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가 쓰레기를 배출할 때 사용해야 하는 의료폐기물 전용 쓰레기봉투. ⓒphoto 유민주
자가격리자가 쓰레기를 배출할 때 사용해야 하는 의료폐기물 전용 쓰레기봉투. ⓒphoto 유민주

‘2주간 자가격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해외에서 입국한 한국인에겐 더 그렇다. 몸소 겪지 않으면 그 어려움을 모른다. 실제 격리 생활이 어떠한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우선, ‘자가격리’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지만, 취재를 해보니, 격리자 중 상당수는 ‘자가(自家)’에 머물지 않았다.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큰 불편과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어 격리 대상으로 통보받으면 대개는 일단 자기 집을 떠난다. 외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은 십중팔구 자가가 아닌 곳에서의 격리를 택한다.

호텔 객실, 오피스텔 등 격리 장소로 인가받은 곳에서의 자가격리가 훨씬 더 보편적이므로, 이런 곳에서의 생활상을 주로 알아봤다. 취재를 위해 해외에 거주하다 코로나19 대란을 피해 입국한 사람들을 접촉했다. 격리를 직접 체험 중인 이들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들로부터 격리 생활상을 담은 사진들도 구했다.

# 쓰레기

취재결과, 2주 격리되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좁은 공간에서의 거주 문제도 아니었고 음식 문제도 아니었다.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격리되는 사람(이하 격리자)이 발생시키는 쓰레기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의료폐기물’이다. 격리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격리자의 쓰레기를 수거하지도 않는다. 격리자는 2주 동안 자신의 쓰레기를 격리된 방 안에 비치해야 한다.

격리 기간이 끝나면 이 쓰레기는 한꺼번에 처리된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겹겹이 밀봉된 주황색 쓰레기봉투가 가끔 눈에 띈다. 자가 격리자의 쓰레기다.

격리자가 약간 방심해 일회용품이 많이 나오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고 치자. 그러면 격리 하루 만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인다. ‘아차! 쓰레기를 버릴 수 없지’라고 이때 각성하면 이미 늦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은 쓰레기 더미로 넘쳐난다.

중국에 살던 50대 이모 씨는 남편과 함께 얼마 전 귀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자를 연장하기 힘들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씨처럼 비자 문제로 귀국하는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귀국 직후 2주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 ‘자가’가 없었다. 일가친척 집에 2주 얹혀 지내는 것은 ‘민폐’였다.

결국, 친척 집 근처의 격리 장소로 등록된 원룸을 한 달 쓰기로 했다. 친척 집 근처로 잡은 것은 친척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불편을 겪게 될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이 씨 부부는 매일 나오는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로 나눠 각각 봉투에 담아 비치했다. 부부는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꾹 눌러 부피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였다. 이들은 냉장고 냉동실 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았다. 그러나 10평 남짓 원룸엔 큰 냉장고가 없고 자연히 냉동실 용량도 적다.

냉동실이 꽉 차 음식물 쓰레기가 넘치면 어떻게 할까? 그땐 답이 없다. 상온에 음식물 쓰레기를 두면 냄새가 많이 난다. 이 씨는 “냉동실에 쓰레기가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습관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음식량 조절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입국한 50대 김모(여) 씨도 마찬가지로 2주 동안 방의 냉장고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았다. 김 씨는 “일반 쓰레기도 늘어나면 골칫거리이므로 될 수 있는 한 배달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격리된 방은 쓰레기로 금방 지저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배달 음식 없이 매끼를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씨는 결국 배달을 시켰고 후회했다. 그녀는 “음식량이 너무 많아 기겁했다”라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캐나다에서 귀국한 20대 김모(여) 씨는 격리되는 동안 쓰레기의 세척과 밀봉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 씨도 “음식 배달을 시킬 때 많은 양이 배달되지 않도록 요청했고 남기지 않고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청소할 수 없었던 것도 큰 문제였다”라고 했다.

“2주는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청소기가 없어 청결 유지가 어려웠다. 물티슈로 자주 닦아 주었다. 침구 세탁에 더 신경을 썼다. 호텔 방, 오피스텔, 원룸의 냉장고는 냉동 공간이 협소해 음식물 쓰레기를 장기간 모으기 어려웠다. 격리 장소를 선택할 때 이점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모(여) 씨는 자가에서 격리 생활을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고생했다고 한다. 유 씨는 “어느 장소에 격리되든 쓰레기 조절은 필수다. 집에서 음식을 조금만 해 먹었다”라고 말했다.

격리자들의 불만이 많아서인지 일부 지자체는 격리 도중에 담당 공무원에게 미리 연락하면 지정된 방식에 따라 쓰레기를 한 번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한다.

자가격리자가 사 모은 식료품. 온라인 거래만으론 필요한 식품을 사는데 어려움이 있다. ⓒphoto 유민주
자가격리자가 사 모은 식료품. 온라인 거래만으론 필요한 식품을 사는데 어려움이 있다. ⓒphoto 유민주

# 음식

2주 동안 음식을 원활하게 공급받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온라인 주문이 발달해 있으므로 전혀 걱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상당수 격리자는 그런 편리함을 잘 누리지 못했다.

식품 배달을 거래할 땐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사전에 개통되어 있어야 수월하다. 본인인증이 간단히 처리된다. 외국에서 거주하다 온 한국인들은 이 문제로 곤란을 겪는다. 선불 유심 칩을 준비해도 불편하다.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주고받기는 되지만 본인인증은 할 수 없다. 이들은 격리 중 자력으로 음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해외에서 온 30대 김모(여) 씨는 “심지어 온라인 음식 배달을 위한 앱도 핸드폰으로 인증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해외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일일이 친인척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친척이 반찬을 보내줬다. 내가 어떤 식품을 사달라고 부탁하면 이들이 자신의 앱으로 대신 결재해 주문했다”라고 했다. 편의를 봐주는 지인이 없으면 국내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온 50대 김 씨도 기본적 음식도 얻기 힘들어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 카드가 없어 친구들에게 식자재를 사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거주해온 사람들도 식료품을 구하는 데 불편을 느낀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온 30대 박모(여) 씨는 격리 기간 중 가족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만으로는 한 곳에서 필요한 것을 다 살 수 없다. 배송비용과 상자 쓰레기 처리가 상당히 큰 문제가 된다. 결국, 가족이 대형마트 등을 돌며 식료품을 구해 문 앞에 놓아주는 게 가장 편리하고 좋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많이 불편해진다.”

20대 격리자 김모 씨도 “한국 핸드폰 번호와 신용카드가 없어 불편했다. 해외에서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다. 격리 중에 핸드폰 등을 개통하려니까 또 막막한 부분이 많이 생기더라”고 했다.

자가격리자에게 방값을 더 비싸게 받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주의하라며 올라온 온라인 게시물. ⓒphoto 유민주
자가격리자에게 방값을 더 비싸게 받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주의하라며 올라온 온라인 게시물. ⓒphoto 유민주

# 숙소

왜 격리자들은 자가에 있지 않고 밖으로 돌까? 30대 자가격리자 박모 씨는 자택에 두 개의 화장실이 있어서 원칙적으로 자가격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박 씨는 다른 장소에서 격리되는 것을 선택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직장을 다니면 집에 같이 있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코로나19에 걸려 직장에 퍼뜨리기라도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어도 자가격리를 피하게 된다.

격리 장소로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가, 지자체가 소개하는 임시생활시설, 단독으로 쓰는 숙박시설이다.

외국에서 와 격리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지자체가 소개하는 임시생활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우선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20대 격리자 김모 씨는 “지자체의 임시생활시설에 2주 동안 격리되려면 140만 원을 내야 한다. 다른 곳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격리시설로 호텔 등을 비공개적으로 지정했다.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격리시설로 지정된 호텔의 이용객들과 호텔 주변 지역에서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숙소 예약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손쉽게 가능하다. 그러나 격리시설은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격리시설을 검색해 예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시 홈페이지 정보소통광장에 검색을 해봐도 대부분 비공개 문서로 돼 있다.

한국으로 귀국해 격리되어야 하는 사람이 귀국 전 외국에서 자신에게 맞는 격리시설을 검색해 미리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려 14일간 지내야 할 공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방법이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 입실 확정이 바로 되지 않는 것이 불안 요소다.

격리자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 입소신청서를 작성한다. 지자체는 그 신청서를 검토한 후 서울시 담당 부서로 제출한다. 서울시는 입소 충족 여부를 확인 후 승인한다. 신청자는 이용료를 낸 후 입소한다. 그러나 호텔 예약처럼 입소 확답을 받을 수는 없다. 예약해도 예약 확정은 아니다. 될 수 있는 한 입국 2~3일 전에 신청하라고 돼 있다.

30대 격리자 박모 씨는 지자체가 소개하는 시설은 불안해서 이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시설에서 격리될까 생각도 했다. 온라인으로 호텔 예약할 때 내부가 어떤지 다 보고 결정한다. 담당 보건소에 문의해보니 대략적 위치 이외 격리시설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유선 이외엔 답변을 받을 수도 없다. 예약도 불가능했다. 귀국 2~3일 전 유선으로 연락해 공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때 입소‘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귀국해 입소할 수 없게 되면 자가로 들어가야 했다. 자기로 들어갈 형편이 못 되었다. 결론적으로, 예약이 가능한 에어비앤비가 안정적 선택지라고 느꼈다.”

비용 문제와 불안감 때문에 해외에서 온 격리대상자들은 숙박시설을 찾는다. 이 또한 구하기가 쉬운 건 아니다. 원칙적으로 호텔, 모텔, 오피스텔, 원룸, 에어비앤비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선 격리가 어렵다. 다만,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자체와 보건소에 사전에 문의해야 한다. 여기에다 시설 주인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30대 격리자 김모 씨는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도 ‘속도전’이라고 했다. “14일 장기 투숙이다 보니 가격이나 내부시설이 맞는 장소를 잘 찾아야 했다”라고 했다.

20대 격리자 김모 씨는 “국제전화로 정보를 얻고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다. 여러 에어비앤비에 격리자를 받아주는지를 문의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 자가격리 카페엔 이용자 불만이 올라와 있었다. 같은 매물인데 자가격리자에게 더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다. 방역수칙을 어기고 몰래 격리자를 받는 숙박업소들이 잇달아 적발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유민주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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