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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08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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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봉태 변호사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 키운 것은…”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30여년간 다수의 위안부·강제징용 피해 소송 등을 대리하며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왔다. 그 과정에서 맺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의 연은 특별하다. 1994~1997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일본 법정에서 만나 지금까지 뜻을 함께해 왔는데, 국내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둘이 함께 조직한 시민모임 등이 적지 않다. 한·일협정 문서 공개 소송 등에선 최 변호사가 이 할머니를 원고로 앞세워 승소를 따냈고, 이 할머니는 최 변호사가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 등을 적극 돕기도 했다.
   
   그러던 최 변호사가 이 할머니와 연락을 중단한 건 지난 5월 7일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비판 기자회견을 열면서다. 지난 5월 13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기자회견하는 걸 여러 번 말렸다. 근데 내 말을 안 듣고 이렇게 일을 저지른 것이 미워 연락을 않고 있다. 답답해지면 다시 연락이 올 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직후 진관스님 등과 전남 광주 등에 들렀다가 지난 5월 12일 저녁 대구로 돌아왔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기자회견 직후 번지는 각종 논란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먹잇감 될까 우려”
   
   최 변호사 말에 따르면 그간 이 할머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며 피해자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해법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약속만 하고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 할머니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 할머니는 현재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진행 중인데 그 판결이 곧 나온다. 만약 승소 판결이 나면 그 후폭풍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했지만 지금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다. 한·일 갈등은 더 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 할머니는 한국 정부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최 변호사는 대구시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가 코로나19 사태로 아파트에 한 달여간 홀로 지내면서 이런 불만이 더 커졌을 거라고 한다. 이 할머니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일본인 원폭 피해자를 위해 마스크 1000장을 기부할 정도로 한국·일본 국민들이 서로 증오의 감정보다는 이해심으로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길 바라던 터였다.
   
   이 할머니는 결국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정의연 등을 비판하고 나섰는데, 당시 이 할머니가 표한 분노는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이 할머니의 지적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당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가 끼어들면서 이 할머니를 회유하더라. 그는 이 할머니의 불만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이를 기자회견이란 방식으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풀어가려 했다. 최 대표는 대구에서 이 할머니와 함께 활동해온 시민단체 그룹 등을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최 대표에게도 기자회견을 수차례 만류했다.”
   
   최 대표는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낙선한 바 있다. 최 대표가 자신은 떨어지고 같은 활동을 해온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은 공천된 것에 불만을 품고 기자회견을 기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최 변호사의 관측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 변호사는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등과의 갈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도 말한다. “둘은 수십 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해온 사이다. 이 할머니의 지적은 ‘시어머니가 그간 잘해왔던 맏며느리에게 꾸지람하는 정도’로 바라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국회의원직이 여전히 특권을 상징하거니와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 활동을 발판으로 국회로 진출한 이들 중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인 이들도 없지 않은가. 이 할머니 입장에선 이런 이유 등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을 수 있다. 실제 이 할머니는 윤 전 이사장에게 이런 마음을 모두 표했다. 이 할머니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둘 간의 소통 부족으로 사태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
   
   최 변호사는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이사장 등의 갈등이 자의든 타의든 깊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문제가 있다 해도 이런 식의 서로 물어뜯기는 일본 극우세력의 먹잇감만 주는 꼴이다. 힘이 생길 수 없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목돈 운운은 배은망덕한 것”
   
   최 변호사는 이런 맥락에서 정의연이 지난 5월 11일 이 할머니 발언에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선 실망감을 표했다. “당시 정의연 측은 이 할머니의 말이 맞냐, 안 맞냐만을 주로 따지더라. 내가 봤을 때 이 할머니 말의 핵심은 결국 자신과 위안부 문제를 더 들여다봐달라는 거다. 이에 따박따박 반박하는 건 백해무익한 실수다.”
   
   정의연의 회계처리 부정 의혹 등에 대해선 “그 세세한 내용은 내 스스로가 알고 싶지 않아서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외부 감사 제대로 받고 잘못한 점에 대해선 정중히 사과를 구해야 한다. 차라리 이번 기회로 시민사회단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윤미향 남편이 지난 5월 12일 인터넷상에 올린 “이 할머니가 후손에게 목돈을 물려주려고 태도가 돌변했다”는 내용의 글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정말 배은망덕한 거다. 서로 오랫동안 고생한 사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발언이나 글을 남기면 안 됐다. 그들 생각이 정말 이와 같다면 할머니를 매도함으로써 자신들의 약점 등을 숨기려 한다는 거로 봐야 하지 않겠나. 기억이 왜곡됐다는 그들의 주장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3일 이용수 할머니는 논란이 커지자 “공감과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최 변호사의 당부도 이와 같았다. 그는 “의심은 좋지만 본질을 훼손하면서까지 과도해선 안 된다. 정치권 등은 이를 진영 논리로 호도하며 사태의 핵심만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길 권했다.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 시민을 지혜롭게 설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더 이상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이번 논란이 각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각자의 초심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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