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밀 김인술 회장 ⓒphoto 연합정밀
연합정밀 김인술 회장 ⓒphoto 연합정밀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위기다. 내수와 수출 양축이 모두 무너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방산업체 매출은 2016년 11조4000억원에서 2018년 10조4000억원으로 2년 새 9.6%나 줄었다. 수출은 35%나 급감했고, 종사하는 인력도 5.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3%로 제조업 평균인 8.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 업체들은 위기에 빠진 방산의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활로 중의 하나가 방산 부품 국산화다. 부품 국산화가 이뤄지면 수입하는 경우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국산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방산 중견기업이 ‘연합정밀’이다. 1980년부터 40년간 부품 국산화에 매진해 3153종의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1995년 핵심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통신 관련 연결 부품 커넥터, 전자기장(EMI) 차폐 케이블, 전차에 탑재하는 통신장비 인터컴 세트, 무인항공기(UAV) 분야 전원 전장 계통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71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엔 군용 스펙(사양) 커넥터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미 국방 군수국의 인증제품목록(QPL·Qualified Product List)에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QPL 인증은 까다로운 현지 실사와 150여가지 시험 검증을 통과한 제품에만 허용되는데, 보통 획득까지 5년 이상이 걸리는 엄격한 과정이다. 6월 2일 창사 40주년을 맞는 연합정밀의 김인술(83) 회장을 최근 인터뷰했다.

- 창사 40주년을 맞는 소감은. “1972년부터 8년간 연합전선 부사장으로 종사하면서 일본에서 수입하던 선박 케이블을 수입가격 대비 40%의 가격으로 대우조선과 함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국산화를 해야만 자주국방과 국방예산 절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1980년 6월 연합정밀을 설립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 회사가 3153종의 방산 부품을 국산화하고, 20년간 992억원의 국방예산을 절감하는 한편, 임직원 450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부품 국산화에 일찌감치 주력해온 이유는. “방산은 예나 지금이나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킬 최소한의 힘을 갖게 하는 기반산업이다. 이런 방산 무기들이 사실상 전량 수입되고 국민의 세금이 해외 업체들을 살찌우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무기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부품 국산화는 각종 무기체계의 개발부터 양산, 운용유지, 성능개량, 폐기까지 전 과정의 토대가 된다. 또 부품 국산화를 통해 국방예산 절감과 더불어 무기체계 운용유지 공백을 메우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가장 적합하다.”

- 2009년부터 10년간의 도전 끝에 미 QPL 등재에 성공했는데 QPL 획득에 그렇게 매달린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QPL 인증 성공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회사가 진입에 성공한 QPL 품목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간 4조원 이상이다. 그럼에도 미 정부 주관이다 보니 국내 업체는 QPL 인증을 획득할 길이 없어 사실상 세계시장 진출 길이 막혀 있었다.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 했지만 국산 부품들을 개발하면서 쌓인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했고 결국 해냈다.

우리가 10년 도전 끝에 성공한 제품은 ‘MIL-DTL-38999 시리즈 Ⅳ’ 군용 규격 커넥터다. 이 제품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항공우주·미사일을 비롯한 무기체계 전반에 활용되는 군용 규격 커넥터 수입을 국산품으로 대체했고, 연간 200억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일부 미국 대기업이 독점해온 항공우주·최첨단 분야의 커넥터 시장에도 진출할 길이 열렸다.”

- 국내 방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매출액 중 수출비중(20%)이 매우 높다. 그 비결은. “국내시장에만 주력하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년 전부터 수출 전담조직과 네트워크 확보에 공을 들여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약 100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비롯, 연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또 35명가량의 품질 인력을 통해 국내외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개발과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연합정밀 본사 전경.
연합정밀 본사 전경.

커넥터 등 연합정밀이 국산화한 각종 방산 부품. ⓒphoto 연합정밀
커넥터 등 연합정밀이 국산화한 각종 방산 부품. ⓒphoto 연합정밀

- 방사청 등 정부에선 부품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장려하며 제도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보완할 점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부품 국산화는 국가와 방산 중소기업들 상호 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선 통합비용(사실상의 조립비용)이 적용되고 있는 부품 국산화율 산정 공식을 국산화가 가장 활발했던 2001년 산정 공식으로 환원, 무늬만 국산화가 아닌 실질적이고 단위 부품까지 국산화하는 진정한 국산화율 산정이 필요하다.

또 방사청 경쟁입찰 중 1억원 미만 사업에서 ‘소상공인’만 참여하도록 하는 제한 경쟁입찰제 시행에 따라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계약 납기 지체와 남품 후 품질보증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중소기업에서 이미 국산화한 품목의 경쟁입찰은 해당 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아직도 우리 방산 환경은 중소기업엔 매우 척박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대기업을 통해 개발되고 중소기업은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러 기업 존속이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운 좋게 40년간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방산 중소기업은 상황이 그렇질 못하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중소기업이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무기체계 개발 및 양산, 수출이 어려워지는 동반자적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방산 중소기업은 각 품목군별 전문화 업체로 성장토록 지원하고, 대규모 무기체계가 아닌 소규모 체계는 중소기업이 담당토록 육성하는 정책수립 및 지원이 필요하다.”

- 정부와 국민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방산 중소기업들은 우리나라가 방산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데 음지에서 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국산화된 방산 부품이 없으면 국가를 지키는 무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자주국방이 실현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국산화 개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국산화에 대한 전문지식도, 방산 현실도 모르는 외부 용역기관의 규정 개정으로 국산화 여건과 열의를 갖춘 업체조차 국산화를 못하게 하는 규정으로 전락했다.

하루빨리 제반 규정과 부품 국산화율 산정 공식 등을 바꿔 국산화 개발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방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국산화 개발을 비롯한 제도 정비와 수출 활성화를 위해 더욱 숙고해 주었으면 한다. 국민들께서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주면 고맙겠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