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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서욱 국방장관 내정자, 제2의 김장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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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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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서욱 국방장관 내정자, 제2의 김장수 되나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육군참모총장인 서욱 대장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2007년 11월 28일 오후 북한 평양 송전각 초대소의 1호각(귀빈각)에서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시 제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평양에 왔던 김장수 국방장관(육사 27기)의 피아노 연주 소리였다.
   
   김 장관은 전날 시작된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진전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고 한다. 김 장관이 연주했던 노래는 김수희의 ‘애모’였다. 김 장관은 몇 년 뒤 일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에 대해 “당시 참 가슴이 답답해서 피아노를 쳤는데 언뜻 떠오른 곡이 ‘애모’였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나니 마음이 참 야릇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장관 회담은 서해 NLL(북방한계선) 문제로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 측은 김 장관이 “북측이 NLL을 인정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자 김 장관에게 “NLL을 고집하는 것은 북남 수뇌회담(정상회담)의 정신과 결과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여러 형태로 압박했다. 나중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해 보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왔다”며 버텼다. 그러고는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판단, 짐을 싸 서울로 돌아갈 준비까지 했다고 한다.
   
   북측은 결국 막판에 NLL 무력화 입장을 누그러뜨려 NLL에 대해선 추가 협의키로 하고 회담을 끝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해 평화수역 사업은 유야무야됐다. 이에 대해 군내에선 “잘못하면 NLL이 무력화될 수 있었지만 김장수 장관이 잘 버텼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국방장관 회담 전 노 대통령과 만나 NLL에 대해선 전권을 위임받는 것으로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장관 임명은 파격적이었다. 2006년 11월 개각 때 육군참모총장에서 바로 국방장관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보통 국방장관은 합참의장 등을 거친 예비역 대장들이 임명돼왔고 현역 육군참모총장이 국방장관으로 직행한 것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인사에서 예상외로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국방장관에 내정된 뒤 노무현 정부의 ‘김장수 발탁 데자뷔’라는 얘기가 군내에서 나오고 있다. 서 총장은 육사 41기로 임관해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 등에서 작전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작전통’이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육군, 육사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그의 장관 발탁은 ‘막판 반전 드라마’로 불릴 만큼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3사 14기), 박한기 현 합참의장(학군 21기) 등 비육사 출신과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39기), 김운용 전 지상작전사령관(육사 40기)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명돼왔기 때문이다.
   
   서 총장과 김장수 전 장관은 서너 가지의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같은 육사 출신으로 육군참모총장에서 파격 발탁돼 장관으로 직행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14년 차이가 나는 육사 선후배 사이다.
   
   두 번째로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김 전 장관은 광주일고, 서 총장은 광주 인성고를 각각 졸업했다.
   
   세 번째로는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이라는 정권의 중점사업 과제 수행 특명을 받았다는 점이다. 일종의 ‘청와대 특명’인 셈이다.
   
   네 번째로는 정권의 마지막 국방장관이라는 점이다. 서 총장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 정부 임기가 1년8개월여 남았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군내에선 서 장관 내정자가 김 전 장관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대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 비례대표 국회의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거쳤었다.
   
   
   전작권 조기 전환 총대 메나?
   
   서 총장이 장관에 취임하면 최대 과제는 전작권 조기 전환, 즉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 총장은 내정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금 갑작스러운 지명이지만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작권 전환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검증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 등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지난해 8월 한·미 연합훈련 때 1단계 검증이 이뤄졌고, 올해 8월 연습에서 2단계 FOC 검증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내년에 3단계 검증을 마친 뒤 2022년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게 현 정부의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인해 규모가 축소돼 2단계 검증을 사실상 하지 못하게 됐다.
   
   합참은 지난 8월 발표를 통해 “이번 훈련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을 일부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군 당국이 이번 훈련의 중점이 전작권 전환 검증이 아니라 유사시 북 전면전 도발에 대비한 연합방위태세 점검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FOC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FOC 검증은 내년에, 최종 3단계 점검은 2022년에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작권 전환 지연에 대해 일각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와 일부 한국군 전력증강 계획 지연 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14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3대 조건에 합의한 바 있다. 현 정부와 군 당국도 이를 수용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천명해왔다. 3가지 조건은 ①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②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이다. 현 정부는 ①, ②번 조건 충족을 위해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내년부터 2025년까지 300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해 정찰위성, 정밀타격 및 요격 미사일 등을 도입하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찰위성과 장거리 요격미사일 등 일부 계획은 2023년 이후 실현될 예정이어서 ‘2022년 전작권 전환’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었다.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측면에서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 논리로 전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서욱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조건 충족이 다소 안 됐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을 군내에선 우려하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서욱 신임 장관이 직을 유지하는 한 청와대와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무리하게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일 경우 서 장관은 예비역 등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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