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서울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서울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소장님은 우선 이번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의견사항이 있다면 내일 오전에 본사로 오시면 됩니다.” “방금 통화한 내용으로 오늘 본사로 오시지 않겠다 하셨으니 오늘 자로 소장님 인사조치합니다.” “13일에 현장 정돈되어 15일까지 급여는 지급되나, 아파트 근무는 종결되었습니다. 후임소장 인선 후 업무인계토록 하겠습니다.”

회사에서 카카오톡이 왔다. 무엇 때문에 해고한다는 말은 없었다. 그렇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전격 해고되었다. 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관리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손을 들어주며,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상의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많은 업무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문자, 이메일에서부터 카카오톡, 슬랙(Slack),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텔레그램(Telegram)에 이르기까지 그 수단과 방법도 다양하다. 특별한 장비를 많이 갖추지 않고도 줌(Zoom)과 같은 앱을 활용하여 손쉽게 온라인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특히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법상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의하면 사용자(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고, 서면으로 통지를 한 때에만 해고가 효력이 있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규정은 없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일시적인 감정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가 특정되지 않아 해고와 관련한 분쟁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2007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보다 신중을 기하도록 했다.

카톡, 문자, 이메일도 서면일까

문제는 근로기준법에 서면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서면이라 하면 사전적으로 글씨를 쓴 지면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면(종이)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적시하여 통보한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업무 현장에서는 ‘종이’로 된 ‘서면’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의 경우도 자문 업무는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하며, 소송 업무마저 민사소송은 대부분 전자소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해고사유와 시기를 ‘종이’가 아닌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등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너무나도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과연 ‘종이’가 아닌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등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기재해서 통보하는 경우에도 ‘서면’ 통지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카톡·문자·이메일 해고 인정 어려워

법원은 ‘서면’을 기본적으로 종이로 된 문서로 이해하고 있다. 여러 판결에서 법원은 해고 통보 때의 ‘서면’이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하고 원칙적으로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 구별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사가 전자결재 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 과정을 관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전자문서도 ‘서면’에 포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메일, 휴대폰 문자메시지,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 등으로 해고를 통지할 경우 원칙적으로 ‘서면’ 통지가 아니므로 효력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사례에서 법원은 아파트 관리회사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아파트 관리소장 근무 종료 및 본사 출근 지시를 하였을 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고 보아 해고가 무효라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23. 선고 2019가합826 판결) 이외에 사업주가 카페에서 근무한 지 1개월 정도 된 근로자들에게 ‘지시불이행 및 해당행위로 금일 자 파면조치하였음을 통지합니다. 이의가 있으시면 법원에 청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도 법원은 절차위반으로 해고가 무효라 보았다.(서울행정법원 2013. 9. 12. 선고 2012구합36941 판결) 이메일에 의한 해고 사례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나온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0. 6. 18. 선고 2010구합11269 판결)

다만 예외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가 적법하다고 인정된 사례가 있다. 예컨대 근로자의 해외연수 기간 동안 계속하여 이메일로 교신해왔고, 회사가 해고의 사유가 담긴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첨부하여 발송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의 이메일 해고통지는 ‘서면’에 의한 통지라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11. 선고 2008가합42794 판결) 엄밀히 보면 이메일을 ‘서면’으로 인정했다기보다는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라는 서면을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을 적법하다고 본 사례에 해당한다.

2015년 대법원은 ‘이메일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이메일에 의한 통지도 서면에 의한 통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실제 해당 사안에서 근로자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 구체적인 비위 내용을 통보받았고 그에 대해 소명 기회도 부여받았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비위 자료 일체를 근로자 대리인인 노무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특히 이메일을 보낼 때 대표이사 인감이 날인된 징계결과통보서를 복사한 파일도 첨부해서 보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당시 이메일에 의한 해고 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의 취지가 해고를 보다 신중히 하도록 하고 정확한 사유, 시기 통지를 통해 분쟁을 예방하는 데 있다면, 그 수단이 이메일, 카카오톡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종이만을 고집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벤처기업, 특히 온라인으로 업무를 많이 하는 기업들에 서면 통지 하자만을 이유로 해고를 무효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위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위 판례를 근거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는 무조건 유효하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 판결은 매우 예외적인 사정을 인정한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해고를 할 때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서면(종이)으로 그 사유와 시기를 정확히 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 장소적·기술적 이유로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해고통보서 등을 첨부하여 보내고, 수신확인했다는 근거자료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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