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발이 묶인 채 케이지 안에 있는 유기견,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난 유기견, 피멍이 든 유기견, 3개월이 넘도록 목덜미 피부 괴사 치료를 받지 못한 유기견. ⓒphoto 보호소 전·현직 직원
(왼쪽 위부터) 발이 묶인 채 케이지 안에 있는 유기견,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난 유기견, 피멍이 든 유기견, 3개월이 넘도록 목덜미 피부 괴사 치료를 받지 못한 유기견. ⓒphoto 보호소 전·현직 직원

충남 천안시가 위탁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에게 락스를 먹이거나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시키는 등의 동물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동물보호소 전·현직 직원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 정황 자료 등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관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지자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동물 보호·관리를 위한 유기동물보호소를 직영 혹은 위탁 방식으로 운영한다. 천안시의 경우 매년 입찰을 통해 위탁사업자를 선정,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올 초 신생업체 W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관련 의혹이 보호소 안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동물보호·관리 경험이 전무하며, 보호소 위탁용역 입찰공고가 나기 바로 몇 주 전 급하게 설립됐다. 업체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지역구 선대위원장직을 역임하는 등 충청남도 정치권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학대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시가 이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업체 대표의 배경을 고려한 밀어주기 아니냐”는 등의 의심 어린 시선도 보내고 있다.

동물들 갈비뼈 드러내고 영양실조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전·현직 직원과 봉사자 등에 따르면 W사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는 동물학대 정황이 지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유기견들에게 주는 식사조차 학대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전·현직 직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보호소 한 전직 직원은 주간조선에 “봉사자 자격으로 보호소에 자주 일하러 간다. 그때마다 관리자분이 ‘아이들(동물)이 밥 먹을 때 사료를 조금 줘야 똥을 조금 싼다, 물도 조금 줘야지 조금 싼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다. 그 관리자가 쉬는 날 내가 직접 사료를 줄 때면 애들이 항상 밥을 허겁지겁 먹는다”고 말했다. 보호소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한 직원은 “관리자가 화가 나면 자기 마음대로 공간을 나눠 오늘은 이 공간 애들한테만 밥 주고, 내일은 저쪽 공간 애들한테만 밥 주고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봉사자들과 보호소 일부 직원들은 이런 식의 관리로 인해 동물들이 병이 들 것을 걱정했고, 실제 일부 동물들은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르거나 영양실조로 허리가 휘고 걷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보호소 내 믹스견 두 마리(관리번호 20-00XXX, 19-0△△△△)를 임시보호하기로 한 이모씨는 “수의사도 이렇게까지 마른 동물은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질환 치료 등을 위해 마취 조치를 해야 하는데 먹지 못해 기력이 없어 주사 자체를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가 데려간 믹스견 두 마리는 1.2㎏의 사료에 머리를 파묻으며 3시간 동안 다 먹어치웠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보통의 소형견이 하루에 먹는 사료량은 80~100g에 불과하다.

보호소는 구조 유기동물의 질환 치료 등 사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관리자들은 이 또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조 당시 목줄로 인해 목덜미에 피부 괴사가 발생한 개(관리번호 20-00△△△)에 대한 치료는 3개월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고, 생식기 탈출 증상을 보인 개(관리번호 19-00○○○)에 대한 환납 치료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생식기 괴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우천시엔 보호소 밖에 있는 동물을 실내로 들여오거나 비닐막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보호소 직원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기까지 했다. 천안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동아이)’의 이경미 대표는 “당시 산모 강아지와 평소 기침 증상을 보였던 아이들도 그대로 밖에 방치됐다”며 “그 아이는 결국 폐렴에 걸렸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안락사까지

취재에 응한 전직 직원들은 보호소가 동물 관리 자체에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올 상반기까지 보호소에서 일했던 또 다른 전직 직원은 “파보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은 바이러스 전염성이 커서 격리하거나 곧바로 치료해야 하는데 직원들은 애가 죽어가는데도 그냥 방치한다. 상한 사료가 썩어가는데도 그대로 두기 일쑤다. 기본적인 관리 체계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보호소 측이 이런 기본 관리 부재는 물론이고 심각한 동물학대를 저질렀다는 증언도 내놓는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전·현직 직원들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현재 보호소 관리자는 동물에게 락스를 먹인다고도 말한다.

“(용역 직원이) 말한 게 맞네. 거기 ○반장이 애들한테 락스를 먹여.”

“뭐? 무슨 락스를 멕여?”

“짜증나면 락스를 먹인다고. 진짜 먹이고도 있더라.”

“아,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이 대화에 등장하는 보호소 반장은 평소 통상적인 안락사 방식 대신 락스를 먹여 개를 죽이는 방식을 우선한다는 것이 전직 직원의 설명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안락사는 동물이 지속적인 고통을 겪거나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 등이 있을 때에 한해 수의사가 인도적인 방식으로 시행해야 한다. 충청도 소재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원래는 마취를 하고 약물을 주입해 안락사한다. 락스를 먹인다는 건 안락사가 아니라 학대다”라고 말했다.

최근엔 일부 동물들에게서 구타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소형견 말티즈(관리번호 19-00XXX)는 미용 후 온몸에서 피멍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당시 이를 진찰했던 수의사는 “둔탁한 둔기로 맞은 흔적으로 추정”이라는 소견을 냈다. 앞서의 믹스견 임시보호자는 “당시 보호소에서 나왔던 아이들은 사람이 손만 들어도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보호소의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동물 안락사도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보호소는 사육시설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보호 동물 17마리를 안락사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보호소가 내놓은 ‘인도적 처리대상 현황’에 따르면 보호소는 후구기립 불능, 난폭하고 공격성 강함, 행동교정 어려움, 만성복합성 피부염, 수술처리 불가 등을 근거로 이들을 안락사 개체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기동물이 최초 발견·구조됐을 당시 보호소가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공고 내용과 안락사 선정 근거 내용은 상당 부분이 일치하지 않았다. ‘난폭하다’는 지적을 받은 유기동물은 APMS 기록상에서 ‘순하고 착함’이란 특성을 보였고, ‘후구기립 불능’ 증상을 보인 동물은 ‘활발하다’는 설명이 적혀 있는 식이었다.

이경미 대표는 “당시 이들이 그대로 안락사되는 걸 볼 수 없어 천안시와 합의하에 지역 단체들과 힘을 합쳐 이들 17마리 중 14마리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거나 임시보호소로 보냈다. 근데 보호소가 적시한 14마리의 부적절 증상은 실제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보호소가 보호 동물에 대한 제대로 된 진찰 없이 안락사시킨다는 이야기다. 당시 안락사 대상 선정에 참여했던 천안시 소재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보호소에 개체 수가 워낙 많으니 일단 눈으로 보고, 일어나지 못하거나 난폭함을 보이는 개들을 안락사 대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9일엔 보호소의 한 직원이 모두가 퇴근한 이후 보호 중이던 대형견 3마리를 구조 차량 트렁크에 싣고 나와 시내 한가운데서 안락사를 진행하는 일이 벌어져 지역 안팎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통의 안락사는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여타 동물이 볼 수 없게끔 이뤄져야 하는데 당시 이들은 이런 준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원성이 제기된다.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전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전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입찰 한 달 전 만들어진 업체 낙찰

이 같은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자격 미달 사업자에게 보호소 운영권을 무리하게 넘긴 천안시 측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W사의 김모 대표는 동물보호 경험이 전혀 없으며 2016년부터 청소·방역업체를 운영해온 것이 사업 경력의 전부다. 김 대표는 개인사업자보다는 정치인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10년 넘게 정치활동을 이어가며 천안 지역에서 다수의 선거를 도왔는데, 보호소 안팎에서는 이것이 김 대표가 보호소 운영 용역을 맡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2006년 이 지역 열린우리당 운영위원장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지금의 박상돈 천안시장의 당적 이동에 따라 통합민주당(열린우리당의 후신)과 자유선진당을 오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시의원 후보로도 출마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 지역 선대위원장직을 맡았고,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시의회의 한 의원 선거캠프 사무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은 그가 설립한 W사가 낙찰업체로 선정된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근거가 됐다. 천안시의회 한 의원 측근은 지난 6월 29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보궐선거 준비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민주당 캠프에서 ‘선거를 도와주기로 약속하면 보호소 자리를 내주겠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주간조선과 통화를 한 다음 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낙찰 배경을 둘러싼) 더 이상의 이야기는 나가면 안 될 것 같다. 말이 나가면 누구 입에서 나갔는지 확인이 되니까”라는 귀띔도 했다고 한다.

당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잡음’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의혹을 부추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천안시청은 지난해 12월 1차 보호소 용역 입찰을 냈고 여기에 W사와 A업체, 그리고 지난해 보호소를 운영했던 B업체 등 총 3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격 미달로 떨어졌다. 올 1월 공고된 2차 용역 입찰엔 W사와 A업체만이 다시 참여했고 여기서 A업체가 투찰률 조정으로 최종 입찰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A업체는 돌연 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결국 W사가 최종 입찰자가 됐다. A업체는 지난해 12월 W사가 설립될 무렵 새롭게 설립된 회사다. 이와 관련해 천안시의회 한 의원은 “입찰 선정 과정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천안시 회계과를 통해 적절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권 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은 “보호소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원래 동물보호단체, 법조인 관계자들까지 모두 와서 항목별로 다 체크하고 점수를 내서 뽑는다. 그 과정에서 더 이상의 입찰자가 없으면 그냥 남아 있는 업체를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데, 천안의 경우도 그래 보인다”고 평했다.

관리·감독 부실한 지자체 책임 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당한 입찰 과정을 거쳐 위탁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보호소 운영 과정에서 미흡한 점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반려동물 사업이 시장성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던 중 주변인들 권유에 법인을 설립해 보호소 운영 입찰에 참여했다. 정치권 관련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아는 선배가 민주당에 있던 거고 지금은 수많은 민주당 상무위원 중 한 명이다. 과거 자유선진당에 좀 있다 왔던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이 환갑 넘어서 뭘 더 하겠나. 지금까지 시장이든 시의원에게든 어떤 부탁도 해보지 않았다. 여기선 그런 게 금방 다 알려진다. 그들과 별 관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물들 관리가 완벽하냐에 대해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솔직히 차로 서울 오갈 때 신호를 다 지키나? 가끔 이를 어기면서 가는 경우도 있지 않나. 보호소 운영도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시설 자체가 3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데, 지금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500여마리에 이른다.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동물을 돌보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학대 의혹 등에 대해선 “난 모르는 일이고 객관성 없는 말들이다. 일단 락스를 먹였다고 지목되는 직원은 얼마 전 잘랐다”고 덧붙였다.

천안시청 측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1차 입찰 과정 적격심사에선 점수가 모두 미달돼 떨어졌지만 2차에서 이를 넘어섰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W사가 선정됐다. 또 사실 유기동물보호소 민원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관리해야 하는 개체 수는 늘고 돈은 한정돼 있으니 우리도 막막하기만 하다. 보호소 자체를 책임지려는 업체도 점점 줄고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선 “보호소 직원들이 실제 그랬다면 벌써 잘랐을 것이다. 관리 차원에서 부딪치며 발생한 상처 등이다. 사료도 적정량 주며 항시 주의를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 측은 사업위탁자도 문제이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지자체 책임이 더 크다고 평한다.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의 연보라 본부장은 “일차적으론 행정기관의 문제가 크다.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이 여전히 낮고, 동물보호법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다. 그러니 위탁자 선정도 미흡할 수밖에 없으며 위탁자에게 지시·감독을 할 능력도 안 된다.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 주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위탁사업자의 경우 이 사업의 성질을 잘 알지 못한 채 지자체가 지급하는 용역비 등의 수익만 바라보고 들어오니 상황은 더 악화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 이 같은 사태는 천안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298개소 중 상당수가 관리 소홀, 위탁자 자격 미달 등의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초부터 동물 복지 신장과 높아지는 동물 정책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동물복지정책팀’을 ‘동물복지정책과’로 승격해 관련 문제 개선에 나섰다. 동물복지정책과는 지난 5월 첫 사업으로 ‘반려동물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시행을 통해 전국 보호소의 보호 여건 등을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개선하고 지자체 권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연 본부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수준 높은 눈높이로 동물을 대할 수 있느냐, 동물 보호·관리 개선엔 얼마만큼에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 천안시를 비롯한 전국 보호소 여건도 결정될 것”이라며 “실태조사 이후에 이뤄질 정부 조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