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로고. ⓒphoto 뉴시스
경찰 로고. ⓒphoto 뉴시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시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주민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쌍방 폭행 가해자로 몰릴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 주민 A씨(46)는 올 초부터 아래층에 살고 있는 30대 B씨로부터 층간소음 항의를 받아왔다. 그는 밤낮으로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받았고 새벽 시간에도 지속되는 B씨의 연락에 잠을 깨야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와 그의 가족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으며 가정에서도 크게 소란을 피운 적이 없어 B씨의 항의에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A씨는 “온 가족이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온다. 근데 B씨는 낮에도 경비실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왜 이렇게 쿵쿵거리냐’ ‘울어 대냐’고 딴죽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B씨의 항의는 지속됐고 이로 인한 A씨의 스트레스는 점차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4일 낮 12시쯤 A씨와 B씨는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 층간소음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감정이 격해진 B씨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A씨에게 아파트 뒤편 공터로 나올 것을 요구했고 이에 A씨는 그를 따라나섰다. B씨는 A씨가 나오자 갑자기 A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맞는 과정에서도 조금의 저항이라도 한다면 쌍방폭행으로 몰릴 것을 우려, 일체의 저항을 하지 않았다. 결국 코뼈 골절 등의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고 이를 서울 강서경찰서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일방 상해 혐의로 B씨에 대한 법적 처벌이 곧바로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B씨가 자신이 입은 상해를 경찰에 보여주며 자신도 폭행을 당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그는 “당시 A씨가 자신이 갖고 있던 옷걸이의 날개부분을 잡고 꼬챙이 부분으로 나를 긁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질신문에서도 태연하게 맞는 장면을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주장은 엇갈렸고 당시 공원 인근 CCTV 등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경찰은 이를 쌍방 폭행 사건으로 규명했다.

A씨는 “B씨가 스스로 자해를 해 이를 증거로 내보인 것 같았다. 맞아서 억울하고 사과 받지 못해 억울하고 여기에 폭행죄까지 독박 쓰게 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정신상담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 목격자가 있을까 싶어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리기까지 했다.

A씨의 억울함이 풀린 건 사건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나고 나서였다. 애초에 CCTV 확보에도 미온적이었던 경찰은 A씨의 요청으로 뒤늦게 1층 CCTV 화면을 확인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B씨가 A씨가 자신을 폭행한 도구로 지목했던 옷걸이 등을 A씨가 모두 1층 엘리베이터 앞 통로에 놓고 나간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옷걸이를 들고 자신을 위협했다”는 B씨의 주장이 거짓이라 판단하고 A씨는 무혐의, B씨에겐 상해 혐의 등을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으로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A씨는 “경찰은 가장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았고 내가 1층 CCTV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움직였다”며 “경찰은 B씨의 무고죄 혐의도 인지 수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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