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김호연씨는 얼마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해수기’를 구입했다. 수돗물에 소금을 넣으면 ‘전해수’를 만들어준다는 기계다. 보통 전해수기 제조·판매 업체에서 설명하는 전해수란 ‘수돗물에 남아 있는 염소 이온을 전기분해해 얻은 살균과 탈취가 가능한 물’을 말한다. 이 전해수의 살균력이 99%에 달한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김씨가 구입한 전해수기의 가격은 약 30만원. 그는 전해수를 매일 온 집안에 뿌린다.

“반려견 배변패드나 밥그릇 같은 용품에도 뿌리고 외출할 때 입었던 옷에도 뿌려요. 블로그 후기 글 읽어보니 공기청정기 필터도 이걸로 청소한다는 사람이 많아서 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김씨는 이 전해수를 ‘매우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과 소금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화학약품이 하나도 안 들어간 살균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용하고 나면 물이나 다름없어진다고 안전하다고 해서 마음 놓고 쓰고 있어요.”

김씨뿐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살균과 소독 문제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살균제’에 대한 선호는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여러 살균제 중에서 굳이 전해수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개의 살균제를 사용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지만, 전해수는 그렇지 않다. 전해수기를 홍보하는 문구 중 가장 흔한 것이 ‘온 가족 안심’ ‘가족을 위한’과 같은 문구다. 그런데 과연 전해수기로 만든 전해수는 안전한 살균제일까.

우선 전해수기라는 단어는 한국식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전기분해라고 하는 것을, 일본에서는 ‘전해(電解)’라고 한다. 그러니까 전해수기는 ‘전기분해한 물을 만드는 기계’를 일본식으로 줄여서 쓰는 말이다. 실제로 전해수기는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 처음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요즘 살균제로 쓰이는 전해수를 생성하는 전해수기가 있고 한때 한국과 일본에서 유행처럼 판매되던 ‘알칼리수’를 만드는 기계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전기분해라는 화학적 반응은 산화·환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순수한 물은 전기분해가 되지 않지만 수돗물은 물에 염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전기분해가 가능하죠. 여기에 소금을 넣어 전기분해를 촉진하면 산화전극에서는 하이포염소산나트륨이, 환원전극에서는 수소이온이 환원됩니다. 가정용 전해수기에서는 그럴 위험이 없겠지만 만약 전기분해 용량이 크다면 안전상으로도 위험하긴 합니다. 수소가 쌓이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이포염소산나트륨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고도 불린다. 화학식은 NaClO이다. 하이포염소산나트륨을 물에 녹여서 쓰면 우리가 아는 ‘락스’가 된다. 하이포염소산나트륨 자체는 살균력이 매우 뛰어난 물질이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쓰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물에 녹여 써야 한다.

전해수기에 수돗물과 소금을 넣어 전기분해를 하면 얻어지는 물질이 바로 하이포염소산나트륨이다. 그러니까 전해수기로 얻는 전해수는 하이포염소산나트륨 수용액, 말하자면 락스와 같은 성분의 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 농도는 매우 옅다.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의 양 때문이다. 수돗물의 잔류 염소 농도가 충분히 낮기 때문이다. 이덕환 교수의 설명이다.

“전해수기라고 말하는 기계로 얻는 전해수가 만약 충분히 옅은 농도의 용액이 아니라면 락스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해수기는 매우 옅은 농도의 락스 희석액을 얻기 위해 낮은 효율의 전기분해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전해수기 업체들도 전해수가 결국은 락스 희석액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한 업체는 보도자료에서 “전해수와 같은 살균수의 주된 성분은 ‘차아염소산’과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고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락스의 주요 성분 역시 차아염소산나트륨인데, 물에 희석해 사용해야 하므로 적정 농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전해수기는 안전 농도의 살균수를 즉시 만들어 내기 때문에 높은 안전성을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최소 살균 능력을 갖춘 농도’

전해수가 옅은 농도의 하이포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모순이 생긴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듯이 전해수를 ‘화학약품이 포함되지 않은 안전한 물’이라고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농도가 옅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살균 능력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전해수기 업체들은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전해수가 ‘최소 살균 능력을 갖춘 농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하지만 여기에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 5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를 읽어보자.

여기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환자 이용 공간을 예로 들어 소독할 때에 차아염소산나트륨 희석 방법과 소독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환자의 공간을 소독할 때는 0.1%(1000ppm)의 희석액이 필요한데 반드시 ‘닦는 방법’을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인용하자면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 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표면 소독에 적용해서는 안 됨. 에어로졸이 생성되거나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 청소 및 소독할 때는 지속적으로 닦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이 안내 사항에 제시된 희석액 농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실히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이 정도 짙은 농도의 희석액을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다. 보통은 가정에서 살균하면서 쓰이는 희석액의 농도는 0.01%(100ppm)로 맞출 것을 권장한다. 단 이 정도 농도로는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없다. 안전한 사용을 위해 0.01% 희석액 사용이 권장되는 것이다.

전해수기 업체에서는 전해수의 농도가 100ppm 정도를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잔류 염소 농도가 낮은 수돗물에서 100ppm 정도의 전해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이 농도의 전해수라고 해서 무작정 ‘뿌리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덕환 교수는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살균 물질이 포함된 물이 가습기를 통해 기화되어 지속적으로 흡입되면서 생긴 일이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살균 물질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인데 이 물질들은 호흡기를 통해 흡입했을 때 유해하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러나 기업이 이를 은폐하고 정부가 동조하면서 10년 넘게 살균제가 시판됐고 결국 피해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물론 묽은 하이포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은 분사해 사용하더라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지속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기화된 형태로 흡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이 호흡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흡입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전해수기 업체에서 홍보하고,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트리듯이 전해수를 의류와 신체에 직접 분사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이덕환 교수 역시 “가습기 살균제와 전해수의 위험도가 다르기는 해도 원칙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포로 인해 반복되는 줄다리기

문제는 더 있다. 전해수기는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발명품이 아니다. 전해수기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만들어졌는데, 한동안 ‘알칼리수’를 만드는 데 쓰였다. 알칼리수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도 1990년대를 전후해 크게 번졌다. 갖가지 유해 물질 때문에 산성으로 변한 몸을 바로잡기 위해 알칼리수를 많이 마셔 몸을 염기성(알칼리성)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 주장은 학계에서는 낭설로 치부된 지 오래다. 애초에 인체의 체내 산도는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는 데다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체내 산도가 변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알칼리증(alkalosis)이라고 해서, 혈액의 산도가 알칼리성으로 높아진 상태를 일컫는 병명이 따로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업체들로 인해 ‘알칼리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정수기 같은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알칼리수를 만든다는 제품은 전해수를 만드는 제품과 같은 원리를 거칩니다. 산화전극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전해수고, 환원전극으로 환원되는 것이 알칼리수입니다. 같은 원리의 기계가 다른 말로 변용돼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이덕환 교수의 말처럼 전해수기와 전해수의 유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유해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제품이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한 예로 ‘합성 계면활성제’에 대한 논란을 들 수 있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피부에 흡수돼 몸 안에 ‘독(毒)’을 쌓을 수 있다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래서 천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더 안전한 것’으로 홍보해 판매하는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합성 계면활성제가 유해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천연 계면활성제를 이해하자면,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비누를 떠올리면 된다. 합성세제가 등장하기 전 약한 세척력을 가지고 쓰였다. 천연 계면활성제가 이미 존재함에도 합성 계면활성제가 등장한 것은, 세척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공포’를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물질이 가지고 있는 유해성이 모든 경우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독성학회 회장을 지낸 이병훈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어떤 소비자들은 물질의 독성이 아주 작은 용량에도 유해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용량 반응 관계’를 알면 공포가 덜어집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용량과 농도까지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는 수치가 있습니다. 그걸 용량 반응 관계라고 하는데 시중에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제품들은 이 용량을 준수해 안전하게 제조돼 나오는 제품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계면활성제가 가진 독성은 시중에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합성 계면활성제 제품에서 우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을 회피하기 위해 세척력이 떨어지는 천연 계면활성제를 굳이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계면활성제 제품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늘 ‘새로워 보이는’ 제품과 유행을 만들어내곤 한다. 천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는 ‘순비누’가 그렇고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감는다는 ‘노푸(No-poo)’ 또한 마찬가지다.

이처럼 소비자의 안전함에 대한 열망과 이를 이용하려는 업체들 간의 반복된 줄다리기는 때로 위험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소비자의 ‘무지’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 기관과 전문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교수는 “그간 소비자들이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에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여러 사건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이를 소비자들이 실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아카이브(archive)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덕환 교수는 “당장 음이온, 육각수, 알칼리수 같이 이름만 바꿔서 등장하는 상술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 정부 기관인데, 이를 보기 좋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카이브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물질과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찾아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부차적인 업무로 밀려나고 있지요.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걸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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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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