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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변호사의 현장일지]  ‘첫 출근 전 채용취소 통보’ 해고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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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18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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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첫 출근 전 채용취소 통보’ 해고인가 아닌가?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비정규직 8대 긴급요구안’이 적힌 상자를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초양극화 시대. 집값은 치솟고 일자리는 없어진다.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 회사 일을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주식, 부동산 재테크를 하는 게 낫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역효과는 근로의욕의 상실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 일자리마저 없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만큼이나 우리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분기 대비 -3.3%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4분기(-3.8%) 이래 최저치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용시장은 더 심각한데,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는 282만9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5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39만2000명 감소한 반면, 실업자는 전년동월대비 13만3000명 증가했다. 임금근로자는 전년동월대비 26만명(-1.3%) 감소했고, 비임금근로자도 전년동월대비 13만2000명(-1.9%) 감소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동월대비 20만명이나 감소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1만8000명 증가했다. 자영업자도 더 이상 알바 등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는 사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17년 42.8시간, 2018년 41.5시간, 2019년 40.7시간, 2020년 5월에는 38.9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최저임금도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으로 상승했다.
   
   최저임금이 높아지고 장시간 근로가 해소되고 있다고 하지만, 덩달아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으니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2020년의 급격한 고용절벽 한파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지만, 급진적인 노동정책도 한몫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채용계획 축소 내지 취소, 연기, 보류도 잇따르고 있다. 잡코리아가 올해 상반기 인사담당자 48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채용계획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답한 비율은 25.4%에 불과한 반면 채용연기(46%), 채용취소(13.9%), 채용연기 및 취소(14.7%)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연초 계획한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채용계획을 취소 내지 축소하는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합격자 발표, 채용 통보 등 어느 정도 채용이 진행된 단계에서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 여러 복잡한 문제에 얽힐 수 있다.
   
   
   합격자 통보는 근로관계의 시작
   
   흔히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출근을 하는 순간 근로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반드시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실제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최종합격 통보를 받거나 채용 통지를 받았다면 근로관계가 그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상 ‘채용내정’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법원도 근로계약은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합격통보를 하거나 채용의사를 객관적으로 외부에 표명해 통지한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9. 5. 선고 2018구합88920 판결 등)
   
   따라서 회사가 사정상 채용 합격 통보를 받은 근로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것은 ‘해고’가 된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 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24조), 채용내정 취소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일반적인 근로관계와 달리 아직 정식 발령이 되거나 출근을 한 것이 아니므로, 통상 우리 법원은 사용자에게 직무부적격자를 가려내어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있는 일정한 해약권이 있다고 보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00. 8. 25. 선고 99나41055 판결) 따라서 통상적인 근로자보다 해고사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직무부적격을 이유로 채용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채용내정자가 허위경력서를 제출하였고, 그 허위 경력이 채용에 있어 결정적인 부분이라면 채용을 취소하더라도 문제가 없겠지만, 다소 과장이 있거나 자격기준에 오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예컨대 A공단은 ‘제설기 운전 및 유지관리 1년 이상의 경력’이 충족되지 않다는 이유로 B씨의 채용을 취소하였다. 구체적으로는 B씨가 제설장비(눈을 치우는 차량)를 2년간 운용한 경력은 있지만, 제설기(눈을 만드는 장비) 운용 경력은 미달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A공단이 채용공고를 할 때에 제설기가 눈을 만드는 장비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B씨가 자격기준을 갖춘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고, 실제 B씨가 스키장에서 제설차량을 운전한 경험이 있으며, B씨의 자격 및 능력이 A공단이 요구하는 내용과 현저히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한 채용취소를 부당해고라 보았다.(서울행정법원 2019. 9. 5. 선고 2018구합88920 판결)
   
   특히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회사가 채용공고나 채용내정 통지 등에서 채용결격사유를 정하였거나, 회사가 처음부터 시용기간으로 일정기간을 채용하고 업무능력을 평가하여 확인한 후에 정식으로 채용할 것을 정한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용을 내정하였고 아직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연히 회사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 5. 8. 선고 2019구합64167 판결)
   
   따라서 직무부적격 등을 이유로 채용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채용공고, 채용내정 통지, 합격자 통지를 할 때 채용결격사유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도 채용내정자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정도에 이를 때 한해 채용취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 취소하면 부당해고
   
   단순히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사정만으로 채용취소를 할 경우에는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거나 진행되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정당한 취소로 판단될 수 있다. 실제 H전자가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로 내정한 사람들에 대해 IMF 사태로 인한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입사를 취소한 것은 정당한 정리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결국 직무부적격, 경기악화 등으로 채용계획을 취소할 때에는 채용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미 서류, 면접 등이 상당히 진행되어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 부당해고, 손해배상 등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채용계획을 수립하는 것만큼이나 채용계획을 취소하는 것도 신중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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