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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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미디어학과 재학생 이모(여·22) 씨는 올해 1월 교환학생 파견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베이로 출국했다. 이씨는 영어를 연마하고 미국문화를 체험한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3월경 몬터레이베이 지역에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씨가 파견된 C 대학은 모든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고 캠퍼스를 폐쇄했다. 할 수 있는 건 기숙사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일뿐이었다.

심지어, 얼마 후 이씨를 포함한 외국인 학생들은 기숙사 퇴소 권고를 받았다. 결국, 그녀는 중도 귀국을 결정했다. 귀국 후 계속해서 C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현지인들과의 교류, 실습 위주의 예체능 과목 수강을 희망한 이씨는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며 허탈감을 느낀다. 이씨는 “교환학생이 되는 건 대학 입학 전부터 꿈꿔온 일인데 모든 게 수포가 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2019년 2학기부터 독일 뷔르츠부르크 W 대학에 파견돼 있던 최모(여·22) 씨의 교환학생 생활도 코로나19로 인해 망가졌다. 최씨는 “3월 교환학생을 위한 독일어 수업이 시작되는데 첫 수업 후 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려 나머지 수업이 전면 취소됐다”라고 말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5월 치러질 독일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려 한 최씨는 별도 비용을 들여 과외를 받아야 했다. 최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것뿐이었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매년 개최되던 유학생 웰컴 파티도 취소됐다.

파견 취소 다반사

20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외 대학에서 교환학생(exchange student)으로 생활하는 것을 꿈꾼다. 자비 어학연수보다 저렴하고, 학점도 채우고, 외국어 실력도 쌓기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해외 생활을 만끽하는 점도 매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교환학생 생활에도 직격탄이 됐다. 하늘길이 막히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교환학생들은 현지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중도에 귀국하거나 아예 파견이 취소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에 다니는 서모(21) 씨는 “며칠 동안 슬픈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울먹거리며 부모님께 상황을 알렸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2020년 1학기 파견을 위해 떠날 준비를 마쳤으나 파견 취소 통보를 갑작스레 받았다. 예정지인 일본의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되는 3, 4월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000여 명을 넘어섰다.

A대 광고홍보학과 재학생 송모(22) 씨는 독일 켐니츠 지역 T 대학에 지원했다. 그러나 T 대학으로부터 “독일에 체류하면서 비대면으로만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유럽엔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었다. 결국, 송씨는 파견 취소를 결정했다. 그는 “교환학생을 마친 후 취업 준비 과정까지 계획을 세웠다. 모든 계획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허탈했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B 대학에 파견된 L씨는 블로그에 교환학생의 고충을 토로했다. 3월까지만 해도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아 L씨는 중도 귀국이나 포기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주 사이 벨기에 내 확진자가 늘면서 L씨는 학교로부터 중도 귀국을 제안받았다.

“파견된 지 한 달 반도 안 돼 다시 돌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 비자 발급에만 거의 100만 원이 들었고, 적응도 힘들었다.” 그러나 불안감도 내비쳤다. “돌아갈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여기서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자국민도 아닌 유학생을 제대로 치료해 줄지 모르겠다.” L씨는 혼란스러워했다.

코로나19 시기 여러 한국 교환학생들이 머문 일본 도쿄 S 대학 전경. ⓒphoto 강지수
코로나19 시기 여러 한국 교환학생들이 머문 일본 도쿄 S 대학 전경. ⓒphoto 강지수

“한 달 반도 안 돼 짐 싸”

설상가상으로 묵고 있던 숙소와의 계약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집주인은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기존 계약 기간인 2020년 6월까지 월세를 지급해야 한다”라는 통보했다. L씨는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결국 귀국을 결정했다. 당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돼있지 않던 유럽 생활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서 여러 번 울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 온 교환학생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월경 대구·경북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일본 정부는 3월 9일부터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필자는 당시 일본 도쿄 S 대학에 파견된 3명의 학생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원래 3월 30일 일본에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S 대학로부터 입국 제한 조치가 시작되는 9일 이전에 입국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A대 재학생 김모(여·23) 씨는 “이틀 안에 출국해야 해 정신이 없었다. 비행기 표를 바꿔야 했는데 항공사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난감했다”라고 말했다. 항공편도 급감했다.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S여대 재학생 연모(여·22) 씨는 “1지망인 일본 대학에서는 이미 취소 통보를 받았다. 도쿄 S대가 유일하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해 ‘일단 가 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일본에 도착한 후에도 난감한 상황은 이어졌다. 물, 휴지, 쌀 등의 사재기가 발생해 이들도 생활용품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4월 무렵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일본 정부는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그러자 교환학생 정모(여·22) 씨는 중도 귀국을 결정했다. 정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가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나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도쿄 S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K(여·22) 씨는 일본 입국 후 2주 격리 동안 극심한 불안장애를 겪기도 했다. 평소 가벼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숨이 차올랐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 K씨는 “교환학생을 위해 어학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1년 넘게 준비했는데 하필 이런 시기에 오게 돼 우울했다”라고 했다. 이어 “현지 대학에서 격리 중 매일 체온 측정을 요구했다. 체온이 0.1도만 올라도 걱정이 밀려왔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오키나와 M 대학에 파견된 D(여·22) 씨는 “일본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면 수업이 취소되면서 무산됐다”라고 설명했다. D씨는 현지인들과 전혀 교류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교환학생 연씨는 “현지 일주 여행이나 유학생 동아리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인턴 프로그램 같은 체험 활동도 없어졌다”라며 아쉬워했다.

이탈리아 북부 카스텔란자 지역의 L 대학에 온 문모(25) 씨는 “교환학생이라면 으레 해오던 전반적인 것을 모두 못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 내 코로나19의 진원지였다.

상당수 교환학생은 현지 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으로 교환학생 생활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강의로는 해외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또, 외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소화하는 데에도 힘이 든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W 대학에 파견된 최모(여·22) 씨는 “대면 수업보다 질이 떨어진다. 특히 외국어로 수업을 듣다 보니 한국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많은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포함한 비(非) 학위 과정 유학생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2020년 교육 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을 찾아온 비학위 과정 유학생 수는 지난해(5만 9950명)보다 1만 9258명(32.1%) 감소한 4만 692명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경우, 핀란드로 입국하는 전체 교환학생 수가 이전보다 감소했다. 핀란드 내 11개 고등교육기관은 모든 교환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올해 일본에서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마트의 식료품 선반이 텅 비어 있다. ⓒphoto 강지수
올해 일본에서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마트의 식료품 선반이 텅 비어 있다. ⓒphoto 강지수

“그래도 간다”

그러나 지금도 대학생들은 여전히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간다”라는 것이다.

서울 A대 국제교류팀에 따르면, 2021년 1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 역시 선발 절차를 마친 상태다. 물론, 선발된 교환학생들이 실제로 해외로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비대면 강의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교환학생을 경험한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교환학생을 준비했다가 코로나19를 맞닥뜨려 국내외에서 큰 고초를 겪어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교환학생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할까? 코로나 시기 교환학생 생활을 실제로 경험한 학생들의 의견은 찬반이 갈렸다.

K대 언론정보학부의 김모(여·23) 씨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선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경제적 부담이 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의 서모(21) 씨는 교환학생 취소로 1년이 꼬여 버렸고 그다음 해 계획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교환학생 지원에는 긍정적이지만 여러 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M 대학에 다녀온 D 씨는 “해외 체류 경험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므로 도전해 볼 만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건강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반면, 이탈리아 L 대학에 간 문모(25) 씨는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한 달 만에 돌아오더라도) 한 달간의 경험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 나가서 체험해보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강지수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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