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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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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미·중 ‘미래전 게임 체인저’ 군집로봇 개발 전쟁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 미국 DARPA(국방고등기술 기획국)가 시험 중인 그렘린 군집 무인기 개념도. photo 미국 DARPA
2016년 10월 미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 시험 비행장 상공에서 FA-18 슈퍼 호넷 전투기 3대가 소형 무인기 103대를 투하했다. ‘퍼딕스(Perdix)’라 불리는 길이 16.5㎝, 날개 길이 30㎝, 무게 290g에 불과한 초소형 무인기였다. 미 MIT대 링컨연구실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퍼딕스는 지상 통제소 조작 없이도 알아서 편대 비행을 제어하는 등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이 정도 대규모 무인기들이 자율 군집 비행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이들은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 명령 체계를 공유하면서 그룹별로 무인기 수를 변경하고 다른 무인기들과 상황에 따라 비행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AI(인공지능) 군집 무인기 시대를 알린 것이다.
   
   공중뿐 아니라 지상, 해상을 활동무대로 한 다양한 군집 무인무기들이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군집로봇(Swarm Robots)’ 무기로 불린다. 군집로봇 무기는 AI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용해 미래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군집로봇의 핵심기술 개발 로드맵을 담은 ‘국방군집로봇 기술로드맵’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우리 군 기관이 군집로봇 로드맵을 발행한 것은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 책자는 지상·공중·해양 등 3개 분야로 구분해 군집로봇 핵심기술 발전 방향 및 기술 확보 방안을 연도별로 제시하고 있다.
   
   군집로봇은 개미·벌·새 등의 생명체가 군집을 이뤄 먹이 탐색, 이동, 집짓기, 공격 및 방어 등을 하는 모습을 모방해 만든 것이다. 소형, 경량, 저가, 저전력(적은 전력 필요)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공중 군집로봇 개발이 가장 활발하며, 그다음은 군집 무인수상정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10〜15년 뒤 미국을 비롯한 중국, 유럽 등 로봇 선진국에서 지능형 군집로봇이 실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육군이 드론봇 체계의 하나로 시연한 군집드론 비행 장면. photo 육군

   영화 속에선 군집로봇의 위력이 이젠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영화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에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군집드론이다. 악당 미스테리오는 군집드론을 이용해 스파이더맨과 혈투를 벌이고, 다양한 가상현실을 만들어 혼란에 빠뜨린다.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이뤄 싸우는 수십 대의 드론은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처하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화 속이 아니라 실제로 군집드론의 위력을 보여준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 2곳이 10여대의 드론 공격을 받아 원유시설 50%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우디는 하루 오일 생산량의 절반인 570만배럴이 줄었고, 유전시설 회복까지 10일 이상이 걸려 경제적 피해는 최소 수조원대로 추산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후티 반군의 자폭형 드론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드론 10여대 전체 가격은 1억원 정도로 이들의 수만 배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힌 것이다. 값싼 군집드론이 대량살상무기 못지않은 비대칭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군집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해양패권을 두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해양 군집로봇과 공중 군집로봇 등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해양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해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도 이에 맞서면서 양국의 군집로봇 개발 경쟁도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014년 말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국방정책으로 ‘3차 상쇄전략’을 발표했는데, 인공지능·로봇 개발이 그 핵심이다. 이를 통해 주요지역에서 A2/AD에 대응하고 유인·무인 무기 협력으로 미래전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2017-2042 무인체계 통합로드맵’에 따르면 미국은 2029년까지 선도·추종 방식의 군집로봇을 개발하고, 2042년까지 대규모 군집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 육군도 ‘무인기 로드맵(2010〜2035)’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미 육군은 2035년까지 소형, 경량, 저전력의 군집무인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 군집로봇 기술은 동물과 곤충의 군집 행태를 모티브로 삼아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photo 월간 국방과 기술

   미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이 가능한 대형, 중형, 소형급 해양 군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 항모 전단 등 미 수상함정들에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DF-21D, DF-26 등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들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것이 ‘유령함대(Ghost Fleet)’다. 소형~대형 무인함정들로 구성된 유령함대는 최전선에서, 기존의 미 항모 전단 등은 그 후방에서 작전을 하게 된다. 유령함대가 먼저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 폭격기와 함정 등에서 발사된 대함 순항미사일 등과 교전을 벌이게 된다. 유령함대가 중국의 상당수 목표물을 파괴한 뒤 약화되면 그 후방에 있던 항모 전단 등이 전방으로 이동해 중국군 목표물들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게 미 해군의 작전개념이다.
   
   미 공군은 미군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양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인 공중급유기(MQ-25 ‘Stingray’)와 유인기의 협력이 가능한 군집비행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렘린(Gremlin)’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는 4대 이상의 무인기를 수송기에서 발진시켜 다양한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계획이다. 미 육군은 자율 수송이 가능한 군집트럭 시스템 ‘아마스(AMAS)’를 개발 중이다. 올해 내로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60대 이상의 자율 수송 트럭을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미국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군집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주도로 119대의 자폭 공격이 가능한 군집드론을 시험했고, 앞으로 1000여대의 군집드론 시스템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A2/AD 전략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리떼 전술’을 위한 수상 군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엔 각각 56척, 80척의 선박을 이용한 수상 군집로봇을 공개했다. 중국 육군도 미 육군의 ‘아마스’와 비슷한 자율 군집수송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군집로봇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보고서는 “공중 군집드론의 선진국과 기술 격차는 국방 분야는 3~6년이지만 민간 분야는 1〜2년 수준”이라며 “5년 후면 50대로 군집을 이뤄 감시정찰·통신중계·폭탄투하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군집로봇의 경우 5년 후면 대잠수함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수상 군집로봇(군집 규모 10척)이 나올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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