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영상을 삭제하는 산타크루즈컴퍼니 직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피해 영상을 삭제하는 산타크루즈컴퍼니 직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집단 성착취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지난 3월 ‘디지털 장의사’로 알려진 산타크루즈컴퍼니에 “혹시 n번방 관련 텔레그램 기록도 삭제해주시나요”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인은 사건 가담자로, 최근 경찰 수사에 두려움을 느껴 이런 의뢰를 한 것으로 여겨졌다. 해당 회사는 본인의 허락 없이 인터넷 세계를 떠다니는 사진 등의 정보를 찾아 삭제해주는 일을 하는 회사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이러한 의뢰에 “n번방에 참여하신 분이라면 초조해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법의 판결을 받으세요”라고 답했다.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n번방 같은 사건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모두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의외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도 있다”며 “(사진 등을 보기 위해) 가입 조건으로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보낸 경우 협박의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럴 경우 신고를 못 하고 계속 끌려다닐 수 있는데, 차라리 빨리 자수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더불어 “피해자는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라”는 조언도 했다.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피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유명 연예인 A씨 사생활 동영상이 퍼졌을 때 해결 의뢰가 왔었다”며 당시 조언한 대처방안을 소개했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그 영상은 ‘내가 아니다’라고 그냥 말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어느 부부의 동영상이 퍼져 의뢰가 왔을 때도 “잘못한 것이 없으니 당당히 행동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일단 움츠러들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증거를 수집하고 즉각 경찰에 신고해 유포자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형사처벌과 함께 소요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증거수집

그는 개인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를 알면 소셜미디어로 연결돼 한 개인의 모든 것을 모자이크처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함부로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고, 휴대폰을 중고로 팔 경우 백업 등의 방식으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직장 동료가 나의 신용등급을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누구나 섬뜩할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개인 금융정보가 이미 해킹되어 어둠의 경로를 통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대출 서민금융을 통해 현재 연 3.8% 금리인 대출금 3000만원을 3.0%로 낮춰드릴 테니 갈아타라”는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는 이유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나도 모르게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n번방 조주빈의 수법도 이와 비슷했다.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국내에 기반을 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대화를 시도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 경찰이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수월하다. 최근 배우 하정우가 해킹범과 나눈 대화록이 공개돼 화제가 되었는데, 이 경우처럼 상대방이 나를 안다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범인의 흔적이 남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범죄라는 것을 알았을 때’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조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건에 연결됐을 경우 빨리 발을 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불순한 목적으로 채팅사이트에 들어간 사람이나, 쉽게 돈을 벌려고 덩달아 맞장구를 치는 등 본인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건에 끼어든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잘못한 것이 있다”는 생각에 발목 잡히지 말고, 깨달은 순간 즉각 경찰과 해당 온라인 서비스에 신고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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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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