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이슈]  ‘한반도 뉴딜’로 포장된 남북경협… 평양종합병원 지원 등 봇물 예고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사회/르포
[2607호] 2020.05.11
관련 연재물

[이슈]‘한반도 뉴딜’로 포장된 남북경협… 평양종합병원 지원 등 봇물 예고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북한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평양종합병원을 야간에도 건설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 구간이 53년 만에 복원된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는 지난 4월 27일 휴전선 아래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강릉~제진의 철도 구간은 한반도를 종단하는 동해선(부산~두만강)의 철도 구간 가운데 유일하게 단절된 곳이다. 길이 110.9㎞인 강릉~제진 구간은 1967년 폐지됐다.
   
   
   강릉~제진 철도 연결에 2조8500억원
   
   총사업비 2조8520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강릉~제진 철도 공사를 ‘남북협력사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동해북부선 건설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돼 왔던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8년 판문점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되면서 판문점선언의 합의사항 중에서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없다.
   
   특히 판문점선언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북한은 오히려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강릉~제진 철도 공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한반도 뉴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연구원은 이번 사업으로 향후 40년간 생산유발 효과가 4조7426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조9188억원, 고용유발 효과가 3만8910명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남북 경협사업을 ‘한반도 뉴딜’이라면서 강릉~제진 철도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남북 경협사업은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차 추경으로 11조7000억원, 2차 추경으로 14조3000억원을 투입한 것을 비롯해 최대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편성할 계획이다. 이 경우 1~3차 추경 규모를 모두 합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인 2009년 추경(28조9000억원)을 가뿐하게 넘어선다.
   
   
   총선 승리 업고 코로나19 공동 대응 명분
   
   이처럼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도 경제가 회생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과 연결되는 철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특히 향후 40년에 걸친 경제적 가치로 볼 때 코로나19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제22차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그야말로 경제는 전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에 시간을 끌수록 피해가 커지고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볼 때도 남북 경협 사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진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과가 나올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사막의 신기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4·15 총선 승리를 계기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워 남북 경협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판문점선언 2주년과 관련해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 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길 기대한다”면서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공동의 유해 발굴 사업,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들의 상호 방문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및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한목소리로 북한과의 교류·협력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들 3인방은 민주평통이 지난 4월 20일 개최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전문가 특별대담에서 코로나19를 고리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평양종합병원 짓는 데 들어갈 의료기기 전부를 우리가 다 지원해 주겠다. 의약품 지원해 주고 그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남측의 전문가들이 전수해 주겠다는 식으로 아주 크게, 담대한 제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남북협력기금이 1조2000억원인데, 올해도 못 쓸 판”이라면서 “몇억달러를 써서라도 큰 그림 만들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밑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 김정은이 지난 5월 1일 완공된 평남 순천 인비료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몇억달러 써서라도 큰 그림 만들어야”
   
   정 수석부의장도 “보건·의료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남북 간에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문 특보도 “정부하고 민간이 협력하면 평양종합병원 하나 정도는 얼마든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며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추진해 남북이 보건·경제 등 다방면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4·15 총선이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만큼 문재인 정부가 반대 여론에 너무 연연치 말고 남북 교류에 기존보다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북한과의 보건·의료 협력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과거 동·서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동·서독은 1973년 접경지역의 전염성 질환이나 재난, 환경오염 등을 막기 위한 공동재난과 관련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동·서독은 또 1974년 전염병의 예방과 퇴치를 위한 정보 교류 등을 내용으로 보건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동·서독은 보건·의료 협력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서독보다 열악했던 동독이 체제 문제를 고려해 협력에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됐고, 지금도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및 의료시설과 의료기술의 낙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 한국 정부는 임산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약품과 의료용품 등을 지원할 의사를 피력해왔지만 북한 정권은 협력에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제대로 활동조차 못 하고 있다.
   
   
   보건·의료 지원이 먹히기 힘든 이유
   
   남북은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보건 당국 간에 보건·의료 분과 회담을 개최해 전염병 방지를 위한 정보교환, 결핵과 말라리아 등 치료 협력, 중장기적인 방역과 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추가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정권으로선 정확한 보건·의료 실태를 공개할 경우 자칫하면 체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 정권은 지금까지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또 선진국 수준의 한국의 의약품과 각종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주민들이 동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이 보건·의료 협력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의 방역과 보건·의료 체계를 일정 수준으로 향상하려면 한국으로선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북한의 병원들에 필요한 각종 의료기기와 의약품 및 기반 시설 등을 제공해야 하고 북한 의료진을 교육해야 한다. 남북이 동등한 보건·의료 수준이 되려면 수십 년간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동·서독의 경우 통일 이후에야 독일 정부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옛 동독의 보건·의료 수준을 서독에 맞출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평양종합병원 건설 지원 운운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를 아예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2주년과 관련해 “판문점선언의 실천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결코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며 좁은 길도 점차 넓은 길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 등 개별 국가의 대북 제재가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문점선언의 불이행 원인을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의 대북 제재 탓으로 돌린 것은 심각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임은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북한의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남북 간 어떤 합의도 국제사회가 정한 대북 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실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아니라 북한이다. 한국은 제재를 준수해야 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어떤 국가보다도 제재를 앞장서 실천해야 할 북핵 문제의 당사자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가 부당하게 남북 경협과 교류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북한의 대남 전략 구호인 ‘우리 민족끼리’를 서슴없이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북한의 핵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는데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대남 전략인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우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고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협력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고 주장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북한의 핵 폐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 지난 4월 2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현철 통일부 장관 등이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갖고 있다. photo 국토교통부

   독자 남북 경협에 대한 미국의 우려
   
   미국 조야는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남북 경협 등을 추진하려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남북 간 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는 것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가 북한과의 협력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한·미 양국의 주기적 긴장의 원인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정책 추진 의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최근 총선 승리로 자신의 평화정책을 추진하는 권한에 힘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남북 협력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의 마찰 소지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 킴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와 관계없이 남북 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제재 입장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코로나19 남북 협력이 단기적으로 북한을 대화에 다시 참여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의 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같은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담당 국장도 “북한 정권은 남북 협력에 앞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할지 알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과 서울 답방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문 대통령은 취임할 때부터 남북 화해를 진전시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 단계에서 남북 협력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조야의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판문점선언의 비준을 재추진하는 등 일방적인 남북 경협과 교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건강이상설이 나돌았던 김정은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자 반색하는 것도 남북 경협 등에 호응하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총선 승리가 자신들의 대북 정책을 국민들이 지지한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아무튼 국민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 극복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