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한 사진. 김여정(왼쪽)·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동행했다. ⓒphoto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한 사진. 김여정(왼쪽)·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동행했다. ⓒphoto 뉴시스

1986년 11월 16일 ‘김일성 사망’ 보도가 서울발로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그해 11월 14일 주한미군 통신감청부대의 오판에서 비롯된 김일성 사망 첩보가 11월 15일 한국군 지휘부에 전해졌고 다음 날 당시 이기백 국방부 장관이 이를 확인해주면서 전 세계 언론이 속보로 김일성 사망을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11월 18일 김일성이 몽골 인민혁명당 서기장을 영접하기 위해 멀쩡하게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나타나면서 오보(誤報)임이 밝혀졌다. 당시 안기부(국정원 전신)는 김일성 사망설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미군과 국방부가 추가로 관련 징후(결국 북한의 기만책)를 포착하면서 기정사실화한 결과 이런 대형 오보가 나왔다.

최근 김정은 중태설로 세계 주요국 언론이 들썩이고 있다. 이의 시발은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회의(4월 12일)와 김일성 생일날(4월 15일) 참배 행사에 불참한 것과 관련하여 그 직후 복수의 탈북민 유튜버들이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을 제기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 ‘김정은 신상 관련 첩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이 수술 실패로 중태이고 평양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글이 확산했다.

지난 4월 20일 북한 전문 온라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체적으로 김정은이 지난 4월 12일 평안북도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지라시 수준으로 나돌던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보도 내용을 면밀히 보면 수술에 참여했다는 의료진들의 소속 병원 수준, 대부분의 의료진이 수술 후 평양으로 돌아갔다는 등의 내용으로 신뢰성이 매우 떨어지는 보도였다. 예를 들어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수술 후 완치도 안 되었는데 대부분의 의료진이 평양에 복귀했다는 것이나 북한의 최고 의료시설을 갖추지 않은 병원 의사들이 수술에 동원되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고개를 드는 배경

그런데 지난 4월 21일 미국 CNN이 미국 정보관리를 들먹이며 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전 세계로 확산, 기정사실화하는 형국이다. 한술 더 떠서 영국 가디언지를 사칭하여 김여정이 후계자로 추대되었다는 뉴스 등이 보도되고, 4월 22일에는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의 트윗(사칭한 것으로 보임)도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녔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으며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등 통상 수준의 멘트만 남발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에서는 김정은이 강원도에서 정상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관련한 특이징후는 없다고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상황에서 김정은 신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김정은의 중태설이나 쿠데타로 인한 실각 등 신변이상설이 간헐적으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북한 체제의 폐쇄적 속성과 이로 인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 때문이다. 2016년에는 죽은 조명록(전 북한군 차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2010년 사망)이 쿠데타를 일으켜 김정은을 체포·구금했다는 어이없는 내용이 김정은 연행 합성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나돌기도 했다. 이는 증폭되는 공포정치로 인한 불만과 초조감, 대북제재 강화로 인한 경제난 심화 등이 누적되어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현실화하는 틈 사이에서 유포되는 가짜뉴스이다.

또한 김정은이 고도비만인 관계로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골절이상 등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와병설에 쉽게 현혹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의 신변 상태는 최고 수준의 보안이 유지되는 사안이며 북한 내부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들 외에 누구도 자신있게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여 반대급부를 챙기는 이른바 ‘북한 소식통’들의 제보와 이를 특종주의에 매몰된 언론이 받아 보도하다 보니, 사실(fact)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를 남발하는 것이다.

북한 소식통이 제공하는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상 등은 의미 있는 내용이 상당수 있으나,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나 북한 권력내부와 관련한 제보는 신뢰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점에 언론이 유념해야 한다.

고모 김경희나 김창선의 후견이 필수적

김정은이 건재하다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89주년) 행사나 5월 9일 김정은 당위원장 추대 5주년, 아니면 초대형 방사포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등장할 것이다. 4월 27일 평양공동선언 채택일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남북관계로 보아 가능성이 좀 작다.

김정은 중태설에 관계없이 우리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한 대비역량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contingency)란 북한 최고통치자인 김정은의 신변에 유고(有故) 상태가 발생하여 북한 체제의 정치·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지속하는 상황을 말한다. 김정은의 유고 유형은 크게 군사쿠데타, 주민봉기, 김정은 건강 중태, 암살 등에 의한 사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김정은이 사망하면 누가 권력을 대신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크게 ①김여정(김정은 친여동생, 당 제1부부장) ②최룡해(당 부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③군부 집단지도 ④김평일(김정일 이복동생, 전 체코 대사) 등이 대안일 것이다. 이 중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은 나이나 역량 면에서 최근 공개활동에서 모습을 보인 고모 김경희나, 김정은 서기실장인 김창선의 후견이 아니면 정상적 통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이나 집단지도 체제나 그 누구도 정보사찰기관인 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성(정경택), 인민보안상(김정호), 보위사령관(조경철)과 군의 협조 없이는 집권이 어려울 것이다. 70년 넘게 김씨 집단의 수령유일통치에 익숙한 북한에서 절대통치자의 유고는 혼란을 불러올 게 뻔하다. 이를 자유민주통일로 연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키워드

#이슈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