에 따라 과연 간통행위로 징계·해고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향후 더욱 큰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간통·불륜행위로 인해 회사의 경영질서, 명예 등이 침해되었는지 확인하고 징계·해고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불륜이나 간통에 해당하지 않는 사내연애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서로 사랑을 하는 게 죄도 아니며, 회사의 업무에 별다른 악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연애사, 가정사에 회사가 개입하고 징계까지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에서는 사내연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완전히 금지하는 기업도 있는 반면, 허용하더라도 당사자로 하여금 사내연애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고 계속해서 상급자에게 그 과정을 보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사내연애를 이유로 편애나 차별대우를 하는 경우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기업도 있다.

사내연애도 부적절 행위는 징계 사유

하지만 위와 같은 지침이나 규정을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징계나 해고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사내연애가 회사의 경영질서, 당사자들의 업무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사내연애는 회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사내연애 중인 근로자들끼리 서로 잘 대해줬다는 사실만으로는 근로자들이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해고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정한 바 있다.

다만 사내연애라 하더라도 업무시간 중 부적절한 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하여(근무평정에 차별을 두는 등) 회사의 근무질서를 어지럽힌다면 충분히 징계는 가능하다. 채용담당자, 인턴이 사내연애를 하고 채용과정에 부당하게 영향을 끼친 경우, 사내연애를 하던 직원들이 헤어져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업무를 거부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사내커플이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런데 이와 같이 만약 회사가 사내커플이 임신 또는 출산을 했다고 하여, 여성 근로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경우 도리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여성 근로자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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