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이 개발 중인 개인 휴대 전투드론. 수직으로 이륙하며 목표물 주위를 배회하다 자폭 공격할 수 있다.
풍산이 개발 중인 개인 휴대 전투드론. 수직으로 이륙하며 목표물 주위를 배회하다 자폭 공격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 해검Ⅲ. 원격조종기관총탑과 유도로켓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 해검Ⅲ. 원격조종기관총탑과 유도로켓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시작해 11월 10일 끝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선 종전엔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무인기(UAV) 또는 이보다 작은 드론에 의해 방호능력이 없는 일반 차량은 물론 장갑차량까지 파괴되는 모습이 아제르바이잔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공습은 터키제 무인기인 TB2 바이락타르가 주도했다. 바이락타르는 길이 6.5m, 날개폭 12m로 150㎏의 무장을 실을 수 있고, 최대 27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터키제 대전차 미사일과 70㎜ 로켓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제 자폭 무인기인 ‘하롭’으로 아르메니아군의 러시아제 대공 미사일 S-300 2개 포대를 파괴하기도 했다. S-300은 ‘러시아판 패트리엇 미사일’로 널리 알려진 무기다. 아제르바이잔이나 아르메니아는 군사강국도, 첨단 군사기술을 가진 나라도 아니다. 하지만 드론(무인기)이 감시정찰을 넘어 정밀타격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전쟁이었다.

이에 따라 드론(무인기) 등 군사용 로봇무기는 미래전의 판도를 좌우할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며 세계 각국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1월 18~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DX코리아 2020’ 전시회에선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각종 드론, 지상 로봇 등 무인무기들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에 등장한 무인무기들은 대세로 자리 잡은 공중 무인무기(드론 등)는 물론 지상·해상 무인무기들이 망라됐다.

전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LIG넥스원 부스에선 LIG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민군협력진흥원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 ‘해검-Ⅲ’가 눈길을 끌었다. 해검-Ⅲ는 단순히 감시정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으로 조종되는 12.7㎜ 기관총과 70㎜ 유도로켓 ‘비궁’ 등이 장착돼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유도로켓 비궁은 로켓탄에 적외선 유도장치가 달려 미사일처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과거 NLL(북방한계선)을 놓고 북한 해군과 연평해전이 벌어졌을 때 함정들이 직접 충돌하는 등 장병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펴 사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해검-Ⅲ와 같은 무인수상정을 활용할 경우 인명피해 없이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검-Ⅲ는 길이 14m로 해검-Ⅰ·Ⅱ에 비해 크기가 커졌다. 앞서 LIG넥스원과 ADD 민군협력진흥원은 민군기술적용 연구사업을 통해 ‘감시정찰용 무인수상정(해검-Ⅰ)’의 개발 및 시범운용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해검-Ⅰ은 첨단 탐지장비를 장착하고 연안정보 획득과 항만 감시정찰, 해상재해 초동대응, 불법조업 선박 대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올해의 10대 기계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한화시스템과 미 오버에어가 공동개발 중인 전기동력 분산 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의 군용 실물 크기 모형.
한화시스템과 미 오버에어가 공동개발 중인 전기동력 분산 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의 군용 실물 크기 모형.

㈜한화의 레이저 무기. 광섬유를 활용해 지뢰 등 폭발물 제거용부터 드론 격추용까지 다양한 레이저 무기가 개발되고 있다. ⓒphoto 유용원의 군사세계
㈜한화의 레이저 무기. 광섬유를 활용해 지뢰 등 폭발물 제거용부터 드론 격추용까지 다양한 레이저 무기가 개발되고 있다. ⓒphoto 유용원의 군사세계

공상과학영화에서 본 듯한 무인 지상로봇 차량들도 주목을 받았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 Sherpa)’를 전시했다. 원격조종사격장치(RCWS)를 갖추고 병력 또는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 원격조종 주행은 물론 병사들을 쫓아가는 종속주행, 지정된 기준점을 중심으로 자율로 움직이는 경로점 자율주행 등이 가능하다. 지난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올해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도 등장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11월 24일 방위사업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 사업을 수주, 향후 6개월 내에 ‘HR-셰르파’를 토대로 한 2t급 다목적 무인차량 2대와 함께 군에서의 시범운용을 위한 지원 체계를 공급하게 됐다.

한화디펜스는 다목적 무인차량과 함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전시와 평시에 병력을 대신해 지뢰와 급조폭발물(IED) 등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임무에 따라 지뢰 탐지기, X-ray 투시기, 물포총, 산탄총, 케이블 절단기 등 다양한 장비를 조작 팔에 부착할 수 있어 위험지역 정찰, 비무장지대(DMZ) 통로 개척, 지하 시설물 탐색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화디펜스는 최근 방위사업청과 약 180억원 규모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체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 사용된 것과 같은 다양한 자폭·공격 드론들이 등장한 점도 이번 전시회의 예년과 다른 특징이다. 탄약 전문업체인 풍산은 독창적인 ‘개인 휴대 전투드론’과 ‘투발형 소형 공격드론’을 선보였다. 개인 휴대 전투드론은 크기와 성능은 일회용 자폭드론과 유사하지만, 모듈화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임무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드론은 탑재부와 동력 부분으로 나뉜다. 동력 부분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이중 반전 로터를 장착한 형태다. 탑재부는 7종의 다양한 탄두를 임무에 맞게 장착할 수 있다. 정찰이 필요할 때에는 정찰 장비를 드론에 조립한 뒤 비행하고, 대전차 공격을 위해서는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탄두를, 드론 공격 및 보병 공격을 위해서는 성형 파편탄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통신 중계 모듈과 조명탄 모듈까지 있어 정찰, 공격뿐만 아니라 통신 지원 및 조명 지원도 담당할 수 있다.

한화와 퍼스텍은 튜브형 공격드론을 공개했다. 한화의 ‘소형 공격드론 체계’와 퍼스텍-유비전(Uvision)의 ‘히어로(HERO)-30’ 공격드론은 밀봉된 튜브에 드론을 넣어 두었다가, 튜브를 지상에 간단하게 설치한 다음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발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박격포와 비슷할 정도로 짧다. 밀봉된 튜브에 보관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고 수명이 오래간다. LIG넥스원도 샘코(SAMCO)와 공동 개발한 직충돌형 소형 드론을 전시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헬기를 통해 무인기를 원격조종하는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KAI가 만든 수리온 기동헬기와 현재 개발 중인 소형 무장헬기(LAH)로 각종 무인기들을 원격조종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한화시스템과 미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의 군용 목업(mock-up·실물 크기 모형), ㈜한화가 개발 중인 고정형 및 차량 탑재형 레이저 무기 등도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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