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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25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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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복병 만난 ‘고속도로 포퓰리즘’ 3년 만에 시험대 오르다

▲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 무료통행을 실시한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온 차량들. photo 뉴시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올 추석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실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8월 15일부터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8월 17일까지 광복절 3일 연휴를 전후해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한 코로나19가 올 추석 때 무료로 개방된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으로 재확산할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경고를 받아들인 조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사상 최초로 추석 연휴 3일간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실시한 이래, 매년 설과 추석 명절에 전국 고속도로를 무료로 개방해왔다.
   
   명절 고속도로를 무료로 개방하면 지역 간 이동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추석 연휴는 토·일 주말까지 포함해 최장 5일에 달하고,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로 더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실시한 지 3년 만에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참에 ‘고속도로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받아온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첫 실시 후 매년 차량 증가
   
지난 3년간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한 결과는 어땠을까. 교통전문가들의 우려처럼 3년간 명절 기간 중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매년 증가세다. 기존 고속도로 이용자에 더해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하던 운전자까지 고속도로로 몰리면서다. 사상 첫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실시한 2017년 추석 당일에는 588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로 나오며 전년(535만대) 대비 약 53만대의 통행량이 증가했다. 같은해 추석 특별수송(특송) 기간 중 일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도 447만대로 전년(439만대)에 비해 8만대가량 증가했다.
   
   설·추석 등 명절 고속도로는 ‘공짜’란 인식이 점점 확산하면서 증가세는 고착화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9년 추석 당일에도 657만대가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와 전년(607만대) 대비 50만대가 증가했다. 당초 지난해 추석 당일 622만대의 차량이 나올 것이란 국토교통부의 예상을 35만대나 상회한 수치였다. 추석 특송기간 중 일평균 고속도로 이용차량도 517만대로 국토부 예상통행량(512만대)을 넘었고, 전년(476만대)에 비해서도 41만대가량 급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에너지, 환경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면서 석탄발전소를 조기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써왔는데, 명절 고속도로 무료화로 필요 이상의 차량이 쏟아져 나오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배출은 되레 늘어난다.
   
   말끝마다 ‘서민’을 표방해온 정부에서 자동차를 1대 이상 굴릴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 불필요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올해 추석의 경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추석 연휴기간 중 예매좌석수를 50%로 줄이면서, 차가 없는 서민들은 귀성·귀경 수단조차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도 거리두기 권고로 좌석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올 추석 승용차 수송분담률이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첫 도입, 문재인 확대
   
   교통전문가들 사이에서 지금도 논란이 되는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첫 도입한 것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이날 하루에 한해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실시하면서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5월 5일 어린이날 다음 날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이날 하루에 한해 고속도로를 무료 개방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과 추석 명절 연휴 때까지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끝내 도입하지는 못했다. 가뜩이나 막히는 고속도로에 무료통행까지 이뤄지면 불필요한 차량들이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와 도로 기능 자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고속도로 자체가 수익자 부담으로 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 유료도로인데, 중산층 이상에 불필요한 요금혜택을 제공한다는 논란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추석 앞뒤 3일 연휴 동안에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을 전격 실시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는 설날·추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속국도를 이용하는 차량의 통행료를 감면할 수 있다’는 유료도로법 제15조까지 신설해 법적 근거를 보강했다. 하위 시행령인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8조’는 ‘설과 추석 당일과 앞뒷날’이라고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명절 고속도로를 무료로 개방해온 한국도로공사 내부에서는 내심 불만이 누적돼 왔다. 명절 고속도로 무료화로 매년 설과 추석 때 거두어 들이던 각각 500억원 내외의 운영수입이 줄어들면서다. 연간 단위로는 1000억원 내외다. 사실 명절에 폭증하는 고속도로 교통량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빈발하는 교통사고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행료를 올려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열악한 지방 재정을 고려해 설·추석 명절에도 요금을 징수하는 지방 유료도로에서 요금납부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민자(民資)고속도로 명절 통행료 손실분까지 국고(國庫)에서 갚아주는 것도 논란거리다.
   
   고속도로 무정차 과금 시스템인 ‘하이패스’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명절 고속도로 무료화의 도입 목적 자체도 기술적으로 극복된 상태다. 명절 고속도로 무료화는 고속도로 요금소 부근의 불필요한 지·정체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원래 도입 목적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요금소를 정차 없이 통과하는 하이패스 이용률은 82.9%에 달한다. 요금소에서 요금납부를 위해 정차하는 차량이 채 20%도 안 된다는 것이다.
   
   20% 미만의 하이패스 미이용 차량 역시 명절 고속도로 통행방법은 고속도로 진입 시 통행권을 발권하고 출구에서 정산하는 평상시 고속도로 통행 방식과 같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한다고 해도 요금소 부근 지·정체 해소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최근에는 더 빠른 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는 다(多)차선 하이패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필요한 지역 간 이동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명절 고속도로 무료통행이란 ‘공짜점심’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고속도로 포퓰리즘’이 3년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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